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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 Oct 16. 2023

특별한 듯, 특별하지 않은

나만의 방식

웹소설 작가. 이 일을 전업으로 하겠다고 마음먹은 지 3년이 되었다. 하루 8시간 넘게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어떤 환경에서 작업하면 집중이 잘 되는지, 어떤 운동을 해야 잘 맞는지, 아이디어는 언제 폭발적으로 나오는지, 나 자신에게 집중해서 파악하게 되었다.


1. 작업실


내 작업실은 하얀 벽, 책상 기준 오른쪽에 창문, 그리고 하얀 커튼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환경은 첫 작업실이었던 용산 오피스텔에서 익숙해진 건데, 지금 작업실로 이사 오고 나서 책상 배치를 이리저리 굴리며 새로운 환경에서 작업하고 싶었다. 근데 어떤 곳에 놔도 작업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벽지도 울긋불긋 벽돌모양 벽지였다.

하얀색 페인트를 3번이나 덧칠하고, 하얀 커튼을 달고, 오른쪽에 창문을 두는 구조에 책상을 두고서야 마음이 안정되며 글이 써지기 시작했다.

작업공간과 관련된 또 다른 에피소드가 있다면 왼쪽이 큰 물건(책장이나 가림막)으로 가로막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본가에 가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쓰던 책상이 있는데, 그 책상의 왼쪽에 큰 책장이 있다. 그곳에서 소설을 처음 썼고, 29살까지는 계속 그곳에서 작업했으니, 왼쪽이 가로막힌 작업 공간이 안정을 주는 모양이다.

이 얘기를 드라마 작가 선생님에게 했다가 크게 혼났다. 작가한테 중요한 건 작업공간이 아니고, 어떤 환경에서도 작업을 해야 하는 거라고. 그 말을 듣고 지금까지 내가 글 쓰는 일을 한다고 허세를 부리고 있었구나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이게 내 스타일인 것 같았다. 내가 이런 환경에서 작업하는 게 좋은 걸, 어떡하겠는가.
(물론, 마감 앞두고는 환경이고 나발이고 보이지 않는다. 그때는 어디서든 쓸 힘이 마구마구 솟는다.)


2. 저녁 9시 30분, 산책

원래는 줌바에 빠져 있었다. 5년 동안 특별한 일 아니면 계속해서 줌바를 해왔다. 물론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내가 동작을 외우지 않아도, 선생님의 움직임을 보며 따라 할 수 있는 줌바는 스트레스 해소에 아주 적격이다.

그런데 줌바가 없는 날은 밤 산책을 했다. 1시간 정도 걷는 그 시간이, 가로등이 있어도 어두운 탓에 오히려 생각이 집중되는 길을 걷는 게 너무 좋았다. 줌바도 좋은데 글쓰기에는 산책만큼 좋은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를 온 후, 줌바가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그러면서 밤에 산책을 매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근데 오롯이 내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명상의 시간과 어쨌든 유산소 운동을 하는 시간이 겹치면서 1타 2피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3. 밤 12시, 미래 계획

예술가들은 야행성이 많다. 사실 나도 낮에 8시간 글 쓰는 것보다 밤에 4시간 글 쓸 때 더 폭발적으로, 더 많은 양의 글을 쓴다. 그래서 한동안은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작업을 했다.

그렇게 살다 보니 눈이 망가지고, 소화불량에 허리까지 나빠졌다. 그다음부터 잠드는 건 무조건 밤 12시를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늦은 밤에는 뭔가 작업을 하기보다, 앞으로 뭘 쓸지, 어떤 걸 쓸지 상상을 종이에 풀어낸다. 즉, 스토리보드를 만든다.



작가들마다 저마다의 작업환경이 있고, 자신만의 생활방식과 패턴이 있다. 그래서인지 내 작업실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막상 오면 조금 실망하는 눈치다. 일반 사무실과 별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갖추는 건 중요하다. 작가에게 중요한 건, 남들의 시선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인 듯하다.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내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과 내면에 대한 공부가 되어야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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