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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 뭔가 이상해!

이상하면 이상이 생겼다고 이성을 깨워야 한다.

by 글하루

어제밤에 차에 카드를 놓고 온 거야

아침이라 머리가 눌려서 모자를 썼어.

차있는 곳으로 가서 차문을 열려고 보니 차키를 집에 놓고 왔네

다시 올라가서 차키를 가져와 차문을 열고 카드를 챙겼어.

집에 와서 카드를 놓고 모자를 벗으려니 모자가 없네

차에 모자를 놓고 온 거야.

내려가서 모자를 가지고 집으로 왔지.

그리고 카드를 지갑에 챙겨 넣으려고 보니까 카드 놓은 곳이 어디더라.......

와~~ 내 정신 어디에 놓은 거니~




잠깐 아침에 생각할 게 있어 생각하다가 생각 없는 짓을 해버렸다.

'오늘 조심해야겠군.'

지갑이 어디 있더라까지 가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위로했다.

무언가 흐름이 이상하면 무언가를 조심해야 한다.

'오늘 좋지 않아. 경계태세야.'


아침에 차를 운전하며 유난히 방어운전을 했다.

'삐리링~'

전화가 왔다.

업무 관련 미팅시간이 상대방의 급한 일로 바뀐 것이다.

빨리 가야 했다.

마음이 급해져서 방금 전까지의 평온함이 사라지며 조급해졌다.

'부웅~' 발에 힘이 들어갔다.


그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진짜다. 이럴 때 조심해야 해.

조금 빨리 가려다가 사고 나면 아예 가지 못한다.'

다행한 일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니....

발을 떼는 찰나 갑자기 앞에서 차가 급정거를 했다.

화악 켜지는 앞차의 시뻘건 빨간불.


'끼익~~~~~~~'

번개의 시간. 온몸이 앞으로 쏠렸다.

내 발의 관성은 액셀에서 힘을 빼는 순간이어서 급히 브레이크로 발이 옮겨졌다.

액셀에서 발을 떼는 순간이 아니었다면 사고의 순간과 만났을 것이다.

그 잠깐의 결정이 오늘을 결정해 주었다.

한숨이 길게 절로 나왔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서 좋은 건 경험이 쌓이면서 지혜가 생긴다는 것이다.

책에서 알게 된 지혜보다 생활이 가르쳐준 지혜가 피부에 와닿는다.

무언가 좋지 않은 흐름이 생기면 내 리듬이 엇박자가 난 상황이라

다음 박자에 또 어긋날 일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침에 차에서 카드를 가져오며 정신 나간 사람처럼 왔다 갔다 한 것은

이미 내가 평상시의 활동 능력이 아닌 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내 바이오 리듬의 관성은 나쁜 쪽으로 방향을 잡았을지 모른다.


내가 최전방의 경계초소에서 밤에 근무를 하는데

가까운 곳에서 '부스럼 부스럭'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동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일 수도 있다.


그때는 온 신경을 집중해서 경계하고 살펴야 한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무언가 평상시와 다르다면 누군가 무언가 내 앞으로 '부스럭'다가오는 신호이다.

어쩌면 내가 그런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행동으로 말이다.


조심해야 하는 신호를 알아채는 것이 행운이며 능력이다.

조심조차 하지 못한 사고는 힘을 빼고 갑자기 맞는 어퍼컷이다.

힘을 주고 대비하면 견딜 수 있지만 갑자기 맞는 어퍼컷은 치명적이다.


유비무환은 맞지 않을 것을 준비하는 것이지만,

때로는 맞을 것도 준비하는 것이다.

전쟁에서 경계에 실패한 장수은 용서가 되지 않는다.

전투보다 경계가 먼저이다.


방어 운전의 첫 번째는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계속 확인하는 것이다.

내 생활을 두리번거리자.

두리번은 기웃기웃과 다르다.


일상의 흐름이 바뀌면 조심하자.

조심해서 나쁠 게 없다.


해결하는 지혜보다 예방하는 지혜가 더 귀하다.



갑자기 생각난다.

군대 생활할 때 군수과에 두명의 선임병이 있었다.

한 명은 너무 쉽게 일하는 것처럼 보였다.

미리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서 문제가 없었고,

문제가 생겨도 간단히 해결됐다.

한 명은 늘 문제가 생겨 바빴다.

문제처리 하느라 정작 해야할 일이 펑크나서 또 문제가 되었다.

늘 책상이 깨끗했고, 후자는 책상이 늘 어지러웠다.

내 책상?

대충 깨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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