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 case by case 일 수 있습니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 한창 외국의 자녀 육아 방식을 안내한 책이 인기를 끌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책을 구매해서 읽어보았는데, 왠지 모르게 나와는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나의 관심사는 아이의 독서였다. 앞으로 아이에게 어떠한 책을 읽어줄지, 어떠한 교육관을 가지고 한국의 사교육 열풍 속에서 중심을 지킬 수 있을지, 그러한 부분에 더 관심이 갔다.
많은 책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고영성 선생님께서 쓰신 <우리 아이 낭독 혁명>이라는 책이었다. 내가 궁금해했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내용이 많았는데, 그중에 가장 눈에 띄었던 키워드는 '미디어'였다. 당시에도 미디어는 아이들에게 뗄래야 뗄 수 없는 친구였고 아이패드를 한 가정에 하나씩은 보유하고 있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24개월 미만까지는 미디어 노출을 자제하라.
<낭독 혁명> 뿐만 아니라 다른 부모교육, 특히 독서교육 주제의 책에서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36개월까지를 이야기하는 책들도 있었는데, 만 나이를 고려해보았을 때에도 만 2세 전 미디어 노출은 아이들의 뇌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저해한다는 내용이었다.
요즘은 패드로 하는 학습도 많고, 특히 외국어 학습에 있어서 패드나 tv 속 영상은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가 더욱 조심스럽지만 나의 육아 경험을 기록해보자면 24개월까지 미디어 노출을 자제한 것에 있어서 후회한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다.
"요즘 애들이 다 핸드폰 보지, 유난 떨지 말아라."라는 주변 어른들의 핀잔도 들어보았고, 심지어 '나는 어릴 때 tv로 말을 배웠다."라는 경험담을 이야기해주신 분도 계셨지만, 우리 부부는 24개월 미만까지는 미디어 노출을 최대한 자제하자는 의견이 일치했다.
다행히 코로나 이전이어서 영상예배를 보지 않았고, 뉴스는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보았다. 아이가 잠든 이후에 가끔 뉴스나 드라마를 tv로 시청하기는 했지만 아이 앞에서 영상에 몰입한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않고, 대신 책을 함께 읽거나 집 앞 산책길을 걸으면서 주말 시간을 보냈다.
"식당에서 아이가 울면 그때는 조금 보여줘도 되지 않나요?" 지인들의 이야기에 잠시 흔들린 적도 있었지만, 식사 중에 미디어 노출은 아이에게 과식이나 편식을 유도할 수도 있고, 이후에 미디어 없이는 올바른 자세를 유지해서 식사를 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남편과 교대로 밥을 먹고 아이를 식당 밖에서 돌보는 방법을 선택했다.
코로나로 인하여 영상예배를 주 1회씩 보기 시작하였고, 40개월이 지나면서 영어 영상에 노출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아이는 시간을 잘 지키는 편이다. "긴 바늘이 지금 12지? 6에 갈 때까지만 보는 거야! 30분만!"
스스로 시간을 지키고 리모컨으로 전원 버튼을 누르고, 영상이 끝난 후에는 다른 놀이로 전환이 빠르게 되어서, 영상이 주는 자극에서 다행히 빠르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물론, 아이도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나 날씨가 좋지 않아서 외출을 할 수 없는 날은 영상을 틀어달라고 떼를 쓰기도 하지만 시간을 짧게 제시하면 그만큼 수용하는 것 같다.
아이에게 미디어를 보여주는 것에 대하여 부모에게 죄책감을 갖도록 하거나 어떠한 것을 권면하려는 의도로 이 글을 쓰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가정에서 아이와 함께 생활하다 보면 미디어가 주는 유익이 분명히 존재하고, 때로는 엄마가 숨을 쉴 수 있는 짧은 휴식처를 마련해주기도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자제력을 갖기 이전에 미디어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은 아이 스스로 어떠한 규칙을 지키고 자제하는데 방해가 될 위험성이 크다. 또한, 종이책으로 학습적인 습관을 무조건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디어로 학습적인 자극을 먼저 접하면 이후에 종이책이 주는 자극을 지루해하거나 더욱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비대면의 시대에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을까. 앞으로 어른들이 해결해 나아가야 할 하나의 과제가 아닐까. 조금 진부한 방법일 수도 있지만, 부모가 먼저 tv나 스마트폰보다는 책을 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아이에게는 하나의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꼭 안아주고 싶지만> 책은 팬데믹 시대에 서로 만나지는 못하지만 따스한 온기를 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다. 그림책이 만능이 될 수는 없지만, 잠시나마, 아이들도 어른들도 지친 마음이 미디어가 아닌 그림책으로도 위로받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