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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Jun 16. 2024

최치원을 생각하는 상서장

경주의 관문인 경주 IC를 지나 보문단지 방향으로 향하다보면 야트막한 언덕에 한옥 한채가 보입니다.

계단이 꽤나 가팔라 오를 엄두가 잘 나지 않는 이곳은

신라 말 대표적인 유학자인 최치원의 이야기가 전하는 상서장입니다.


상서장으로 오르는 계단. 이렇게 많은 계단을 조성한 건 아마도 상서장으로 향하는 동안 이곳의 주인공인 최치원에 대한 존중을 바라는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상서장은 최치원이 당시 국왕이던 진성여왕에게 국가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열가지 계책을 올렸다는 시무십조를 쓴 곳으로 전하는 장소입니다. 그가 지금으로부터 1100여년 전 인물임을 생각해 볼 때 시무십조를 쓴 역사적 장소가 아직까지 그 모습을 온전히 전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지만, 아마도 처음 당시 모습 그대로는 아닐겁니다. 최치원이라는 인물의 생애를 생각해보면, 더구나 그의 마지막이 여전히 오리무중인 걸 생각해보면, 후대에 그의 삶과 업적이 대대적으로 주목 받았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흔히 신라 하대 6두품의 대표적인 인물로 여겨지는 최치원.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신분제의 한계로 인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최치원. 


상서장으로 들어가는 추모문



신분제가 사라진 지금이지만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건

1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어떤 삶의 원칙 같달까요.



상서장



상서장을 검색해보면 어떤 건물로 구성되어 있는지,

그리고 조선 고종때 세워진 비석에 대한 내용등

사진만 다를 뿐 비슷한 내용들로 채워진 컨텐츠들이 많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곳은 최치원이 시무십조를 쓴 곳으로 전해지는 곳이지

시무십조를 쓴 장소라고 명확하게 밝혀진 건 아닙니다.

지금처럼 사진이나 영상이 남아있어 최치원이 시무십조를 쓰는 모습이 남아 있는것도 아니고

토지대장이 있어 상서장이 있었다는 내력이 전해지는 것도 아니죠.

그렇다고 이곳에서 상서장이라는 장소와 관련된 유물이 발굴된 것도 아닙니다.


다만 오랜시간 구전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와

문중에서 장소를 관리해 오고 계시기에 상서장이 있던 장소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죠.

과거 주거공간은 대부분 목재로 지어졌기에 경주 곳곳에 남아 있는 석탑처럼 처음 모습을 알 수 있는

건축물은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누군가의 손길로 한 사람의 삶을 생각할 수 있고

또 그 사람의 삶이 오늘의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볼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건

그것 자체만으로도 또 하나의 시간이 쌓여가는 장소라는 의미가 있는 것이기에

자체적으로 비용을 들여 공간을 이어나가는 분들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런 곳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많은 사람들이 찾고 또 누군가는 도움의 손길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그렇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경주의 장소들을 하나씩 기록하고 소개하고자 합니다.



상서장 마루에 앉아 바라본 풍경




예고된 날짜보다 하루 늦게 글을 올리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앞으로는 지연 없이 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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