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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선생님 Jun 28. 2024

아이의 말조각을 모으는 일.

많이 모으지 못해서 미안하다.

요즘 언어치료실 안에서 깔깔 거리며 웃는 순간이 많아졌다. 아이들과 그만큼 거리가 가까워졌기 때문인 것 같다. 14년차 언어치료사는 경력이 무색할 정도로 서툴 때도 있고, 순간적으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내 아이에게보다 치료실에서 마주하는 아이들에게 나도 모르게 더 다정함을 준다.


아이의 말조각을 모으지 못한 것.


육아를 하면서, 언어치료 일을 하면서 아쉬움이 남는 순간과 찰나는 기록의 순간을 놓쳤을 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바빠서, 상담 때 멘트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말조각을 하나하나 기록하지 못했다. 집에서는 더하면 더했지, 놓친 아이의 예쁜 말이 많다.


'맞아, 온이가 4살 때인가, 5살 무렵에, 눈동자를 보고 눈거울이라고 했지!' 겨우 이 정도 기억할 뿐. 이제는 그때의 분위기와 아이의 작은 입만 겨우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다. 아이가 그렇다고 해서 거친 사춘기를 지나는 것도 아니고, 이제 7살인데. 단기기억력과 장기기억력이 함께 떨어지는 것일까, 나의 무심함 때문일까, 생각하면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후배 엄마가 있다면, 아이의 말조각을 모으는 일을 권하고 싶다. 사진과 영상도 남지만, 아이의 말조각을 엄마의 손글씨로, 나에게 보내는 카톡으로, 부부 서로에게 보내는 일. 아직은 세상 때가 묻지 않은 아이만이 창조해낼 수 있는 아이의 말조각을 모아보자. 모으는 엄마와 아빠의 수고가 1년만 지나도 달디 단 열매를 맺으리라 확신하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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