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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춘 Jan 03. 2024

#26. 평일의 수영장

평일에 수영장을 다니는 생활이 나에게도 허락되었다.

아들 겨울방학 2개월간 우리 가족은 수영장에 다니기로 했다.


화요일, 목요일 일주일에 두 번 50분 수업.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평일에 수영장과 요가학원에 다니는 것이었다.

퇴근 후 지친 몸을 더욱 지치게 하는 운동 말고 상쾌한 햇살을 받으며 요가학원에 다니는 것, 그건 은퇴하고 꼭 이뤄보리라.


아직 월급이 아쉽기 때문에 햇살을 받으며 수영장에 다닐 수는 없지만 저녁 바람을 맞으며 시도해 보기로 했다.


조금 더 직접적인 이유는 주말 수영 실력이 영 늘지 않아 연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구청에서 운영하는 체육센터 수업은 처음 들어본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저녁에 운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놀랐다.


나보다 조금 높은 연배의 여성 몇명은 늘 그곳에서 만나는 듯 대기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저녁에는 배추를 슬쩍 데쳐서 먹으면 속도 편안하고 살도 안 찐다는 정보와, 만두피에 고기와 김치, 두부만 넣어서 납작하게 눌러서 얼려놓으면 밥 안 먹고 한 개씩 구워 먹기 편하다는 정보를 귀동냥으로 얻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라 규칙이 철저했다.

딱 7시 40분 탈의실 입장, 7시 55분 수영장 입장, 다 같이 준비운동을 하고 난 후 정시 입수.


화, 목 반은 인기가 많지 않아서 사람이 적은 편이었다. 물이 매우 깨끗했고, 지하 2층에 자리 잡고 있어 겨울에도 훈훈해서 만족스러웠다. 샤워장이 넓디넓었고, 사물함 열쇠를 모두들 샤워장에 그대로 놓고 들어가는 걸 보니 분실위험은 없나보다.


수업시간이 되자 중학교 2학년때 체육선생님하고 비슷하게 생긴 남자 선생님이 수영장 건너편에서 호루라기를 불었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줄을 맞춰 선생님을 바라보고 섰다.

선생님은 느리지만 정확한 동작으로 준비운동 시범을 보였다. 노련하면서도 귀찮은 듯 목과 허리를 돌리는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너무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으면서도 설렁설렁하지는 않는 그 정도로 동작을 따라 했다.


"처음 오신 분?"

우리 가족 세명과 연세가 지긋하신 부부까지 총 다섯 명이 신입이다.

우리는 수영을 조금 배우고 왔기 때문에 바로 메인 풀로 들어갔고, 신입 부부는 유아용 풀에서 교습을 받았다.


첫 훈련은 수영장 걷기, 그다음은 발차기 두 바퀴, 그다음은 한쪽씩 숨 쉬며 발차기. 그다음부터는 쉬지않고 계속 돈다. 자유형 네바퀴, 배형 두바퀴, 마지막으로 또 한바퀴. 아닌가? 조금 더 돌았나?


맨 앞의 학생이 잘하는 사람이었는지 쉬지 않고 돌아서 우리는 오래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숨 가쁘게 모든 코스를 돌았다.


중간 초보인 우리 레인은 총 여섯 명이었다. 단체 수영인데도 사람이 없어서 좋다는 생각은 저만치 물러갔다. 이렇게 끊임없이 회전하는 수업은 사람이 많아야 좋은 것이었다.


셀 수도 없이 여러 번 레인을 왔다 갔다 했던 50분 수업시간이 끝나고 물 밖으로 나오니 걸음이 잘 걸어지지 않았다. 힘들어서 휘청대기도 했고, 물 안에서 헤엄치던 것이 익숙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무뚝뚝한 아줌마들과 모두에게 언니라고 부르는 상냥한 아줌마들 사이에서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었다. 나는 무뚝뚝한 아줌마 쪽이다. 티셔츠를 입는데 팔이 안 올라가서 한쪽팔 끼우고 한참 쉬었다가 다른 팔을 끼웠다.


저녁을 먹자마자 수영장에 왔지만 바로 배가 고파진 아들을 끌고 맥도널드로 향했다. 저녁 늦게 햄버거를 먹는 것은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지만 첫날 잘 먹여놓아야 툴툴대지 않고 수영을 지속할 것이다. 햄버거와 수영을 연상하는 조건반사를 기대했다.


어제의 이 과격한 운동으로 오늘은 새벽 일찍 눈이 떠졌다.

물놀이 후에 피곤해서 곯아떨어지는 건 유아와 청소년기까지 인가 보다. 건드려도 꿈쩍 않고 잘 자는 아들에 비해 남편과 나는 5시가 되기도 전에 삭신이 쑤셔서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새로운 활동으로 조금씩 체력이 나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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