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청원글을 보았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 수업에 디지털 교과서가 들어오고, 각각 개인의 패드를 잡고 있는 상황에 대한 방지를 위함이었어요. 생각보다 많은 부모들은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가 훨씬 컸습니다. 마트나 어린이 행사 때 업체의 홍보물로 더 자세히 접한 디지털 교과서. 아직 예비 초등맘이지만, 그 어떤 설명도 자세히 들어본 경험이 없어요.
디지털 교과서 이슈 이전에, 영유아의 미디어 주제는 언어발달 현장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언어발달 뿐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미디어는 이제 육아 현장에서 깊숙하게 들어온지 오래지요. 최근에는 미국 소아과학회에서 24개월 미만의 아이에게 미디어를 보여주는 것을 금해야 한다는 내용의 자료가 많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실천이 어려운 법인데, 미디어 또한 그런 것 같아요. 한번 미디어의 맛을 본 아이에게 절제를 바라기엔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미디어는 아이의 말을 트이게 할 수 없습니다. 특히, 24개월 미만의 영유아는 자극을 더 빨리 흡수합니다. 미디어는 몇 초의 속도 이상으로 컷이 넘어가고, 다양한 소리 자극이 제공됩니다. 아이들이 빠져들 수 밖에 없지요. 어른들도 보고있던 숏츠의 매력에서 헤어나오기 쉽지 않은데, 아이가 스스로 미디어를 통제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아무리 ai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말'로 소통을 이루어갑니다.'말'은 크게 '의사소통'에 해당되는데요. 생각해보세요. 서로의 대화에서 단순히 '말'만 주고 받는 걸까요? 상대방의 표정, 대화의 분위기, 가능하다면 상대방의 감정을 살펴보며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사회 어느 곳에서도 환대를 받기 마련입니다.
아이와의 상호작용 안에서도 말소리, 표정, 동작(몸짓)을 사용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사람 간의 상호작용은 상대방의 반응을 살펴보게 되는데요. 바로 이 부분이 미디어는 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안구추적이나 영상으로 아이의 몸짓이나 눈짓, 말소리를 파악할 수는 있지만, 언어발달은 상호작용 안에서 촉진됩니다.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을 통해서 언어발달의 고리가 연결되어 가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미디어를 통제할 수 있을까요? '통제'라는 단어보다는 지혜롭게 '사용'한다는 말이 이제는 더 적합하다고 여겨집니다.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가정 안에서 사용할 수 있을까요?
1. 먼저, 미디어 시청 시간을 조금씩 줄여보세요. 갑작스럽게 "이제는 tv나 유튜브는 보면 안 돼. 안 보여줄 거야." 이렇게 통보를 한다면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당황스러울 거예요. 떼를 쓰거나 그 상황의 루틴이 깨지는 기분이 들겠지요. 평소에 하루 1시간 30분을 시청했다면(과장된 예를 들어서), 1시간 20분 ->1시간 10분 -> 1시간-> 50분...이렇게 조금씩 줄여나가 보세요.
대신, 줄어든 자리에 엄마아빠와의 몸놀이나 바깥놀이로 채워보세요. 부모라면 누구나 육아 상황에서 에너지가 방전될 수 있습니다. 미디어를 줄여나가는 동안 만큼은, 조금 더 아이와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요.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시작한다면 아이가 주도하는 비중이 높아질 거예요.
2. 미디어를 50분 시청했다면, 상호작용은 1.5배 이상으로 채워주세요. 그런데 한 자리에서 1시간 30분을 논다면 아이도 지루하고, 엄마도 힘이 빠질 수 있습니다. 시간을 쪼개서 놀아주셔도 괜찮아요. 10분, 10분씩, 15분, 15분씩... '엄마랑 노는 것도 재미있네?' 이 경험이 쌓이게 되면 아이의 미디어 욕구는 조금씩 줄어들 수 있습니다.
3. 그림책을 활용해보세요. 갑자기 지루한 그림책을 꺼내면 아이가 더 도망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의 그림책으로 시작해보세요. 바다를 좋아한다면 <바다 100층짜리 집>, 공룡을 좋아한다면 공룡 그림책으로, 자동차를 좋아한다면 자동차 그림책으로 시작해보세요.
또 하나의 방법은 그림이 큼직하고 배경이 다양해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그림책을 선택하는 거예요. 아이에게 점점 주도권을 주기에도 자연스럽겠지요? 아이는 점점 더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아질 거예요. 어쩌면, 반복해서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할 지도 모릅니다.
저는 아이가 24개월까지 미디어를 철저하게 차단했습니다. 돌이켜보니, 신랑과의 의견이 맞았고, 어쩌면 외동이었기에 가능했을 수도 있어요. 한 사람은 tv 시청이 퇴근 후 유일한 낙인데, 미디어 차단을 이야기할 때 반대를 할 수도 있습니다. 가정에서 미디어를 조절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요. 조금씩 의견을 서로 조율해보세요. 이 부분에 있어서 생각보다 더 부부간의 많은 대화가 필요하더라고요.
미디어와 언어발달은 중요한 주제임에도 한 권의 책으로 나오기는 마케팅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간 기획서가 통과가 되지 않는다면, 전자책이나 1인 출판물로라도 꼭 만들어보고 싶은 책과 주제입니다. 가정에서의 미디어, 어떻게 활용하고 계시나요?고민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함께 고민하고 지혜로운 답을 찾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