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느린 아이에게 그림책 읽어주기.

우리 아이의 말이 느리다고 생각된다면.

by 말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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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출산하고, 100일, 6개월, 8개월이 되어가면 엄마는 아이의 '말'에 조금씩 초점을 옮기기 시작한다. 이전에는 아이의 배고픔이나 그 외 생리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소진되지만 아이가 기고, 앉고, 걷게 되면서 언어능력도 눈에 들어오게 된다. 경험상, 여기에 영향을 더 주는 것 중 하나는 '또래 아이'였다. 조리원 동기, 문화센터에서 우연히 마주한 또래 아이. 우리 아이보다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얼마나 많은 소리를 내는지, 보다 정확한 단어가 얼마나 나오는지에 눈과 귀가 향해있다.


그림책 강의 현장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이자 조심스럽게 답하게 되는 질문 중 하나는 '아이의 말이 늦은 경우'다. 최근에는 언어가 조금 늦되다고 생각되면 바로 기관을 찾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다. 이전에는 아이의 언어치료 기관 방문 여부를 질문해 주셨다면, 요즘은 전문가로부터 언어발달이 늦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럴 경우 가정에서 어떻게 촉진해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더 많아졌다.



1. 먼저 쉬운 책을 선택해 주세요.


36개월 미만의 아이들은 발달 시기적으로도 그림을 볼 때, 한눈에 쏙 들어오는 선명한 그림책에 더 집중하게 된다. 어른의 눈으로도 마찬가지다. 그림이 너무 작거나 소위 말하는 애매한 그림인 경우, 아이에게 설명해 주기도 어려워진다. 아이가 손가락으로 '컵'을 가리키는 순간 "이건 컵이네, 물 마시는 거지!" 이렇게 들려주어야 제 때에 자극이 갈 수 있는데, '이게 컵일까? 다른 무엇일까?' 고민하는 순간 아이의 의사소통 시도를 놓치게 될 수 있다.


외국에 가보아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미국이 아닌, 더 낯선 국가에 가있다고 생각해 보자. 낯선 국가에서 책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책 표지와 그 안에 있는 그림일 것이다. 아직 글을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그림만큼 그림책에서 중요한 요소가 없다.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쉬운 책으로 시작해 보자!


2. 아이에게 반복해서 들려주세요.


반복은 말이 늦은 아이뿐 아니라 모든 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필수적이다. '우리 아이가 말이 느리기 때문에 말을 반복해서 들려주어야만 해!' 이러한 생각으로 그림책을 펼친다면, 엄마도 지칠 가능성이 높다. 그림책 안에서 '컵'을 보았다면 일상에서도 '컵'을 들려주고, 그림책 안에서 '구름'을 보았다면 아이와의 산책길에 '구름'을 들려주는 것은 어떨까? '하얀 구름, 큰 구름, 작은 구름, 뚱뚱한 구름, 날씬한 구름..' 엄마와 아이만의 언어로 구름을 꾸며보자.


사람은 어떠한 새로운 정보를 마주했을 때 '감정'과 연결되면 그 정보를 훨씬 더 잘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아이가 엄마와 새로운 단어를 들었던 감정, 느낌, 그날의 분위기가 더해진다면 단어 습득이 공부가 아닌 그야말로 '살아있는 언어'로 흡수될 수 있다.


3. 아이의 의사소통 의도에 반응해 주세요.


아이가 말이 늦다고 하지만, 아이의 의사소통 의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언어치료 현장에서도 처음 치료실을 방문했을 때, '아이가 말이 거의 없어요'라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다. 치료실 안에서 1대 1로 아이와 상호작용을 하고 놀이를 하다 보면 아이의 의사소통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익숙한 가정환경과 해야 할 일이 많은 양육 환경에서 아이의 의사소통 의도를 민감하게 읽기가 쉽지 않기에, 아이의 몸짓, 눈빛, 시선을 읽는 방법을 안내해 드린다.


"우리 ㅇㅇ(이), 곰 봤네~토끼도 있네~ 토끼가 당근 먹네~ 오물오물~" 이렇게 자극을 들려주면서 반응해 주는 것은 어떨까? 아이가 가리키고 보는 것으로! 처음에는 쉽지 않은 과정일 수 있지만 이 시간이야말로 아이만의 최고의 그림책 큐레이터가 되어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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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육아를 처음 시작했을 때를 돌아보면, 가장 어려웠던 것은 '선택'이었다. 어떤 책을 사야 할까, 중고로 살까, 새 책을 사줄까. sns나 블로그 속 아이가 책을 집중해서 읽는 모습과 그 아이 뒤에 있는 전집세트와 부록까지. 지나고 나면 아이가 보았던 몇 권의 그림책이 오랫동안 남아있는데, 초보 엄마이기에 선택의 기준을 바로 세우지 못했던 점이 지금도 아쉬움이 남는다.


내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이 가장 좋은 그림책이라고 말씀드리면 의아해하시는 분도 계신다. 당시에는 알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보이는 것 중 하나. 말이 늦기 때문에 더 많이, 더 자주, 더 좋은 책을 읽어주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부모의 마음이다.


여기에서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다면, 아이가 선택한,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의 그림책으로, 매일 10분만 읽어주시는 것. 그림책 읽기가 엄마에게나 아이에게나(더불아 아빠에게나), 하루에 꼭 해야만 하는 부담이 아닌 하루 중 놓칠 수 없는 상호작용의 시간이 되기를 나 자신에게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