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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 Jun 27. 2023

웹소설을 쓴다는 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난 전생에 어떤 존재였길래...

"이러니 전생에 죄 많은 인간이 작가로 태어난다는 말이 생기지."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3화 , 진오의 대사


***


  극 중 작가와 관련된 대사는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이 대사가 가장 크게 와닿았다.


 하필이면 내가 잘 쓸 수 있는 글은 "웹소설"뿐이다. 순수문학도, 뉴스기사도, 시도, 노래 가사도 아닌 웹소설.


 그래서 나는 이 대사를 들으면서 아무래도 나는 전생에 엄청난 죄를 짓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아마도  끝없이 고뇌하고, 몇 시간을 앉아 글을 쓰고, 감정이 밑바닥까지 긁여 먹히는데도, 내 머릿속에 있는 상상을 글로 써내야 살아갈 수 있다. 이건 쉬운 글을 쓰는 걸로 알려져 있는 웹소설 작가도 마찬가지다.


 근데 고생 끝에 오는 낙은 그 크기가 너무 작다. 아무리 배고파야 좋은 글이 나온다고 하지만 말이다.


 그게 아마도 전생에 죄 많은 사람이 작가를 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 웹소설을 쓴다는 건, 과연 축복일까?


"글 쓰는 재주를 타고났으니 얼마나 좋겠어요."


글을 쓰는 게 사람들 눈에는 아주 멋있어 보이나 보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글을 쓰는 작가에 대해 콩깍지가 애초부터 없었다. 왜냐면, 난 작가가 될 거란 생각이 조금도 없었으니까!


물론, 내가 원한 적 없는 재능이라고 해서 한탄만 하는 건 아니다. 웹소설 "작가"라는 타이틀에서 사람들이 주목하는 건 바로 "작가" 다.


 작가라는 직업을 듣는 순간, 사람들의 대우는 달라진다. 나를 보는 시선에 사람들의 동경과 선망이 느껴지고, 종종 서비스를 받기도 하고, 어쩔 때는 선물을 받을 때도 있다.

 그러니, 가라는 건 분명히 축복이다.


 그런데 "웹소설" 작가라고 다들 의아해한다. 그건 뭘 쓰는 거냐는 질문을 받을 때도 있다.

 솔직히 웹소설 작가가 대접받기 시작한 건, 불과 3-4년밖에 되지 않는다. 10년 전에 웹소설 쓴다고 하면 '그게 뭔데?'라는 반응이 제일 많았고, '그거 쉬운 글 아니야?'라는 반응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런데, 그 반응이 뒤집어지기 시작한 건, 웹소설이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 되면서부터였다. 스낵컬처라는 특성을 가진 웹소설은 흥미가 있어야 하고, 자극적이어야 한다. 이러한 특성은 사람들의 주머니를 열게 하는 일등공신이다.


 게다가 쓰는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회빙환으로 무장한 먼치킨 주인공, 재벌 3세, 중세의 화려한 귀족 문화, 중원의 은둔고수들, 등등. 대게 웹소설의 세계관과 캐릭터는 현실에는 없는, 정말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들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나는 웹소설을 쓸 때면, 현실을 벗어나서 낯선 세계로 여행가는 기분이 든다.


뭐, 여기까지만 들으면 웹소설을 쓰는 건 나름 축복처럼 들리기도 한다.



- 그런데 왜 웹소설을 쓴다는 건 저주일까?

 

웹소설의 세계만큼 빈부격차가 심한 곳이 또 있을까.


타인의 동경과 내가 글 좀 쓴다는 자랑만으로는 웹소설 작가의 길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을 버틸 수 없을 만큼 벌이가 적다. 당연히 사람노릇 하면서 사는 것도 쉽지 않다.


8시간, 일일 8,000자.


이게 내가 하루에 웹소설에 투자하는 시간과 써야 하는 분량이다.

 거기에 노트북을 켜고 쓰는 전기료, 작업 중 먹어줘야 하는 커피, 머리 회전 팍팍되라고 중간중간 먹는 초콜릿, 그리고 글 쓰기 적합한 안성맞춤 작업공간까지 찾다 보면 웹소설을 쓴다는 건 생각보다 돈이 꽤 많이 드는 일이다.


근데 연봉은 70만 원. 운 좋으면 100만 원.


 돈이라도 받는 웹소설 작가는 실력이 있는 거라고 한다. 대다수는 돈을 받기는커녕, 돈은 못 벌어도 좋으니까 플랫폼에 올린 걸로 만족해야 한다. 출판사를 쫓아다니면서 제발 내 작품을 플랫폼에 올려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쯤 되면 웹소설을 쓴다는 건 나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대비, 너무나도 결과가 처참한 작업이다.


 그럼에도 이 일을 놓지 못하고 버티는 건, 언젠가 작품이 빵 터져서 스타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작품 하나가 크게 터지면 지금까지의 고생이 모두 금전적인 보상으로 돌아올 테니까.


 웹소설이 돈이 되는 시장인 건 맞다. 걔 중에는 억대 연봉을 찍는 스타 작가도 있고, 쓰는 작품마다 대박 치며 독자들의 돈을 쓸어 담는 작가도 있다.

 

 그런데 그런 작가가 몇이나 될까.


웹소설 작가의 세계는 철저하게 피라미드 구조다. 그중 가장 꼭대기의 극소수는 톱스타와 같은 삶을 살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아래에 널리고 널린 작가들은 절대 전업만으로 작가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


음, 내 위치는 대략 중간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나는 출판사를 쫓아다니면서 제발 내 웹소설을 올려달라고 사정하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웹소설을 쓸 때마다 생각한다. 내가 이 재능을 가지고 있는 건 과연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지금까지는 저주에 가까운데, 어느 미래에 온전히 축복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웹소설을 다.


 스타 작가가 되어 저주에서 풀리는 그날까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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