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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현 작가 Jul 04. 2024

서핑, 내 심장이 두근거리는 순간

빛쓰다 글감#12,13,14,15 - 이수/영심이/케이론/마중물 작가님

앗! 요리해 주기를 바라는 글감들이 또 차곡차곡 모였다. 오늘도 그동안의 글감들을 모으고 모아 맛있는 글을 한편 써 보려고 궁리를 하다가 떠오른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서핑'이다.





당신이 듣고 있는 음악은?
내가 사랑하는 바다, 파도 소리


내가 듣는 음악은 '가사'가 있는 음악보다 '없는'음악이 더 많다.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이것도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면!) 파도소리다. 아이들이 모두 하교한 교실을 청소할 때 일부러 파도 영상을 틀어 둔다. 그러면 마음만은 시원한 바다 앞에 가 있다. 청소를 하면서도 바다를 생각하고, 올여름에도 꼭 한 번은 서핑을 하러 가겠다는 다짐을 하며 파도 타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


상상 속의 나는 바닷속에서 파도를 가만히 바라본다. 수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보면서 어떤 파도를 타 볼까 생각하며 파도의 일렁임을 즐긴다. '아! 저 파도를 타봐야겠다!' 싶어 속도를 내다보면 파도에 몸이 붕 떠오르는 것을 느끼고 보드 위에 딱 서서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캬, 상상만 해도 짜릿하고 행복한 순간이다. 온 세상이 내 것 같은 그 순간!




나의 인생 음식은?
서핑 후에 먹었던 컵라면

한 번은, 서핑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이자 아는 언니가 들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나현아, 태풍이 오고 있데!!" 처음 서핑을 배울 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태풍이 오고 있다는 말은 서핑을 제대로 즐길만한 파도가 오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 그렇구나! 태풍 올 때 바다가 엄청 성나있는데 그게 파도타기 안성맞춤인 시기구나!' 그때 알았다.

지구의 온 에너지가 바다에 모여있는 그 시기, 파도는 거침없이 너울거린다. 파도를 어느 정도 탈 줄 아는 고수들은 수없이 밀려드는 거품 속으로 파고 들어가 먼바다로 나가지만, 아직 초보인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나도 저들처럼 먼바다로 나가 파도를 타고 싶지만 아직 내 실력은 그만큼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밀려오는 거품도 전과 다르게 힘이 강했다. 그 위에 몸을 태우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자꾸만 오기가 생겨서 어떤 파도든 가리지 않고 보드를 들이댔다. 그러다 저 멀리에서 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현아! 얼른 나와! 지금 번쩍 했어!"

태풍이 오는 날 파도를 타는 것은 좋지만 찌릿 무언가 번쩍이는 게 보일 때는 꼭 바다 밖을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기에 감전될 수 있다. 실제로 감전되어 사망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아..., 지금 오는 파도를 타면 딱! 잘 탈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보드를 끌고 나왔다. 멈추는 법을 모르는 나에게 서핑은 멈추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자, 여기. 지금 막 물 올렸어."

언니가 모락모락 김이나는 컵라면을 주었다. 그 컵라면이 평소 먹던 컵라면은 아니었지만 호호 불어가며 정말 맛있게 먹었다. 격한 파도 속에서 알게 모르게 온 체력을 다 쓴 모양이었다. 어떤 컵라면을 먹어도 그때 그 컵라면 맛이 안 난다. 먹으면 먹을수록 온몸을 뜨끈하게 채워주던 그 음식이 나의 인생 음식으로 남아있다.





나의 덕질은?
여름이 시작됐다! 서핑을 시작하자!
ready, set, go!

사실 우리나라는 여름에 서핑 하기 좋은 나라는 아니다. 해류의 흐름상 가을이나 겨울이 서핑하기 좋다. 그.래.도. 나에게 여름이 시작됐다는 것은,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서핑을 시작할 수 있는 날이 다가온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때즈음 유튜브 영상으로 서핑영상을 찾아본다. 서퍼들이 멋있게 파도를 타는 모습을 보면 심장이 막 나대기 시작한다. 당장 윈드파인더 어플을 켜고 오늘 바람은 어떤지, 파도는 어떤지 보게 된다. 가지 못할걸 알면서도 마음은 벌써 바다에 가 있다.

일상 속의 지치고 힘든 순간, 나를 다시 가슴 뛰게 만드는 것이 바로 서핑이다. 지금 당장 그것을 할 수 없지만, 곧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만으로도 나를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 시작하지 않았지만 시작했을 때만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서핑이다.

남편과 여름휴가 계획을 짜면서 이번에는 어디를 갈까 고민한다. 그러면 나는 가장 먼저 근처에 서핑샵이 있는지 살그머니 확인한다. 혹시 모를 자유시간 동안 서핑을 할 수 있을까 상상하면서 말이다.




내가 듣고 싶은 감사의 말은?
이 글을 읽고 나니 서핑이 배우고 싶어 졌어요!

누군가에게 이 글을 통해 서핑의 맛을 조금이라도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서핑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면 좋겠다. 내가 좋으면 남에게도 자꾸만 해보라고 옆구리 찌르는 오지라퍼다 보니 '작가님 글을 읽으니 글이 쓰고 싶어 졌어요. 저도 써봐야겠어요' 라거나 '작가님 글을 읽고 저도 해봐야겠어요! 저에게 새로운 분야를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 행복하다.

이 글을 읽고 서핑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생겼다면, 바다에 둥실 몸을 맡기는 그 경험을 꼭 해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경험이 담긴 글을 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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