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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자가 아닌 도전자

이 세상에 수많은 도전자들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를

by 오뚝이


@서울숲


10/16 목요일


학원 출근


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사람들은 내일부터 시험 시작이라 다들 지방으로 내려갔나 보다. 열람실이 한산했다. 나처럼 학원에서 시험을 보거나 (아마도) 아예 시험을 안 보거나 (아마도) 학교가 서울인 사람들 몇몇만이 나와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너무나 쾌적하고 좋은 것.



점심은 초밥. 초밥치고는 저렴한 런치 세트!

자주 오는 집인데 ‘괜찮아! 할 수 있어!’는 처음 봤다.

나에게 해주는 말인가~

조금만 늦게 갔으면 자리가 없을 뻔했다. 굿 타이밍!



부모님의 지인의 아들이 최근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그 지인분이 한 턱 쏘셨다고 한다. 3년 동안 집에 틀어박혀 공부를 했다던데… 부모님의 목소리에서 부러움과 기대감(나의 합격에 대한)이 느껴졌다.



세 번째 시험에 떨어지고 나서 인가?

발표가 나고 다시 고시촌으로 돌아가기 전에 부모님과 짧은 여행을 갔었다. 차 안에서 아빠의 휴대폰이 울렸다.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있어서 차 안 가득 통화 내용이 들렸다.


“딸내미 어떻게 됐어??”


차 뒷좌석에 내가 있었어서 아빠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대답하셨다.


“안 됐어..” 하시고는 황급히 전화를 끊으셨다.


나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차 안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합격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생각했다. ‘아빠가 얼마나 좋아했을까. 동네방네 다 자랑하고 한 턱 쏘고 다니셨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공부를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하고 있는데 부모님이 나의 공부를 지원해주고 계시고 그 누구보다 나의 합격을 바라고 계심을 알기 때문에 불합격을 할 때마다 나의 슬픔과 함께 부모님의 슬픔도 내게 무겁게 내려앉는 기분이 든다.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나오지 않을 만큼.


@명동성당


오늘부터 잠들기 전에 명상 겸 기도를 하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내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감정, 생각을 온전히 듣고 느껴보려 한다. 공부를 하다 보면 내 마음에 소홀해진다. 내 마음을 살필 시간도 없이 하루가 지나가버린다.

명상 겸 기도를 하며 내가 원하는 바가 뭔지 더 선명하게 알고 싶다. 내가 공부를 통해서 이루려는 것이 뭔지, 나에게 지난 시간들이 무슨 의미였는지, 앞으로 나아갈 내 인생은 어떤 모습이면 좋겠는지…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무언가를 준비하며 사, 오 년을 보내는 것은 충분히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시간인데 그 시간 끝에 무조건 합격을 해야만 지난 나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고 평가받고 싶지 않다.


그 시간 자체로 나는 멈춰있지 않았고 계속 도전한 거니까. 결과가 어떨지 너무 두렵지만 혹시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에 나 스스로가 나를 실패자가 아닌 용감한 도전자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


‘넌 충분히 최선을 다했다. 너의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값진 시간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벌써부터 불합격을 상정하고 마음을 다스릴 필요는 없지만 너무 결과중심적으로만 생각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 스스로를 다그치는 것을 이제는 그만하고 싶다.


나는 시험을 보는 그날까지 그저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매일을 충실히 보낼 것이고 시험장에서 나의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 끝에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나 자신을 꼭 안아주며 ‘정말 멋진 도전이었다’라고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줄 것이다.


겹벚꽃


이 세상에 있는 모든 합격자, 불합격자들이 성공이나 실패로 나눠지기보다 ‘도전’이라는 단어로 박수만 받는 그날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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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