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쩌다애넷맘 Feb 29. 2024

끼리끼리


어릴 적에는 잘 몰랐으나 살다 보면 이 세상 어딘가에는 나와 완전히 다른 부류의 사람들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학교, 직장, 사회에서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와... 어떻게 이렇게 다르지?' 하며 흠칫 놀랐지만 신기하게도 내 주변에는 대부분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 보니 또 아무렇지 않은 듯 편안한 일상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세상에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하고 놀랐던 기억 중 하나는 이렇다. 그 당시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기 때문에 이 주제를 많은 사람들에게 거론하기도 했었다(물론 더 충격적인 사이코패스, 범죄자, 파렴치한 등은 아예 배제하고). 때는 바야흐로 15년 전쯤으로 그때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대신 카페 형식의 SNS가 각광받던 시절이었다. 나도 우리나라 대표 맘 카페에 가입하여 자주 카페에 올라오는 게시글들을 들여다보곤 했는데 하루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시어머니 때문에 속상해요"라는 게시글이었는데 이야기인즉슨 첫 아이 임신하고 있는데 시어머니가 복숭아를 한 박스 보내주셨다고 한다. 그런데 박스를 열어보니 상한 복숭아가 몇 개 있었다는 것이었다. 임신 중에는 일부러 예쁜 것만 골라 먹는 거라던데 어떻게 이런 복숭아를 보내주실 수 있는지 너무 섭섭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단다.


이런 게시글이 올라왔다는 사실도 내게는 너무 황당무계했지만 그 밑에 달린 수십 개의 댓글을 보고 나는 기함을 금치 못했다. 댓글이 하나같이 "시어머니 정말 너무 생각이 없으시네요. 시어머니가 너무 하셨어요. 너무 속상하셨겠어요. 저라도 화날 것 같아요" 하며 게시자를 두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게시자를 위로하기 위한 처사라고 보기에는 너무 과하게 공감하는 댓글들을 보며 나는 그만 아찔해졌다. 와... 이거 정말 나만 생각이 다른 거야? 


아니 시어머니가 임신한 며느리 먹으라고 복숭아 보내주셨으면 그걸로 되었지... 배송 중 복숭아가 과숙되어 변질이 되었거나 손상된 것까지 시어머니 책임이라는 것인가? 이런 게 왜 논란의 여지가 되는지 솔직히 나는 지금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냥 게시자가 임신 중이었던 것을 고려하여 호르몬의 여파로 상식적인 판단을 하는 게 어려웠던 게 아닐까 어렴풋이 생각할 뿐이다. 


이제는 맘카페를 비롯해 타 카페 활동도 거의 안 하지만 요즘에도 SNS로만 교류하는 일부 사람들이 올리는 포스트들을 보면서도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다.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못해 불편하고 불쾌한 마음까지 생기면 슬며시 친구 끊기를 선택하기도 한다. 지금도 친구를 끊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이 되는 몇 사람들이 있는데 그중 한 명은 정말 애매한 선을 왔다 갔다 한다. 그녀는 아마도 나와 비슷한 또래인 것 같다. 작은 회사의 대표이고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이기도 한 그녀는 거의 매일같이 포스팅을 하는데 주제는 거의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셀카로 외모 뽐내기인데 거의 매일같이 올린다. 감탄할 정도의 미모는 아니나 외모에 대한 자존감은 꽤 높아 보인다. SNS로 외모를 뽐내는 것은 워낙 흔한 일이다 보니 별로 특별할 것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그녀의 셀카 각도는 조금 신경 쓰이기는 한다. 두 번째로는 사업 이야기인데 보통 본인이 얼마나 대단한 인재인지를 어필한다. 증명할 수는 없지만 본인이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싶다. 마지막으로 신세 한탄인데 이 부분이 제일 이해하기 힘들다. 그녀는 워킹맘으로 힘들게 자녀를 키우는 부분을 가장 많이 어필하는데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밤까지 일했고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도 자식은 내 마음을 1도 몰라주고 망나니 짓을 하고 가족들마저도 속을 박박 긁는다는 것이다. 하소연이야 나도 많이 하는 일이고 여기까지는 충분히 있을법한 일이지. 


그럼 수많은 댓글들이 쇄도하기 시작한다. "너무 힘드시겠어요. 어떻게 이렇게 힘들게 버티세요? 눈물 나네요. 그래도 힘을 내세요."와 같은 위로와 응원의 내용들이다.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여기서부터 인데 위로의 댓글이 달리면 그녀는 "그렇게까지 힘든 건 아니에요. 저는 그렇게 나약한 사람은 아니니 위로까지는 사양합니다." 하면서 살짝 기분 나쁜 뉘앙스의 댓글을 남기기 시작한다. 아니 거의 이틀 건너 하루꼴로 장문의 하소연을 올리면서 사람들의 위로는 거부한다?  그렇다면 그녀는 그저 공개 일기를 쓰고 있는 것일 뿐인가? 나는 그녀의 심정을 공감하기가 힘들고 때론 그녀가 불편하게 비치지만 그녀 역시 나에게 같은 생각일 수도 있겠다 싶어 더 이상의 생각은 접어둔다. 


어쨌든 가끔 이렇게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을 만나 우리의 관계를 유지해도 괜찮은지 의구심이 들 때면 내가 그 사람에게 느끼는 에너지가 긍정인지 부정인지를 생각해 본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하고 만나고 나면 뭔가 불쾌하고 피곤하다면 당연 거리가 필요한 관계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내 주변을 지켜준 사람들에게 더욱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우리는 심지어 나이, 성별, 혈액형, 별자리, MBTI 등이 다르지만 서로를 썩 잘 이해하며 어울리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과 잘 맞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동물적 감각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끼리끼리는 과학'이라더니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내 상식선에서는 크게 어긋남이 없기 때문이다. 나의 기준이 보편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는 서로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일이 매일같이 일어나지는 않는 것 같다. 


예전에 모교사랑이라는 사이트를 통해서 수많은 초중고 동창들이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찾았었다. 10년씩 연락이 끊겼던 초등학교 동창생들을 다시 보니 반갑고 감회가 새로웠을 것이고 설렘 가득한 만남과 모임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몇 차례 만남 이후 결국 또 멀어졌다고들 한다. 그 이유인즉 몇 차례 만나보니 "지난 10년 동안 연락이 끊겼던 이유가 있구나. 역시 우리는 잘 맞지 않아"를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긴...... 잘 맞는 사람들이었다면 어떻게든 계속 연결이 되었겠지. 결국 사람들은 끼리끼리 놀게 되어있으니깐... 그러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면 주위에 사람들을 살펴보면 된다. 이보다 정확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