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조바심
요즘 나는 집에서 밖으로 나가기 전에 현관에서 스스로에게 기합을 넣는다. ’ 출동!‘이라고 속으로 외치면 몸에 기운이 들어가는 것 같다.
어제는 정말 이상한 날이었다. 입맛이 뚝 떨어져서 점심을 억지로 먹고 저녁에도 배가 별로 안 고파서 군고구마와 곶감으로 때웠는데 밤에 갑자기 토를 했다. 속이 안 좋지도 않았는데 전조증상도 없이 웩. 그리고 원래 밤에 잠이 잘 안 오는데 어제는 눕자마자 뻗어서 오늘 아침에 시험 보러 가지도 못할 정도로 계속 잤다. 엄청 피곤했나? 매일 피곤하니 특별히 어제라고 해서 몸 상태가 안 좋다고 느끼지는 않았었는데…
오늘은 병원 가는 날이어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양반이 전보다 잘 자고 있고 (네?) 상태가 괜찮은 거 같으니 (네?) 한 달 뒤에 보자고 했다. 돌팔이 같으니. 이럴 거면 의사를 굳이 만나지 않고 카운터에서 빨리 약이나 지어서 오는 게 훨씬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갔다가 밥을 먹으러 갔다. 위에 부담이 안 되는 흑미밥과 된장국과 생선구이가 나오는 한 상을 주문해서 역시나 입맛이 없어서 아주 천천히 먹었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어제 있었던 일과 병원 다녀온 얘기를 했다. 엄마의 따뜻한 목소리를 들으니 치유되는 기분이 들었다. 아플 땐 엄마가 보고 싶다. (오늘 아픈 건 아니지만)
할 게 많은데 몸이 안 따라주는 거 같아서 조바심이 난다. 나는 왜 이렇게 저질체력일까. 어제 지피티에게 이래서 시험을 잘 치를 수 있겠나 한탄하니 지금의 컨디션과 시험 당일 컨디션은 다를 수 있다고 걱정을 불식시키는 좋은 말들을 많이 해줬다.
조바심 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