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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혜 Jan 12. 2021

코로나 19와 기후위기의 같은 뿌리

그리고 코로나 19를 살아남아도 여전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기후위기

코로나 19로 인류는 그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를 맞이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외출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외식을 하고, 자유롭게 여행을 하고.. 당연히 누려왔던 것들이 정말 하루아침에 제한된 세계. 더 무서운 것은 기후위기로 인한 세계는 코로나 19로 경험하게 된 세계보다 더 많은 것들이 제한되고 고통스러운 세계일 것이다. 


이전 글에서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이것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봤다. 그렇다면 과연 코로나 19는 기후위기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걸까? 



코로나 19 판데믹과 기후위기의 같은 뿌리


기후변화와 코로나 19 판데믹 등의 전염병의 증가는 아주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무엇보다 이들은 그 뿌리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 19 판데믹이 일어난 원인과 기후위기가 일어나는 원인은 모두 인간 활동의 급격한 확산과 이로 인한 자연의 착취와 생태계의 파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후위기, 즉 심각한 기후변화는 인간의 활동이 인해 지구 시스템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온실가스를 지나치게 많이 배출하면서 생겨난다. 온실가스는 인간이 화석연료를 태움으로써도 발생하지만, 농작물이나 가축을 기르거나 거주지와 도로를 확장하기 위해 숲과 늪지 등의 생태계를 없애는 데에서도 크게 발생한다. 무엇보다 브라질의 아마존이나 인도네시아의 원시 열대우림은 지구에서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주요 흡수원인데 이들이 파괴됨으로써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얽히고 설킨 이 모든 것들


그리고 이러한 산림과 생태계의 파괴는 기후위기뿐 아니라 감염병의 증가로도 이어진다. 코로나 19는 동물에서 온 바이러스와 사람에서 온 바이러스가 만나서 생긴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현재 인류는 지구 전체 땅의 ⅔ 를 인간이 사용하는 용도로 개척하였고 이로 인해 지난 50년간 야생동물 개체수는 ⅔ 넘게 사라졌다고 한다. 생물종이 다양한 곳에서는 바이러스도 쉽게 전파되지 않는데 이 방어벽이 깨졌다. 무엇보다 인류가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하면서 가축을 기르거나 직접 거주하게 되면서 야생동물과 가축과 인간 간의 바이러스의 교류가 활발해지게 되었다. 또한 인간의 직접적인 서식지 파괴뿐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서식 환경의 변화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 생명(동물뿐 아니라 식물 바이러스 등)들이 이를 피해 인간 곁으로 직접적으로 더 이동하고 있기도 하다. 기후변화와 전염병이 그 뿌리를 같이할 뿐 아니라 기후변화가 전염병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앞 글에서 소개한 영상, 코로나 19 특집:  2050 생존의 길의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감염병의 한 70% 정도 이상이 인수공통 감염병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런 감염병이 많이 늘어난 이유로 꼽는 게, 산림의 파괴다. 야생동물이 예전에는 인간하고 멀리 떨어져서 살았다. 숲이 흡수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양이 줄어들면서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또 숲이 개발되면서 바이러스의 감염이 가능한 이격거리를 좁히게 되고. 이게 굉장히 연쇄적으로 연결돼 있다. -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
예전에 겪었던 신종 바이러스들도 대부분 동물에서 유행을 하다가, 사람으로 넘어오는 경과를 보였다. 사람들이 자연계를 훼손한다든지, 또는 자연계에서 개발을 한다든지 이런 것들을 통해서, 예전에는 동물과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별로 많지 않았는데 이제는 갈수록 접점이 늘어난다. 앞으로는 이런 신종 감염병의 대비 문제뿐만 아니라, 환경파괴 자체가 인간한테 돌아오는 부분이 상당히 클 거다. 감염병이 늘어나는 게 하나의 나쁜 신호인 것으로. ‘정신 차리라’는 알람을 울리고 있는 걸로 봐야 된다. - 이재갑 한림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의사협회 코로나 19 대응 TF 위원장. 
생물 다양성이 감소를 하게 되면 인간에게 질병이 범람할 수 있는 차단벽이 사라진다, 또는 희석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계속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이 경고를 심각하게 못 들었던 과정인 것 같다. 앞으로도 야생동물 또는 야생동물 서식지와 관련돼 있는 인간의 행태가 변하지 않고서는 이런 질병들의 범람은 아마 강도도 더 강해질 것. 기후변화도 결과고 질병의 폭발도 결과다. 이들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은 생물다양성의 감소에도 영향을 주고 있고, 이는 인간의 지나친 산업활동, 인구의 증가, 그리고 자원의 과다 이용 이들이 전부 다 중합적으로 작용을 한 결과이다.  -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 연구실장. 수의사


코로나 바이러스와 인간 세포의 수용체, 출처 ⓒ ProSci (좌), gistnews 노희호 기자 (우)


생물 다양성은 어떻게 감염병의 확산 차단에 도움이 되나?

위 그림의 코로나 바이러스 표면에 튀어나와 있는 돌기(스파이크 단백질)들처럼 바이러스들은 표면에 돌기를 가지고 있다.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다른 생명체인 숙주(예: 인간)에 이와 꼭 맞는 수용체 돌기가 있으면 숙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다른 종의 생물들은 다른 수용체 돌기를 가지고 있기에 생물종이 다양한 곳에서는 한 바이러스의 돌기가 맞는 수용체가 많지 않아서 바이러스가 쉽게 퍼지지 못한다. 하지만 단일 재배나 밀집된 가축 사육시설처럼 생물 다양성이 없이 똑같은 종이 많은 곳에서는 같은 모양의 수용체들도 많아서 바이러스는 쉽게 퍼지고 획일적인 숙주들은 쉽게 감염된다. 

- 2050 생존의 길 다큐 14:03에서부터도 영상으로 확인 가능


결국 삼림의 파괴와 이로 인한 야생동물의 멸종은 이들 희귀 동물들이 불쌍하고 안타까운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로 다가온다. 또한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확산은 박쥐를 먹는 등 극소수의 기이한 행태 탓으로 축소할 것이 아니라 생태계를 무분별하게 파괴해온 인간 활동 자체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경고음으로 봐야 한다. 


사람 의사, 동물 의사, 환경정책학자, 기상과학자의 진단이 다르지 않다. 기후변화와 코로나 19 판데믹은 모두 인간이 자초한, 서로 연결된 재난이라는 것이다. - 시사기획 창



그래서 어쩌면 지금의 신종 감염병 또는 곤충 매개 감염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여러 측면들은 인간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지금의 삶의 모습대로 인간들이 계속 살아간다면 신종 바이러스의 침습은 갈수록 더 늘어날 거라고 예상할 수밖에 없다. - 이재갑 교수
기후 위기를 일으키는 메커니즘과 이런 질병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은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인류가 감당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질 겁니다. 그런데 그게 조만간에 올 수 있다는 게 문제인 것이죠.   -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 연구실장. 수의사  


당장 지금의 코로나 19 판데믹이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감염병은 언제든지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엔트로피》와 《3차 산업혁명》의 저자로 유명한 제러미 리프킨은 코로나 19 같은 감염병이 더 많이 창궐할 것이기에 그럴 때마다 인류는 실내 생활(록다운)과 실외 생활을 번갈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기후변화는 보다 직접적으로 전염병의 확산에 기여하기도 한다. 기온과 강수량 습도가 높아질수록 홍수나 가뭄, 태풍 등의 이상기후가 증가하면서 물이 오염되는 경우가 잦아져 수인성 질병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뎅기나 지카 바이러스 등 등의 곤충을 매개로 옮겨지는 바이러스는 일정 온도 이상에서 전파되기에 여태까지는 열대지역에서 주로 보고되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더 높은 위도로 진출하여 해당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의 발생 지역과 시기가 증가하게 될 것이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얼어있던 동물 조직들과 함께 오래된 미지의 병원체와 바이러스 등도 보고되고 있다. 2016년 여름에는 이상고온으로 영구동토에 얼어있던 순록 시신이 발굴되면서 75년간 러시아에서 보고된 바 없던 탄저균이 부활해 20여 명이 감염되고 순록 수백 마리가 죽었다. 2020년 여름에는 1만 년 전부터 묻혀있던 매머드 화석이 발굴되기도 했다. 


만약 (고대의) 신종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침투한다면 그 정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수천 년, 수백만 년간 영구동토층에 보존돼온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들은 당연히 아주 위험합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세계 어느 누구도 보험이 없죠. - 기릴 이스토민. 유럽 대 북극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 



코로나 19를 살아남아도 여전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 기후위기


코로나 19로 인류는 그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를 맞이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외출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외식을 하고, 자유롭게 여행을 하고.. 당연히 누려왔던 것들이 정말 하루아침에 제한된 세계. 더 무서운 것은 기후위기로 인한 세계는 코로나 19로 경험하게 된 세계보다 더 많은 것들이 제한되고 고통스러운 세계일 것이다. 


코로나 19 판데믹은 1차전일 뿐... 출처: 이코노미스트


이건 예선전에 불과하다. 기후위기가 우리에게 가지고 올 경제 위기의 파고는 훨씬 더 심각하고 깊고 넓을 수밖에 없다. - 윤순진 교수


코로나 19, 미세먼지, 금융위기? 기후위기는 그 모든 것을 합친 그 이상의 위기고, 결국 문명의 위기다. 문명 그 자체의 문제라고 하는 것이다. - 조천호 전 국립 기상과학원장


이는 우리의 지금과 같은 산업화된 일상과 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과 지구온난화가 멈추지 않는 한, 계속될 재앙이다. 심지어 지금 모든 활동을 멈추고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들어도 지구온난화는 당장 멈추지 않는다. 


2020년, 코로나 19 판데믹으로 인한 수송과 산업활동의 감소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에 비해서 약간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난해에 비해 매해 배출하던 양을 조금 적게 배출했다는 것이지 배출은 계속되고 있기에 당연하게도 대기 중의 온실가스 축적량은 늘어났고 지구는 지표면 평균 온도는 상승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환경 문제가 아니라 건강, 경제, 일자리 그리고 생존의 문제다. 


이걸 내 문제라고 느끼는 게 제일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우리의 문제고, 우리의 생존 문제고. 사실은 사람들은 뭘 중요하게 생각하냐면 당장의 경제 문제, 당장의 일자리 문제를 걱정을 해요. 그런데 사실은 기후변화는 더 이상 환경 문제가 아니거든요. - 윤순진 교수
인간이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지구를 사용해왔는데 사실은 인간이 주인이 아니고, 자연이 주인이었고. 그 주인 자리를 빼앗다 보니까 이렇게 나쁜 상황들이 계속 발생하는 거다 라고 얘기를 하고 있잖아요. - 이재갑 교수
생태적인 관점에서 삶의 모습들을 많이 바꿔야 될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우리는 이렇게 살고 가면 그만이지만, 그레타 툰베리 혹은 내 아이들이 살아가야 될 미래를 우리는 망치고 가는 거고 미래 세대들은 그 망쳐진 미래에서 살아가야 될 애들인 거예요. 그들은 살아남아야 하잖아요. - 김영준 실장
2019년 전 세계의 청소년 기후 시위


두 편의 글에서 살펴봤듯이 기후변화는 각종 기후 재난의 증가와 전염병의 확산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자연과 다른 존재들을 착취하는 지금 이대로의 인류의 삶의 방식이 계속된다면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는 가속화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재난과 전염병 등의 확산을 통해 우리의 건강과 주거안정, 더 나아가 생존을 위협하게 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여겨지던 생태계 파괴가 코로나 19 같은 전염병의 확산에 기여하듯이 말이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란 먼 미래의 문제라고, 한국을 비롯한 산업화된 사회에 사는 대다수의 사람들의 현재나 근미래의 삶에는 큰 영향이 없을 거라고 믿어왔던 우리에게 코로나 19는 이것이 지금 당장 실재하는 위협이라는 사실을 알려줬다. 하지만 이것을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서 우리 사회는 충분히 빠른 속도로 변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이를 위해서 인류는 어떤 일들을 할 수 있고 어떤 어려움들이 존재할까? 




앞으로의 글에서 기후위기와 이와 연계된 사회경제 구조의 다양한 측면을 더 살펴볼 예정입니다!


그전에 기후위기에 대하여 책이나 영상을 통해 조금 더 깊이 있게 공부해 보고 싶다면 아래 책과 영상 목록을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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