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너지드링크 11시간전

진심일까, 환심을  사기 위한 걸까?

잘해주는 사람도 경계하는 이유

나는 약학대학을 편입해서 졸업한 케이스다.


남들 한번 다니는 대학을 두 번이나 다니다 보니, 졸업 후 돈을 벌어 부모님께 효도는 못할망정 학비까지 부담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름 공부로 장학금도 받고 성적이 모자랄 때는 교외 장학금을 신청해서 받기도 했다.  편입 전 다녔던 식품영양학과 재학시절에는 과외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했지만 약대는 배우는 과목이 워낙 많아서 주 2,3회씩 시간을 빼서 아르바이트가 힘들었다.

그래서 대신 나는 학기 중에는 공부에 매진하고, 방학 때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나 생활비를 충당하고 모자라는 부분만 부모님께 손을 벌려고 노력했다.

 해  여름의 아르바이트 내용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다른 곳보다 확실히 페이가 높아서 나도 지원해서 합격해 아르바이트 생으로 다닌 곳이 있다.

거기서 A를 만났다. 나보다 5살 어린 대학생으로 성격도 좋고 싹싹해서 그곳에서 금세 친한 언니, 동생으로 지내게 되었다.  나에게 살갑게 잘해줄 뿐 아니라  손이 꼼꼼하진 않은 나에게 친절하게 요령도 알려줘서 더 잘 지냈던 것 같다.

그런데 아르바이트가 막바지에 이를 때가 되자 갑자기 종교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친하니까 들어주는 편이었는데 그즈음 나는 종교는 없지만 성당에 다녀볼까 생각하던 때였다. 그런 이야기를 하니 대뜸 엄청 화를 내면서 말하는 것이다.


"언니, 성당에서  믿는 건 성모마리지 예수님이 아니에요. 그러다 언니 지옥가!!!!"

"엥?"


그 이후로는 끝없이 나에게 종교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오만정이 다 떨어졌다. 아무리 친한 사람들끼리도 종교나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는데 본지 한 달도 안 된 친구가 계속 자기네 교회에 나오라는 말이 몹시 거슬렸나 보다.

그렇게 나에게 잘해주던 A는 순식간에 딴사람처럼 돌변했었다.

내가 알던 사람 맞아?

요즘 갑자기 나에게 내 책이 너무 좋다느니, 책을 읽고 오랫동안 꼭 만나고 싶었다며 엄청나게 관심을 표시하는 여자분이 있다. 문제는 그분이 네트워크로 유명한 ooo 하고 계시다는 건데 진심일까, 아님 환심을 사기 위한 행동일까.


문득 20여 년 전 만났던 A가 떠오르는 밤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주 불편한 편의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