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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선생님 May 27. 2024

슬기로운 단톡방 사용 방법: 느린학습자를 위한.

어른들이 먼저 알려주세요, 단톡방의 지혜를.

어느 날, 언어치료 수업 중에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발달장애 학생의 폰이 쉴 틈 없이 울렸다. 평소에 스마트폰을 무음으로 해놓을 뿐 아니라 청각적으로 예민한 나에겐 진동 소리가 여간 신경쓰였지만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했다. 언어치료실 안에서 배운 사회적인 기술을 단톡방 안에서는 조금 더 잘 녹여낼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 때문이었다.


단톡방은 어른에게도 쉽지 않은 공간이다. 나 또한 여러 차례 단톡방을 나왔다. 인사를 하고 나온 단톡방도 있고, 카톡 기능의 힘을 빌려 '조용히 나가기' 기능을 사용한 적도 있다. 느린학습자 또는 발달장애 학생/성인에게 있어서 단톡방의 장점은 생각할 시간이 마련된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이와 맞물려서, 재빠르게 답을 하거나 이모티콘 하나라도 찍지 않으면 어느 순간 소외되어 있다는 점은 단점이 되기도 한다.


나의 몇 년간의 단톡방 생활을 되돌아보면, 20명이 넘는 단톡방 안에서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 좋다. 요즘은 공감하기 기능이 있어서 하트나 다양한 관련 이모티콘을 누를 수 있는데, 일일이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해보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래도 '나도 읽고 동의한다 또는 어떤 감정을 느꼈다'를 간단히 표시할 수 있다. 굳이 20명 이상의 단톡방 안에서 상대방의 말에 어떠한 반응을 억지로 쥐어짜지 않아도 쓸 수 있는 순기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아, 만일 직장 단톡방 안에서 상사의 말이라면 조금 달라질 수 있겠다.)


아이가 단톡방 안에서 소외되었다고 말한다면, 부모로서 매우 속상하다. 그럼에도  순간순간 지나갈 수 있는 말은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스크롤바 그대로 남겨두는 것도 지혜가 될 수 있다. 마치 먼지처럼 흩날리는 말과 반응들의 모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소외감을 느끼지 않아도 괜찮다고 토닥여줄 수 있다.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은 20명 이하, 혹, 5명 이하의 단톡방 안에서의 타인에 대한 비방하는 말이다. 성인이라면 어느 정도의 경험을 통하여 '이 방 안에서는(또는 이 사람에게는) 이 말을 해도 안전하겠다'라는 계산이 잡히지만,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아직 미숙하다. 이 부분은 성인도 실수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내가 이 글을 남기면, 누군가가 이 글을 캡쳐해서 언제 어디든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도 알고 있어야 한다. 증거가 남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해야 함을 어른이 알려줄 수 있다면 좋겠다.


사춘기 아이들은 친구의 말, 이모티콘 하나하나에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어른인 나 또한 그렇다. 특히, 아직 친목이 형성되지 않은 단톡방에서 어떤 말 한마디를 던졌다가 아무도 반응이 없으면 무심결에 계속 스마트폰을 확인하곤 한다. 때로는 심장이 쿵쾅거릴 때도 있다. 친구의 반응이 세상의 전부인 시기에는 더 민감하게 없어지는 숫자에 눈이 가리라 짐작한다.


언어치료사로서 아이들의 말이나 발음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오랜 시간 청소년/성인기가 된 대상자의 단톡방 생활이 궁금했다. 어쩌면, 다른 친구들은 (소위말하는) 우리 아이들의 반응에 크게 신경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잘 챙겨주는 분위기인 학급도 있겠지만, 있어도 그만, 없어도 크게 티가 나지 않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n년 전, 단톡방을 나온 적이 있었다. 이유는 세 명이 있던 공간에서 나만 소외되어서 둘만 만난 사진이 sns에 게시되었을 때 느낀 감정 때문이었다. 그 때 한 번의 이벤트만이 아니라, 그동안 알게 모르게 그 방 안에서 느꼈던 소외된 감정이 쌓였는데 기름이 부어진 격이 더 적절한 표현으로 생각된다. '다음에는 나도 같이 가자. 나 그렇게 바쁘지 않은데. 살짝 소외감 들려고 하잖아(약간의 재미있는 이모티콘 넣기)' 이렇게 넘겼으면 좋았을텐데. 미성숙한 태도였음을 인정한다.



맘카페 안에서도 어린이집부터 학급 단톡방, 학원 단톡방, 그 이전에 조리원 동기 단톡방 등등의 고민거리가 매일 쏟아져나온다. 나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녔을 때부터 그 어떤 아이 교육 관련 단톡방에도 속하지 않고 있다. 나를 잘 모르는 익명의 분들과 영어교육 관련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는 있지만, 모임에 참석해야만 단톡방이 유지되는 공간은 아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내 성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해력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단톡방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공간 안에서 자존감이 탄탄하게 서있고,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아이들이 온라인 안에서도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안에서 사회적인 눈치와 대처법은 꾸준히 어른이 가르쳐주어야 하지만.



발달장애, 느린학습자 성인들이 20살 이후에, 혹은 학교 방학 기간 때 외롭게 방 안에서 단톡방이나 오픈채팅에 손가락이 머물러있는게 개인적으로 너무 안타까웠다. 이 아이들에게, 친구들에게, 글을 쓰는 방법을 알려준다면, 보다 생산적인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기를 소망하며, 나도 오늘 열심히 쓰고, 배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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