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족이 어때서

맞고 틀리고는 없어

by 이상한 N잡러


'둘이 사는 게 재미있어요'


'아직 하고싶은 게 많아서요'


딩크족도 커밍아웃을 해야 하나 싶었던 건 아마도 결혼 7년차 정도됐을 때 쯤이였다.

양가어른들은 물론이고 명절 때마다 듣는 어른들의 이른 바 덕담은 아기 얘기 뿐이었다.

결혼은 우리 둘이 행복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우리 둘만의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은 건 결혼 전이나 후나 똑같은데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에게 우린 평범하지 않은, 조금은 독특하게 살아가고 있는 부부로 비춰졌다.


딩크를 선택한 삶은 사실 직업의 영향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한 성숙한 부모의 태도와 가치관은 준비되어 있는 지.

나 자신보다, 남편보다 아이라는 존재를 더 사랑 할 자신이 있는 지.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사랑받을 아이로 키울 수 있는지.

나에겐 이 모든 것들이 산 넘어 산 같았다.


다 그렇진 않았지만 일부 자신의 아이에 대해 너무 모르는 부모들을 대할 때면

나는 간혹 당황스럽기도 했다.

'집에선 우리 애 안그래요'

'한번도 그런모습을 본적이 없는데..'

마치 내가 거짓말이라도 하는 듯.

우리 애를 과소평가한다는 듯 기분나빠 하는 부모도 적지 않았다.


하긴.

내 목숨보다 아끼는 자식인데 좋은 소리만 들어도 모자를 판에 부정하고 싶은 이야기일것이다.

바꿔 생각하면 그런 부모가 되기 싫어서였다.

때론 내 아이의 냉정한 평가도, 쓴 소리도 받아들일 줄 아는 부모가 되고 싶었다.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도 흔들리지 않을 만한 어른이랄까.


딩크족이 아이에 대해.

그리고 부모 라는 역할에 대해 무슨 생각이 그리도 많나 싶을 수 있다.

아니, 사람들은 어쩌면 아이에 대한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을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단순히 자유를 보장받고 싶어 딩크를 선택한 건 아니었다.

아이에 대해 누구보다 진지했고 조심스러웠으며 부모의 역할에 큰 책임감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부부에게 조금은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남편과 길을 가고 있을 때였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남편 팔짱을 끼고 조잘조잘 오늘 하루 일과를 말하던 내 눈앞에

엄마 아빠로 보이는 두 사람, 그 사이 작은 꼬마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껏 수 없이 봐 왔던 그저 스쳐지나가는 많은 가족들과 다를 바 없는데 그날따라

유독 관심이 갔다.


나는 왜 그 가족을 바라보고 있었던 걸까.

신호등이 바뀌고 내 눈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 가족의 뒷모습에서 나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곤 그 기분이 가시기 전 남편에게 말했다.


'오빠, 우리가 아기 낳으면 누구닮을 것 같아?'

'......글쎄'

대답을 꼭 듣고 싶다는 듯 바라보자 남편은 예쁜 나를 닮으면 좋지 않겠냐 라는 단순한 답을 하곤

더이상 그 얘기를 이어가지 않았다.

그 표정이 진지하지도, 재미있지도 않은 듯 했다.


그 이후 나는 전 보다 더 많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날따라 왜 그 가족이 내 눈에 띄었는지, 갑자기 왜 남편에게 그런 질문을 하고 싶었던 건지,

남편은 결혼하고 정말 단 한번도 아이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던 건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그날 남편의 대답과 동시에 처음으로 우리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수도 있겠구나.

살다보면 생각도 가치관도 언제든 바뀔수 있겠구나.

결혼 후 처음으로 느껴보는 낯선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딩크로 살아오면서 한번도 생각 해 본적도, 느껴본 적도 없는 감정에 왜 난 휩싸이는 걸까

연애같은 결혼이 재미있다며 아직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아이 생각이 없다며 어디서나

자신있게 말 했는데.

심지어 남편에게도 지금이 좋다고 말했건만.


뭔가 진지해져야만 할것 같았다.

요즘 내가 하는 생각들이 이렇다고, 이런 나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남편과 당장 이야기하고 싶었다.

심경의 변화가 와도 단단히 온 나에게 남편은 어떤 말을 해줄까

몇번을 곱씹었지만 갑자기 생각난 김에 말하듯 나는 자연스레 남편에게 말을 건넸다.


'우리도 아기 낳으면 잘 키울수 있을까? 며칠전 엘리베이터에 어떤 여자가 아기를 안고 타더라고'

'신생아처럼 보이던데'

'여기서도 애기 낳고 키우는 사람들이 있나봐'

며칠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을 하니 속이 시원했다.


'에이, 여기서 어떻게 아이를 낳고 키워, 조만간 이사가겠지'

'...........그렇겠지?'


내가 생각해도 그날 그 이야기의 주제는 딩크족이 나눌 이야깃거리는 아니였다.

다음 주 주말 일정이나 올해 여름휴가여행지, 데이트 하기 좋은 장소가 아니면 모를까.

특별한 에피소드 하나없이 갑자기 아기 얘기를 꺼낸다니.

남편에게 솔직해 지고 싶던 나는 딩크족을 다시 생각 해 보고 싶다는 듯 말했고

그날 난 결혼 후 처음으로 남편이 딩크를 찬성했던 진짜 이유에 대해 알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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