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스마트폰이 보급된지 15년이 되어간다고 한다. 내가 처음 스마트폰 구경을 했던 때는, 대학교 4학년이었던 2010년 말, 교수님께서 보여주신 아이폰이었다. 그뒤로 6개월이 채 되지 않아서, 나는 첫 취업 겸 최신형 스마트폰을 구매했다. 갤럭시 s2였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만해도 스마트폰 유저가 많-지는 않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남녀노소 불문하고 스마트폰은 우리의 삶에 필수템이 되었다.
최근 스마트폰을 바꾸었을 때도 나에게는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보다 더 큰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개인정보뿐 아니라 뱅킹, 업무, 연락의 모든 것이 담겨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이 하루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임대폰이라도 사용해야 할 판이었다. 그렇게 바쁜 사업가도 아니고,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평범한 워킹맘인데도 스마트폰은 이미 나의 삶에도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었다.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이 질문은 초등학교 4학년 친구의 어머님께서 아들의 스마트폰 중독 이야기를 말씀해주셨을 때 생각났다. 가끔 2010년 이전의 영상을 유튜브에서 보면, 우리의 삶에는 스마트폰이 없었고, 아이들에게 탈출구는 스마트폰이 아닌 컴퓨터 게임 정도였다. 물론, 당시에도 핸드폰 게임을 위해 여러가지 결제 수단을 활용하거나 엄마 핸드폰을 이용한 사례는 있었지만. 스마트폰은 아이들에게 이동식 게임방이자 pc방, 그리고 영화관이 되어준 셈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야 한다, 글좀 써보자 말하지만, 아이들 앞에서 당당한 어른들이 몇이나 될까 이 부분도 물음표가 생기는 지점이다. 정작 나에게 물어보았을 때도, 아이와 눈을 마주하고 놀아주기보다 스마트폰을 보며 혼자 쉬는 시간이 도파민이 더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다면,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를 가족들과 나눌 수 있을까? 아이들은 조금 더 책에 눈을 둘 수 있을까? 어른들도 여러가지 정서적인 문제를 마주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이제는 나의 삶에도 필수적인 존재가 된 스마트폰이기에, 이러한 질문을 스치듯 해보곤 한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대면으로 누군가를 만났을 때의 설렘을 기억한다. 당연했지만 우리는 대면으로 누군가를 만나고, 타인의 숨소리를 듣고, 옆 사람의 행동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그리웠다. 더운 날은 땀냄새가, 추운날은 콧물이 흐르기도 했지만, 온라인 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사람 사는 냄새' 그 자체였다.
그런데 이러한 감정은 '우리'가 아닌, 그러한 기억이 남아있는 누군가에게만 한정되었을 수 있다. 알파세대, 더 아래의 세대에게는 화면으로의 소통이 익숙하기에, 오히려 대면이 더 번거롭고 피로도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근거가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무조건적으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기를 권하기보다, 일상에서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자연이 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이 있듯이, 종이책이나 함께하는 관계 속에서 얻어지는 무언가를 함께 찾아가고 싶다.
끝으로, 디지털 교과서 이슈는 너무나 조심스럽지만, 아직은 자라나는 1-2학년, 적어도 초등학교 고학년까지는 종이책을 보는 것을 권하고 싶은 마음이다. 아이들이 공부를 싫어하든지 좋아하든지, 종이 교과서의 그 느낌을 오감으로 빠져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