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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머 Jan 04. 2023

생각이 생각으로만 잠식될 때

브런치 알람이 울렸다.


우리가 못 본 지 60일이 되었다며,

돌아오라고 울었다.


브런치의 말을 듣고, 바로 글쓰기를 눌렀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 야심 찬 목표가 있었는데

역시나, 그 목표가 흐려지고야 말았다.


그리고, 새해가 되어서야 이렇게 다시 또 글을 쓴다.

마치 1월 1일에 헬스장을 등록한 회원처럼 3일은 갈까?


내가 글을 쓰기 어려워진 건, 단순히 게으름뿐은 아니었다. 여기서도 MBTI의 과학을 빌리자면 INFP는 생각이 많기 때문에 나는 그 생각을 글로 옮겨 적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머릿속의 수많은 생각을 글이 아닌 그냥 더욱 깊은 곳에 차곡차곡 쌓아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MBTI로 나를 규정하고, 매몰되고 싶지 않았다. 16가지의 특징 중 어느 곳에도 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 또한 INFP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이전의 나는 머릿속의 생각 그리고, 이야기를 메모장에 써내려 갔다. 나 혼자만의 방에.


그러니 부담 없이 아무 글이나 써제낄 수 있었는데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고부터, 지어진 무게에 내 생각은 메모장이든 브런치든 어느 곳에도 실리지 못하고잠식되고 말았다.


나의 머릿속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은 그렇게 타이밍을 놓치고 떠내려가고 말았다.


진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나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말이다.


나의 글을 극소수라 하더라도 누군가 보고 있다는 사실은 꽤나 즐겁고, 또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빼고, 자르고, 다듬고 하는 과정에서 진짜 이야기보다는 보이기 위한 글을 쓰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가 거짓이라거나, 그 과정이 부담스러워서 때려치우겠다는 글은 아니다.


새해를 맞이한 만큼 더 열심히, 나의 글을 써재끼겠다는 나의 다짐을 장황하게 늘어나 보았다.


2023년, 더욱 부담 없이 써제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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