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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까지 해야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참는다는 것은 지혜로워야 하는 일 이더라

by 김나현 작가

연우야, 은수야. 요즘 힘들지만 꾹 참고 하는 일 있니?


엄마는 '힘들지만 꾹 참았던 일'을 떠올리면 중학생 시절 보고 싶은 드라마를 참고 시험 공부 했던 때가 생각나. 그렇게 까지 꾹 참고 공부를 했던 이유는 MP3를 가지고 싶어서였어. MP3가 뭐냐고? 음악을 듣는 기계야. 엄마 어렸을 때 공부 좀 한다는 친구들은 MP3를 가지고 다녔어. 그걸로 영어공부도 하고, 노래도 들으면서 공부를 했거든. 엄마는 그런 친구들이 부러워서 할머니께 MP3를 사달라고 이야기했지. 넉넉하지 않은 집안형편이었기에 그냥 사달라고 하면 분명 안 된다고 하실 것 같아서 조건을 걸었어.


"엄마! 나 이번 중간고사 시험 평균 95점 넘으면 MP3 사주세요!"


할머니는 이런 엄마의 말을 듣고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셨어. MP3를 가지고 싶은 엄마는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지. 그런데 그 공부를 방해하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드라마야. 엄마가 시험공부를 할 즈음에 엄청 재미있는 드라마가 방영 중이었어. '대장금'이라는 드라마였는데, 그 당시 시청률이 약 60% 였으니까 대한민국 절반 이상이 대장금을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사람들이 보는 드라마였단다. 그만큼 재미있는 드라마였어.


시험기간에도 어김없이 거실에서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드라마를 보고 있었어. 엄마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드라마였지만 시험기간만큼은 드라마를 보는 대신에 시험공부를 하기로 선택했지. 거실에서는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드라마를 보고 있었지만 엄마는 MP3가 가지고 싶어서 꾹 참고 공부를 했단다.


그 결과 어떻게 되었냐고? 감사하게도 점수를 잘 받아서 할머니께서 MP3를 사 주셨어. 그 MP3를 고등학교 때까지 애지중지 가지고 다니며 노래를 들었단다. 엄마는 이때의 경험을 통해서 '아! 나는 내가 목표를 잡고 노력하면 해낼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것과 '지혜로워야 잘 참을 수 있구나!'라는 것을 배웠어. 무작정 참는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야. 그렇게 참고 노력했을 때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가 분명해야 '인내심'을 가질 수 있지. 그래서 무엇보다 내 마음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단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잘 알고 있어야 지혜롭게 인내할 수 있지.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서, 연우 은수가 요즘 참고 하는 일은 무엇이니? 가끔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거야. 어른이 된 엄마도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 그럴 때면 내가 무엇을 위해 이런 노력을 하고 있는지 다시금 이유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진단다. 엄마가 살아오면서 느낀건 나의 '열정과 인내를 쏟을만한 것'을 찾는게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거야.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 일'을 만난다는건 정말 행운이란다. 그 행운이 내 곁에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힘들때면 내 마음속 이야기를 깊이 들여다 보렴.


그렇게 해 보다가도 많이 힘들고 외로울 때는 엄마에게 넌지시 알려줄래? 그러면 우리 맛있는 디저트도 먹고, 먹고 싶은 음식도 먹으면서 힘들었던 이야기 두런두런 나누어 보자. 그러다 보면 흐릿해졌던 이유가 다시 빛을 되찾을지도 모르니까!

오늘도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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