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인생은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아
10/7 화요일 저녁
내겐 내일이 연휴 마지막 날이다.
학원이 목요일부터 정상 운영되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풀자습을 할 수 있는 꿀 같은 날이 내일 단 하루만 남았다니. 풀자습을 할 수 있는 날은 평소보다 훨씬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공부를 하다가 과거의 내가 (도대체 왜) 시뻘건 색으로 필기를 해놔서 도저히 읽기가 싫었다. 별 다섯 개 판례가 주는 압박감. 겁나게 중요한 건 알겠는데 도저히 공부할 엄두가 안나는 그런 판례 등장. 다음부터는 절대적으로 검은색이나 파란색 펜으로 필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야 눈도 덜 아프고 심리적 진입장벽이 낮을 거 같아서다.
예상대로 연휴 동안 세운 계획을 다 실행하지는 못할 거 같다. 항상 밀린다. 적당한 계획이란 없는 거 같다.
적당한 공부, 적당한 시험이란 없으니...
요즘 점심을 먹고 나면 항상 소화가 잘 안 된다.
그래서 더부룩함이 없어지고, 배고플 때까지 기다리다 보면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무언가를 먹기가 꺼려진다. 집에 먹을 것은 많은데 왜 먹지를 못하니...
밥때를 놓치고 그냥 자면 너무 배고파서 일찍 눈이 떠지는 거 같다. 저녁에 먹을 위에 부담되지 않을 가벼운 음식이나 과일을 챙겨놔야겠다.
본가에 있을 때는 마음이 불안해서 얼른 고시촌으로 돌아오고 싶었는데 여기에 있으니 하루 만에 다시 집에 가고 싶어진다. 다른 게 아니고 혼자 견디는 것이 힘들기 때문인 거 같다. 그래서 학원을 다니는 거 같다. 학원에서는 혼자가 아니고 나 같은 애들만 있으니까. 누구라도 옆에 앉아있으면 나도 따라서 어떻게든 공부를 하게 되니까. 그런데 학원이 너무 부대낀다.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그래도 극복해야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니. 다른 애들이라고 해서 좋아서 학원에 앉아있는 것은 아닐 테니.
문득 로스쿨 3학년 시절, 10모 기간이 떠오른다.
휴식일에 나는 완전히 무너졌었다.
졸업시험에 통과하려면 10모를 잘 봐야 했기 때문에 부담감이 엄청났다. 휴식일에 나는 엄마에게 전화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린애처럼 엉엉 울면서 나 더는 못하겠다고, 지금 당장 집에 가겠다고 말했다.
엄마는 공부 안 해도 되니까 일단 좀 쉬고, 잠이라도 자고 일어나라고 하셨다. 밖에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엄마는 내 성격에 정말로 시험을 포기하고 집에 올 거 같냐고 하시며 일단 잠을 좀 자고 쉬라고 하셨다. 엄마의 말에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안도감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줘서 엄마와의 통화 후에 오히려 더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나는 한 번에 졸업시험을 통과했다.
나에겐 힘이 있다.
어려움을 버텨내는 힘.
내 안의 힘을 믿자.
제발 믿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