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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마 Apr 06. 2021

포스터가 끌려서 봤는데 인생 영화가 됐다 1 [영화]

<더폴>, <판타스틱 플래닛>, <캐쉬백>



영화보는게 취미가 되었다



나의 영화 인생은 중학교 3학년 즈음에 시작되었다. 그 이전까지 나는 영화를 몰랐다. 그저 티비에서 ‘투니버스 Tooniverse’라던가 ‘챔프 Champ’ 채널에서 시간 맞춰 틀어주는 만화를 수동적으로 볼뿐이었다. 그리고 친구와 함께 영화관에서 본 <인셉션 Inception>을 시작으로 나의 영화 인생은 시작되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을 극장에서 친구와 같이 보고 나오면서, 나는 영화에 대한 감상을 친구와 나눌 수 없었다. 왜냐면 그 영화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복잡한 스토리 라인, 액자식 구조, 빠른 전개 등은 그때의 내가 따라가기에는 너무 벅찼다. 반면 극장을 나온 내 친구는 영화에 감탄을 하면서 정말 큰 감동을 받은 듯 흥분해 있었다. 

나 또한 친구처럼 영화에 감동을 받고 싶었다. 친구와 같이 흥분해서 영화에 대해 토론을 하고 싶었다. (생각해보면 나의 문화 예술, 문학 등에 대한 관심은, 나는 이해하지 못한 것을 다른 사람은 진심으로 즐기는 것을 보고 느끼는 열등감에서였다…)


그 후에 나는 명작이라 불리는 영화들을 챙겨보았고 영화에 대한 식견을 나름대로 길렀다. 어느 날 영화채널에서 인셉션을 방영했다. 그것을 보고 나는 ‘인셉션 안 본 눈 삽니다.’라는 감정을 온몸으로 느꼈다. 인셉션이 주는 감정은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상의 창작물에 대한 경외, 감탄을 느끼게 했다. 어느 면에서 보나 완벽한 영화였다. 왜 사람들이 놀란을 천재라고 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후부터 대학생 때까지 영화를 많이 봐왔다. 입시의 고통을 영화를 탐닉하면서 해소하곤 했다. 다양한 플랫폼에 의해 영화를 볼 수 있는 경로가 정말 다양하고 편리해진 요즘은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영화를 찾아보진 않는다. 그런 나를 채찍질하는 의미에서, 예전 나에게 감동을 준 영화들을 다시 생각해 보고 싶어 졌다.   



그래서 어떤 영화를 볼 것인가? 



나는 영화를 고를 때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는 편이다. 나뿐 아니라 요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수없이 많은 정보와 자료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이제 중요한 것은 정보의 획득보다, 그 속에서 나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는 안목일 것이다.


시간이 금 같은 시대에 형편없는 영화로 나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고,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에 오늘도 넷플릭스(Netflix)와 왓챠(Watcha)를 뒤적거린다. 나의 취향에 맞춘 알고리즘이 선택한 영화들을 둘러보면서 한 시간을 보낸다.


나는 대체로 영화를 고르기 전에 왓챠 피디아라는 어플에서 관심 있는 영화에 달려있는 사람들의 코멘트와 평균 별점, 그리고 알고리즘이 계산한 나의 예상 별점을 본다. 그리고 이것들은 대체로 잘 들어맞는다. 물론 모든 추천영화들이 나의 취향은 아닐 때도 있지만 어느 정도 폭탄 같은 영화들은 걸러 준다는 데서 유의미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언제나 이런 불안은 도사리고 있다. 평점은 별로지만 나에게 정말 필요한 영화들이 있으면 어떡하지? 알고리즘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그런 숨은 보석 같은 영화들이 나의 눈에 띄지 못해서 선택받지 못하면? 이런 때는 영화를 고르는 직관이 필요하다. 그런 직관은 배우 혹은 감독에 대한 믿음, 아니면 단순히 포스터의 끌림에 의한 것일 수 있다.   



포스터는 중요해 



나는 시각적으로 현혹이 잘 되는 편이다. 때문에 포스터가 공들여서 잘 만들어졌다면 나의 눈에 띌 확률이 높아진다. 대체로 썬댄스 영화제(Sundance film festival)에서 수상, 후보가 되는 영화들의 포스터들이 그렇다. 그리고 대체로 그 영화들은 보고나면 만족스럽다. 

물론 선택에 있어서 포스터가 다는 아니다. 그것은 단지 영화의 첫인상일 뿐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포스터의 첫인상이 별로 인 영화들은 영화의 감상도 별로 인경우가 많았다(아닌 경우들은 <지구를 지켜라>, <김 씨 표류기>... 포스터가 영화가 전달하는 것에 비해 너무 유치하고 가볍다).


정말 자신의 영화를 사랑하고 잘 만들고 싶은 감독들은 포스터에도 신경을 쓸 것이다. 그런 마음이 포스터에 고스란히 담겨 져 있기 때문에, 포스터에 의한 영화 선택은 단지 미적 아름다움에 대한 끌림뿐 아니라, 감독의 성의를 볼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이 포스트에서 나는 이목을 끄는 포스터에 의해 보게 됐지만, 평점 5점 만점에 4점 (필자의 왓챠 피디아 평점) 이상의 점수를 이끌어낸 영화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영혼이 구원받는 기분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The fall> (2006) 





영상미가 아름다운 영화에서 항상 꼽히는 영화다. 아름다운 영상과 이야기 때문에 정말 소장하고 싶어지는 영화다. 24개국에서 찍은 꿈같은 풍경 보고 있으면 눈이 황홀해지며 이런 연출을 생각한 감독에게 절하고 싶어질 지경이다. 이 영화의 아름다운 풍경들은 CG가 아닌 현지에서 촬영을 해서 제작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다고 한다.  





영상미가 워낙 뛰어나 그 부분이 두드러지지만, 인생의 약자들에 대한 스토리도 굉장한 여운을 준다. 로이가 알렉산드리아에게 들려주는 오디어스의 이야기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마르케스의 소설을 읽는 듯 환상적인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리 페이스의 팬이 되었다. 


(국내판 포스터는 영 별로다..) 



체코의 사이키델릭 실험 

<판타스틱 플래닛 Fantastic planet> (1973), 르네 랄루




 

마약을 한 듯, 꿈 속인 듯 기괴한 이야기와 그림, 색감이 정신을 어지럽히는 영화들은 체코 초현실주의 작품의 특징이다.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면 유튜브에 체코 애니메이터 얀 슈반크메이어Jan Svankmajer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시길…기괴하고 엽기적인 것을 못 보시는 분들은 주의) 

‘트라그’라는 거인들이 지배하는 ‘이얌 행성’에서 ‘옴’이라는 작은 인간 종족들은 그들의 장난감으로 취급받는다. 한 거인 여자아이의 애완동물이 된 소년은 그들의 지식을 알게 되고 소녀의 헤드폰을 들고 탈출한다. 그리고 다른 옴족들과 함께 거인들에게 반기를 들려고 한다… 이것이 대략적인 내용이다. 




 

현실의 문제의식을 환상적인 세계로 치환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단순 초현실적인 작화와 연출법뿐만이 아니라, 인간중심주의가 만연한 세계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압도적 종족의 애완동물이 된 인간이라는 이야기가 주는 충격도 크다.  


 

예술가의 일상 탐미 <캐쉬백 Cash back> (2006) 






나는 역시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위의 두 영화처럼 이영화는 마술적 환상성이 두드러지진 않는다. 하지만 묘하게 계속해서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여자 친구에게 실연을 당하고 불면증을 앓게 된 벤은 그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기 위해 마트에서 야간 알바를 하게 된다. 손가락 관절을 꺾으면 시간을 멈추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벤은(이것이 상상인지 현실인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그게 중요하진 않다). 시간을 멈춰 여자들의 옷을 벗겨 드로잉을 한다. 

그리고 다른 아르바이트생 샤론을 좋아하게 되는데..  



뭔가 대단한 주제의식이 있다기보단, 독특한 이 영화만의 템포로 쇄말주의적이고 일상적인 감정들을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다소 이야기가 산발적으로 흩어져서 아무 생각 없이 보기 좋다. 

주인공이 미대생이고 여성 육체의 미를 찬미하는데, 영화 또한 탐미주의적인 연출을 통해 찰나의 아름다움을 잘 포착한다. 


이상 내가 사랑하는 영화 세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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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53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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