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서원
전국에 지역마다 하나씩은 남아 있는 서원.
보통은 성리학과 관련 있는 유학자를 기리는 공간이지만
경주 서악서원은 좀 다릅니다.
이곳의 최초 제향 인물은 바로 김유신이었어요.
유학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조선시대 인물도 그렇다고 고려시대 인물도 아닌 신라의 장군을 기리는 서원.
서원스테이로도 이용되고 있는 이곳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너무 옛 것을 지키기만 하지도
그렇다고 현대식으로 재해석만 하지도 않는
과거와 현재가 적절히 공존하고 있는
함께 시간을 공유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더욱 감사한 건 찾는 발걸음을 마다하지 않고
넓은 마음으로 반겨주시는 관리자 분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서악서원이 위치한 서악동은 지명에서도 보이듯 서쪽에 있습니다. 신라의 중심부였던 월성에서도, 그리고 조선시대 읍성이 있던 경주읍성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모두 서쪽에 위치해 있기에 형산강 기준 동쪽 편의 경주 시가지 일대를 기준으로 서악이라는 명칭이 붙었겠지만 지금처럼 교량이 없었을 과거를 생각해 보면 경주의 중심지를 구분 짓는 자연 요소인 형산강을 기준으로 서쪽에 있다고 생각하면 찾기가 더욱 쉽게 느껴집니다.
경주터미널에서 차로 약 5분 거리에 불과할 정도로 근거리에 위치한 곳이지만 경주시내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고요하고 아담한 공간입니다. 앞서 소개한 도봉서당이 있는 곳이기도 하죠. 도봉서당이 제한적으로 출입이 가능하다면 이곳 서악서원은 대부분 문이 열려 있습니다. 혹 잠겨 있다면 안내된 연락처로 문의를 하면 열어주시기도 하고요.
그게 가능한 이유는 서악서원 바로 옆에 관리사가 함께 있는데 이곳에 거주하면서 관리하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한옥에서, 고택에서 사는 삶을 꿈꾸지만, 며칠, 혹은 일주일 정도는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삶의 공간이 되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한옥에서 산다는 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여러 불편을 감수해야 하니까요.
그럼에도 누군가는 그 불편한 삶을 기꺼이 오늘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가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 오히려 돈을 더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처럼 목재 값이 저렴한 것도 아닌 데다 유지보수 하는데도 상상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공간을 여전히 이어가고자 하는 건
어떠한 사명감이나 헌신, 희생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기에 이런 공간들을 볼 수 있게 될 때면 그저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혹시나 방해가 될까 봐, 나 때문에 청소를 더 하시게 되진 않을까 그런 걱정을 하지만
이때까지 제가 만난 분들은 모두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전엔 뭐 귀한 게 있나 싶어 좀도둑이 들기도 했다는데.
반갑지 않은 손 외엔 오히려 사람들이 많이 찾아 손때가 묻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말씀이 많았습니다.
누군가 찾아서 거미줄도 좀 치워주고, 잡초라도 하나 뽑아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손이 줄고
공간은 유지될 수 있으니까요.
전엔 굳게 잠겨있었던 사당으로 향하는 문이 오늘은 열려 있어서 들어가 볼 수 있었습니다.
서원에서 가장 신성시하게 여겨지는 곳인 만큼 보통 제례가 있을 때 외에는 개방되지 않는 공간이거든요.
서악서원을 찾는다면
입구에 있는 누각인 영귀루에 꼭 올라보세요.
보통 서원의 누각은 출입을 못하게 막아놓은 곳이 많은데 이곳 영귀루는 올라갈 수 있거든요.
한 여름에도 이곳 영귀루에는 솔바람이 솔솔 불어와 누각 기둥에 가만히 기대어 있다 보면
잠이 솔솔 오는 그런 편안한 공간이랍니다.
아참, 방해가 되지 않게
서로 매너는 지켜주는 센스는 잊지 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