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월까지 미디어를 차단했던 이유.
* 디지털키즈 : 휴대폰을 비롯해 각종 디지털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10대들을 일컫는 용어.
-참고 : 두산백과 두피디아-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미디어는 이제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누군가는 스마트폰이 마치 옷 또는 공기와도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우리 생활에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다.
내가 처음 스마트폰을 본 것은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 2010년 늦가을 즈음이었다. 지인을 통해 보았는데, 당시에는 애플이라는 유명한 회사에서 만든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불과 1년도 되지 않아서 주변에 스마트폰이 없는 지인은 거의 없었다. 센터 대기실에는 잡지나 신문이 점점 정리되었고 대기실 부모님들은 거의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대기 시간을 채워갔다.
2011년~2012년 무렵까지도 스마트폰이 아이의 손에 있는 모습은 자주 보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청소년에겐 폴더폰이 손에 있었고 스마트폰은 그래도 고가의 기기로 여겨졌다. 그런데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스마트폰과 전쟁을 치르는 집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내 아이가 미디어 기기의 재미를 알아버린 것이다.
우리 부부는 나름 의견이 일치해서,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출산 이후에는 tv를 차단하는 것에 동의가 되었다. 신혼 때 선물받았던 tv는 아이가 24개월이 되기 전까지는 아이 앞에서 대부분 잠을 자고 있었다.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좁은 거실에 베이비룸을 둘 공간도 협소해서 tv를 볼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조성되지 않았다.
임신했을 때 읽었던 육아서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에 가능했지만 거기에 언어치료 현장에서 경험했던 시간들도 한 몫을 했다. 미디어를 늦게 보아서 후회한 아이는 단 한명도 보지 못했지만, 일찍 보아서 후회한 아이는 너무나 많이 보았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하기엔 그러한 아이들을 정말 많이 보았다.
물론 미디어가 주는 꿀휴식을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부모라면 더욱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아이가 미디어를 보는 동안 부모는 잠시 할 일을 할 수도 있고, 공공 장소에서 눈치를 덜 볼 수 있고, 무엇보다 부모도 잠시 휴식을 가질 수 있다. 영상 안에 교육적인 내용이 담겨있다면? 더욱 더 망설임 없이 패드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애초의 계획은 아이가 36개월 이상이 되었을 때에도 미디어를 차단하는 것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계획은 무산되었다. 영상예배부터 조금씩 영어 노출을 해주었고 아이는 주말 30분, 주 5일 중 총 합하여 1시간 정도는 미디어를 보았다.
신기한 것은 아이가 스스로 미디어를 30분 이상은 보지 않았고, 여섯 살이 된 지금도 아이는 40분 이상 미디어를 신청하지 않고 있다. 영어 영상 노출을 해주고 있지만 가능하다면 부모가 옆에서 함께 해주고 아이에게 리모콘을 주고 혼자 두지 않는다.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영어 영상 또한 컷이 넘어가는 속도가 빠를 수록 아이가 짜증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실시한 2020년의 한 연구에서는 부모의 학력이 낮거나 아이가 연령이 높을 수록 미디어 시청 시간이 길고 노출 시기가 더욱 빠르다고 한다.(출처 : 육아정책연구소)
조회수를 높이 얻거나 팔로우 수가 많아지려면 이러한 글보다 미디어 기기의 협찬이나 공구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묵묵히, 조용하게, 목소리를 내보고자 한다.
"당신의 아이에게 독사과를 먹이시겠습니까?"
아이에게 좋지 않은 무언가를 줄 때 이 문구를 카피해서 사용하곤 하는데, 오늘은 문득 독사과가 생각났다. 베스킨***의 사장이 자신의 자녀에게는 자사의 아이스크림을 먹이지 않고, 미국의 개발자들 중 일부도 자신의 자녀에게는 아이패드를 6학년 이후에 사준 것처럼.
다소 고리타분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24개월 미만의 아이에게는 미디어보다 상호작용, 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을 권하고 싶다. 내가 염려했던 것은 아이가 캐릭터를 알지 못해서 소외감을 느끼는 부분이었는데, 아이가 tv속 만화 주인공을 알지 못해서 소외당하는 경우는 여지껏 거의 없었다. 오히려 미디어를 조절하면서 자기조절력이 더 길러진다면, 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도 진정한 '인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