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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선생님 Jun 09. 2024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우려.

아직은 사양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요즘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서 1시간 이상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구축 아파트의 장점이자 단점은 모래놀이터인데, 처음엔 개미나 벌레가 무서워서 모래놀이터를 선호하지 않았던 아이는 이제 놀이터 안에서 7살 대장 언니가 되었다. 주말이면 멀리 놀러나가지 않은 단지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인다. 평일에 퇴근이 조금만 빨랐더라면, 아이와 오랜 시간 놀이터에서 함께해줄 수 있었을텐데, 미안함이 앞선다.


아이가 놀이터에 흠뻑 젖어있는 모습을 보면,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곤 한다. 90년대 중반에 유아기, 초기 아동기를 보낸 나와 2020년 중반인 2024년에 유아기를 보내는 아이의 모습은 이 곳에서만큼은 크기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태어날 때부터 미디어를 접한다고 하는, 매번 'ㅇㅇㅇ+키즈'라는 신조어가 생겨나는 요즘 시대에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교집합 지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디지털 교과서'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때는 이미 코로나를 지나면서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후, 본격적으로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대한 이야기를 뉴스에서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디지털 교과서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는 정보는 많지 않다. 많은 이야기를 적고 싶지만 정보가 부족하기에, 나의 경험, 몇 가지 아는 이론적 지식을 근거로 내 주관을 세워가고 있다.


유아기의 아이, 초등, 아동기의 아이들에게는 아직 행동을 스스로 조절하거나 외부 자극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이러한 자기조절력은 수많은 외부 경험과 조절 경험을 통해 형성될 수 있는데, 우리가흔히 알고있는 미디어는 이런 부분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가정은 작년 하반기부터 아이와 함께 패드로 영어 학습을 하고 있다. 아이와 가정에서 패드로 학습을 할 때, 아이는 더 자극적인 장면, 빠르게 넘어가는 속도, 더 화려한 소리와 시각적인 재료를 원했다. 이러한 과정을 겪어가면서도, 분명 디지털 기기 안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이 장점이 있기에 무조건적으로 반대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한 것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당장은 화려하게 느껴졌던 외부자극에 점점 익숙해진다는 것. 처음엔 새로움이 동기가 되어 학습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그 과정이 익숙해지면 아이는 또 새로운 무언가를 원할 것이다. 이 부분은 종이책이 주는 물성, 냄새, 정적인 순간에 느껴지는 담백한 맛과는 거리가 있다.



24개월까지 아이에게 미디어 차단을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아이가 외동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수 있다. 혹시 둘째를 갖게 되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미디어를 차단할 수 있을까? 이러한 상상을 해보곤 한다. 그럼에도 변치 않는 생각은, 종이책을 잘 다루는 아이가 디지털 기기도 잘 다룰 수 있다는 것.


아이가 기기 이전에 사람사는 이 세상에서 맡을 수 있는 냄새, 감정, 사람의 말소리, 그리고 종이책이 주는 물성, 구겨졌다 펼쳐지는 그 느낌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 글은 디지털 기기의 반대론자, 찬성론자를 구분짓자는 의도가 아니다. 조금 솔직해져도 된다면, 내 아이는 디지털 세계에 최대한 늦게 들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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