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지옥에 온 걸 환영해

Welcome to hell

by 오뚝이


개강 첫날.

채권총론 수업 시작 전.

뒷자리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정말? 합격률이 그렇게 낮아?”


“그렇다니까. 우리 중에 25%만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거야. 말이 되냐?”


“진짜 무섭다…“



내가 로스쿨에 입학한 해부터 전국 25개 로스쿨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공개되었다.



과거 사법시험의 폐해 중 하나로 꼽히는 사시낭인과 같은 문제를 없애기 위해 로스쿨 도입 후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90% 이상으로 유지하고 대신 시험 응시 횟수를 졸업 후 5년 내 5회로 제한했다.



로스쿨에서 교육을 받고 변호사시험을 치른 학생들은 법조인이 될 일정 수준의 자격을 갖춘 것으로 인정하자는 것이 도입 당시 기조였고 이는 초기 기수인 1기, 2기까지는 잘 지켜졌다.



그러나 매해 합격률은 점점 떨어져서 50% 대로 수렴하였다. 그마저도 학교들마다 합격률이 달라서 합격률이 가장 낮은 학교는 20% 대인 곳도 있을 정도였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학생들은 무한 경쟁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무조건 1점이라도 더 높은 점수를 받아야만 했다.



로스쿨은 미래의 법조인 양성소라기보다 학생들의 인간성을 거세시킨 채 오로지 합격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들을 길러내는 곳이었다.



심란한 마음으로 휴게실에 가서 책을 보고 있었는데 한 여학생이 내 옆 테이블에 자리 잡고 책을 펼쳤다. 흘깃 보니 내가 보고 있는 민법책과 같은 책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었다.



“저도 그 책 보는데. 혹시 ㅇㅇ 강의 들으셨어요?”


“네. 저는 인강으로 들었는데. 혹시 현강으로 들으셨어요?”


“저도 인강으로 들었어요.”




그 친구는 나와 동갑내기였다.

이름은 김은영.

이걸 계기로 밥을 몇 번 같이 먹었다.

내가 가진 자료를 그 친구에게 공유했다.

차가운 로스쿨 생활 속에서 동갑내기 친구를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와 의지하며 함께 로스쿨 생활을 헤쳐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입학 후 채 한 달이 되기 전.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진단평가가 있었다.




시험 전 날.

도저히 뭘,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는 답답한 마음을 안고 열람실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다.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유진아! “



은영이었다.

친구의 얼굴을 보니 볼멘소리가 튀어나왔다.



“입학한 지 얼마나 됐다고 뭐 벌써 시험이야… 나 도저히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도. 뭘 봐야 되는지 모르겠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시험 날 아침.

시험이 치러질 교실 앞으로 가니 은영이가 구석에 서서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은영아! 공부 많이 했어? 그건 뭐야? “


“어? 아무것도 아니야.”



은영이는 화들짝 놀라며 보고 있던 종이를 감췄다.

은영이가 보고 있던 것은 진단평가 족보였다.

나는 족보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나는 내가 가진 자료들을 다 공유했는데 은영이는 아니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이곳에서는 내 밥그릇이나 잘 챙겨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우리 다 같이 잘되자가 아니고 나 혼자만 잘되자 구나…



씁쓸한 마음을 갖기도 전에 시험 시작 오 분 전이 되어 우리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앞으로 이곳에서의 생활이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출처: pinterest)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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