< 우리 교회 있잖아, 범인이 누군지 알 거 같아.>
치수가 미국에 돌아오라고 재촉하는 전화를 피하자 경선을 자극하는 문자를 보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화재에 대한 내용은 지나칠 수는 없었다. 눈 앞에 불이 난 장면이 다시 재생되었고 경선은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었다. 치수는 의외로 별일 아닌 것처럼 느긋하게 전화를 받았다.
"어떻게 된 일이야?"
“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그때 알지? 아들 총기 사고 나서 죽은 윤기섭 기억하지?”
“어떻게 잊어버리겠어요! 그게 교회 불이 난 거랑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이에요?"
"윤기섭 그놈 짓인 거 같아. 화재가 단순 인덕션 과열이었다는 건 내가 말이 안 된다고 수도 없이 말했잖아. 내 이럴 줄 알았어.”
경선은 치수의 “놈”이라는 말 앞에 한숨을 내쉬자 치수가 "큼큼" 말을 가다듬고는 이어갔다.
“토미가 다녔던 Grant 고등학교 있잖아. 몇 년 전에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고. 가해자는 17살짜리 백인 소년이었고, 희생자 중 한 명이 바로 토미였잖아. 그런데 학교 측은 백인 가해자의 정신질환 이력만 강조하면서, 그 사건을 조용히 덮었고, 그 뒤로 총기 판매 단속 강화한다고 조사하고 막 시끄러웠잖아. 요 근래 근처 다른 교회 한 군데도 불타면서 FBI가 재수사를 하고 있나 봐, 어제 나한테도 그 사건으로 재조사하는 것 같은 눈치더라고. 나야 잘 됐지 그 뒤로 방치된 예배당 좀 봐봐.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안 나와 ”
일 년도 지난 일이다. 교회 일층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말끝은 너무 가볍고 빠르게 지나갔다. 찬송가 연습이 끝나고 나가던 청년 하나가 무심코 던진 말이었다.
“그랬다니, 무슨 말이야?”
“몰라요. 그냥… 누가 그러던데. 그 총기사건 있잖아요? 고등학교에서. 토미가 사실은 그 백인 친구와도 가까운 사이였다고 하던데, 백인 애 여자친구를 토미가 뺐었다나 봐. 그게 분해서 그 애 가 학교에서 총을 쐈다는데."
말을 이어가던 젊은 청년은 소름 끼친다는 듯 몸을 흔들었다. 청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며 부엌에서 라면을 끓이던 걸 치수는 문 밖에서 목격했다.
“그게 사실이니?”
청년은 어깨를 으쓱했다.
“다들 그렇게 얘기하던데요."
"확실하지도 않은 말은 조심하는 게 좋겠어요."
소문들은 빠르게 깊숙이 파고드는 독처럼 번져갔다. 치수가 설교에서 “사랑하라”, “판단하지 말라”라고 외칠 때마다, 더 밀도가 큰 이야기들이 그들과 주변을 잠식했다. 토미와 백인 아이가 함께 학교에 불만을 품고 있다고 함께 공모했다는 둥, 토미 방에도 총이 있었다는 걸 본 친구가 있었다는 둥.
윤기섭은 치수를 찾아왔고 교회신도들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했다.
“우리 토미, 그 애 억울해서 어째 눈 감아요, 미아, 그 아이가 일방적으로 토미를 좋아했다고..... 우리 토미가 그런 애가 아니에요, 제가 이혼하고 엄마 없이 컸어도 얼마나 착한 애였는데, 목사님도 아시죠?"
" 토미를 위해 함께 기도합시다, 윤형제! "
윤기섭은 하루가 다르게 부서지고 있었다. 아들이 죽은 후 윤기섭은 아들 생각에 집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술로 빠져서 고통을 잊으려 했다. 술에 취해 길거리에 비틀거리다 시비가 붙기도 하고 주체할 수 없는 그의 모습은 주변 한인들에게 자주 목격되었다. 그럼에도 일요일 교회에 나왔다. 여러 날 술에 취했던 것인지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의 술냄새가 예배당을 가득 채웠다. 치수가 기도를 마치자 윤기섭의 울음소리가 그칠 줄 몰랐다.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눈빛은 아들을 잃은 홀아비에 대한 연민이었으나 경건을 깨트리는 그에게 자비 없이 냉혹하게 변해갔다. 모임 후 한 사람이 말했다.
“그런데. 목사님, 그런 사람들까지 계속 교회에 받아들인다는 게 좀…”
✌ 어느덧 연재 막바지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전에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무리를 하고 싶어집니다. 경선의 이야기 끝까지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