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없는 인생 (부제: 나는 자연인이다.)

10/3 민기록을 잡자

by 오뚝이


10/3 금요일


원래도 화장을 과하게 하지는 않지만 좀 꾸미고 나가고 싶을 때는 비비크림, 마스카라, 립스틱, 볼터치 정도는 하는 편이었는데 화장을 안 하는 삶을 산 지 꽤 됐다.

요즘에는 선크림도 안 바르고 그냥 모자를 눌러쓰고 다닌다.

미용실에 가지 않은지 1년이 됐고, 단발이었던 머리는 많이 자라서 어깨 좀 넘게 자랐다.

항상 있었던 앞머리는 사라진 지 오래다.

머리를 하나로 묶으면 이마가 다 드러난다.

내가 이렇게 '자연인'이었던 적이 있었나. 누군가의 시선 따위 하등 신경 쓰지 않았을 때가 있었나 싶다.

아! 있었지!

대학 졸업 후 2년 간 캄보디아에 있는 NGO에서 일하며 살았을 때도 자연인 그 자체였다.


그때 생긴 잡티가 아직도 얼굴에 남아있다. 땀 때문에 선크림이 흘러내려서 선크림을 잘 바르지 않고 지냈던 것을 이제 와서 후회한다...

(레이저를 두 번 했지만 없어지지 않는다..)


옷은 상의는 무조건 라지 아니면 엑스라지를 입고 바지도 허리가 끼지 않는 츄리닝을 입는다.

양말은 색깔별로 있다.

양말도 이제는 그냥 손에 잡히는 것을 신는다.

예전에는 그래도 모자를 다양하게 쓰고 다녔는데 이제는 모자도 제일 편한 거 딱 하나만 쓰고 다닌다.

제일 편한 거라고 하면 모자가 깊어서 얼굴이 거의 다 가려지는 것이다.

걷다가 사람이랑 부딪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점.


고시촌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최적의 장소인 이유는 이렇게 거지꼴로 다녀도 아무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왜냐. 다 비슷비슷한 몰골이기 때문.

내가 신촌이나 강남에서 학원을 다녔으면 지나가는 사람들과 은근히 스스로를 비교하며 자괴감이 들었을 거 같다.


'꾸밈'에서 벗어난 삶.

사실 정말 편하다.

산다는 것은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인데 나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공부'만 하면 되니까.

현재 나의 최대 고민은 밥을 뭐 먹을지, 커피를 어디서 사 마실지 정도니까.

조만간 어디서 밥 먹을지 고민하는 것도 귀찮아서 고시식당에 출석도장을 찍을 거 같다.

딱 한 가지, '공부'에만 몰두하면 되는 인생.

고민 없는 인생.

어쩌면 지금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긍정의 기운이 차오르는 이유는 뭘까.

나는 원래 이렇게 긍정적인 사람이 아닌데 말이지.

이 긍정의 기운이 추석 연휴 때까지 이어져서 공부를 신바람나게 해보고 싶구만.


나에게 올해 수험 인생 최대의 시련을 안겨주고 있는 민사기록형을 부셔보자.

선생님 말씀으로는 민기록은 워낙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소송물이 총 8개가 나온다고 하면 그 중 절반만 맞추면 평타를 치고 한 개나 두 개를 더 맞춘다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한다.

다 맞춘다는 접근 자체는 심리적으로 안 좋다고 하니 합격생들이 주로 받는 성적인 95점에서 105점 구간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한다. (만점은 175점이다.)

오케이. 접수.


나 자신, 힘내자.


내일 드디어 집에 간다…

학원 일정이 내일 끝난다.

비수험생들은 오늘부터 쉬는 날인지 좀 전에 알았음.

개천절이구나! 몰랐음.

집에서 무슨 공부를 해야할지 계획이나 세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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