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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보고 싶다.

11/9 나의 사랑

by 오뚝이


오늘 밤 10시가 되기 전에 기록형 시험과 강평이 끝났다. 엄마는 10시가 좀 넘으면 주무시기 때문에 강평이 끝나자마자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 처음으로 입을 뗀 것이었다. 엄마에게 오늘 아침에 시험 보고 강평을 듣고 점심을 먹고 저녁에 시험을 보고 강평을 들어서 힘들다고 징징댔다.


내가 죽고 싶었던 무수한 순간들에 엄마, 아빠의 존재가 있기에 나는 멈출 수 있었다. 요즘엔 힘들다는 생각이 들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고 동시에 시험은 점점 더 다가오고 있어서 그 압박감에 그냥 확 놔버릴까 싶다가도 엄마, 아빠의 존재가 있기에 나는 계속 공부를 한다.


며칠 전에 엄마와 통화를 하는데 엄마가 말했다.

“넌 잘 될 거야~ 엄마는 항상 기대해~”

“기대하지 마..”

“왜? 엄마는 매년 기대했어. 너는 손에 물도 안 묻히고 살거래~“

“도대체 언제…“


껄껄..



국립현대미술관, 이중섭 특별전.



다른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엄마가 내게 기대하는 것은 숨이 막히지 않는다. 엄마는 결국에는 내가 어떤 모습이든 간에 사랑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믿어주는 존재. 그 무한한 믿음과 사랑은 어떻게 가능할까.


요즘엔 정말 감정 2%, 이성 98% 인간이 된 거 같다.

파이널 일정이 시작되고 나서부터는 정말 숨 돌릴 겨를조차 없이 하루가 지나가고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다. 내일은 오후에 세 시간짜리 시험이 있고 강평이 있다. 그러고 나면 월요일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


아무 생각이 없다. 그냥 하루의 스케줄을 하고 나면 하루가 지나가있다. 아무 감정도 없다. 아무 감정 없이 하루 종일 학원에 있다가 집에 오면 자기 바쁘다. 지금 내가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요즘엔 아무 생각이 없고, 아무 감정이 없다. 아무랑도 말을 하지 않고, 웃지도 않는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엄마가 보고 싶다.

나는 아직 애인가 보다.


국립현대미술관, 이중섭 특별전. 중섭이 아내에게 보낸 편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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