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나의 하루
- 매일매일이 괜찮습니다

에필로그

by 게으른 우보만리

2035년, 환갑을 맞은 나는 이 작은 집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다섯 시, 커피를 내리고 창문을 열면 시원한 산바람이 방 안을 가득 채운다. 텃밭에는 상추와 토마토가 자라고, 고양이들은 여전히 마당을 어슬렁거린다.


낮에는 내가 준비해온 일을 한다. 사람들의 삶을 기록하도록 돕는 일. 누구나 글을 쓰기 어려워하지만, 누구나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나는 그 과정 옆에서 묻고, 듣고, 정리해준다. 짧은 글이 한 권의 책으로, 몇 장의 사진이 영상으로 남을 때,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그 순간마다 나는 젊은 시절 겪었던 번아웃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저녁이면 희희재 마당에 앉아 하루를 정리한다. 잡초와 흙냄새, 고양이 발걸음, 그리고 불빛. 도시의 경쟁과 번아웃으로 지쳤던 과거가 믿기지 않을 만큼 아득하다. 지금은 단순한 하루가 나를 살리고, 그 단순함이야말로 내가 원하던 삶임을 알게 된다.


나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가끔은 흔들리고, 때로는 무너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다. 회복은 완성이 아니라, 일상의 연습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커피 한 잔, 흙 한 줌, 글 한 문장이 쌓여 나를 다시 세운다는 것도 알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날들은 더 단순하고, 더 자유롭고, 더 나답게 흐를 것이다. 내가 걸어온 발자국들이 언젠가 아이들과 손주들에게는 든든한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 기록들이, 지쳐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숨구멍이 되고, 삶을 붙잡아 주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내일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매일 매일이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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