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내가 생각했던 삶은 이게 아닌데?
삶이란 무엇인가
'삶'
명사
1. 사는 일. 또는 살아 있음.
2. 목숨 또는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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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한 건 2013년 4월 17일이었다. 그때 네이버에 웹소설 파트가 생겼는데, 그게 언제 생겼는지도 모르는 채, 그냥 무턱대고 챌린지리그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 없이 벌린 일이 내 삶을 이끌고 가게 될 업이 될 줄도 몰랐다.
나의 첫 웹소설은 '붉은 눈의 공주님'
홍국, 청룡국이라는 가상의 동양풍 나라를 배경으로 했다. 대대로 붉은 눈을 가진 남자 후계자가 태어나는 홍국에, 붉은 눈을 가진 '공주'가 태어나면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23살이었던 대학교 4학년에 시작했던 이 소설은 2년의 시간을 거쳐 25살에 끝이 났고, 종이책으로 출간을 했다.
그 2년의 시간 동안 나는 대학을 졸업했고, 대학원과 조교생활을 병행하며 인생에서 처음 맛보는 지옥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집에도 못 갈 정도로, 하루에 3시간밖에 못 자던 상황에서도 글을 썼던 건, 그게 그 당시 나의 유일한 도피처였기 때문이었다.
소설을 쓸 때면 다른 세계로 여행을 가 있는 기분이었고, 독자들의 댓글을 보면 기분이 좋았다.
내 머릿속에만 있던 상상 속의 세계를 밖으로 끄집어내서 다 함께 웃고 공유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챌린지리그에서 시작한 소설은 업로드할 때마다 1위를 찍었고, 베스트리그에 올라가서도 계속 1위를 했다. 그리고 출간계약과 카카오페이지 연재까지.
지금이라면 우와-!할 정도의 일이지만, 그때의 나는 그 일이 어디까지나 취미생활의 일환이었기에 그냥 약간의 자랑거리지, 웹소설 작가를 직업으로 삼아 평생 이 일로 먹고 살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러니, 나는 웹소설작가로 살아가게 될 줄 조금도 짐작하지 못했다.
내 전공은 고고미술사학과였고, 대학원에서는 불교미술사를 주전공으로 공부했기 때문이었다. 10년 뒤의 나는 당연히 불교미술사_그러니까 불상이나 불화를 다루는 큐레이터가 되어, 어느 박물관에서 일하며 멋지고 안정된 삶을 살 줄 알았다.
근데, 이상하게 전공 쪽으로 아무리 입사지원을 해도 넣는 족족 서류탈락이었다. 어디있는지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사립박물관 인턴직에 서류를 넣어도, 연고 하나 없는 머나먼 지방 박물관 말단직에 지원해도, 면접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을 정도였다.
그에 반해, 웹소설은 끊임없이 일이 들어왔다. 편집자님들을 만날 때마다 출간 계약을 했고, 머릿속에는 어쨌든 스토리와 캐릭터가 계속 떠올랐다.
'우와, 그런 웹소설 작가라면 돈 많이 버시겠어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얼마나 거짓된 미소를 지어야 하는 지 사람들은 알까.
연예계와 같은 이 세계에서 그나마 사람노릇 하며 살 만큼 돈을 버는 작가는 상위 0.00001%정도라는 것도 말이다.
그리고 나는, 입에 풀칠조차 어려운 나머지 99.99999%에 속하지만 이 일을 놓을 수 없다는 것도.
단 한 번도, 내가 작가의 길을 걷고, 작가를 전업으로 삼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이토록 불안정하고, 눈치 보며 가난한 삶을 살게 될 줄은.
내가 생각한 적 없던 삶.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삶.
내 미래에 고려해본 적 없던 삶.
그 삶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