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만으로 조기교육이 가능할까?

세. 살. 육. 아.

by 말선생님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집에서 아이와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한숨 소리와 산책할 때 잠시 스쳐 지나가는 엄마들에겐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진다. 지난주에는 긴급 보육이 가능했는데 다음 주에도 긴급 보육을 할 수 있을까. 프리랜서라 시간 조율이 가능하지만, 모든 흐름에 있어서 정답은 아무래도 뉴스에서 전달되는 메시지에 달려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대부분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sns 안에서도 가정보육 활동에 대한 피드가 이전보다 더 많이 보인다. 이전 같았으면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갔을 텐데, '그럼 나는 집에서 아이에게 무엇을 해주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과 피드백을 스스로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선택한 아이의 조기교육 아닌 조기교육 방법은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이었다. 나름 8개월 때부터 시작했던 그림책 육아는 주변 나의 아이 또래의 엄마들에게 '역시 언어치료사 엄마는 달라' 이미지를 얻을 수도 있었고, 나 또한 그러한 이야기를 들을 때 스스로에게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런데 아이가 24개월, 28개월, 30개월을 지나가면서 그림책만으로 조기교육을 시키는 것이 과연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첫 시작점은 내가 속한 집단의 단톡방에서의 대화였는데 화제가 '영어 유치원'이었다. 나는 당연히 이후에 보내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사람 생각이 모두 나와 같지는 않았고, 내가 그동안 그림책을 공부하면서 다짐했던 사교육에 대한 결단의 벽이 한 단계 허물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역 맘카페에는 글을 잘 쓰지 않는 편인데 너무 답답한 마음에 글을 올렸다. 지금 나의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엄마들의 답보다 이 과정을 지나온 초등학교 학부모님들의 경험과 의견이 궁금했다. '아이 교육에 있어서 자신의 소신이 중요하다.' 이게 수많은 댓글들의 주된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그 소신은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어딘가 속이 시원하게 궁금증이 해소된 것 같지 않았다.


30개월인 아이를 보았을 때, 아이는 이런 것 같다.

1. 한글 그림책 : 더 이전부터 보았던 최숙희 작가님의 <나도 나도>, <괜찮아> 그림책에 나오는 문장을 거의 다 외워서 이야기한다. 이야기하는 문장과 그림의 각 장면이 얼추 맞는다. 비슷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에도 그림책에서 본 문장을 이야기한다. "미안 미안~"이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 뒤에 "달님과 잠깐 이야기했지"를 말한다. <달님 안녕> 그림책을 기억하는 듯하다.

2. 영어 그림책 : <Yummy Yucky> 그림책의 앞부분 문장을 외워서 이야기하는데, 영어도 재미있어하지만 아직은 한글로 번역에서 읽어준 문장을 이야기하는 것을 더 즐기는 듯하다. "스파게티는 맛있어~벌레는! 맛이 없어." 이렇게 엄마가 초반에 강조해서 읽어주었던 문장과 억양을 그대로 따라 한다.


* 이때, 가장 큰 난관이 시작된다. 머릿속에 복잡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이를 보아하니, 영어를 재미있어하는 것 같고, 문장도 꽤 외운다. 어? 얘 천재일지도 모르겠다. 다른 엄마들은 이것저것 사교육을 슬슬 시작하던데. 외부에서 학습지를 정기구독하기도 하고, 요즘은 아이패드 안에서 만날 수 있는 교육 콘텐츠들도 정말 많은데. 우리 아이만 너무 뒤처지나?


아이의 양육에 있어서 부모가 가장 죄책감을 갖는 순간은 '내가 부족해서, 내가 돈을 잘 벌지 못해서 아이의 교육을 시켜주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요즘같이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엔 '아, 그런 건 잘 몰라서'라는 것은 핑계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에 좋은 정보를 알게 된 이상 결제를 하게 되지 않을 수가 없다.


나 또한 온이가 더 어렸을 때에도 그랬던 것 같다. 비록 20권짜리 전집이었지만 전집을 진열해놓고 있으면 아이가 기어 와서 책을 꺼내고, 걸음마를 해서 책을 꺼내오는 상상을 하며 전집을 결제하기도 했고, 가격이 부담되었을 때는 그때그때 맘카페에 올라오는 그림책 전집을 반값도 안되게 미리 구입해두기도 했다.

서점을 갔을 때에도 아이의 인지 교재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 스티커북부터 색칠, 선긋기, 사물카드, 동물카드부터 모든 카드들을 사다가 나름 목표량을 조절한 답 치고 벽에 10개~20개 정도 2주 정도 텀을 두고 붙여 놓았다. 다행히 아이가 카드에는 반응을 잘 보여주었지만, 가장 기대를 했던 전집엔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직 인지가 트이지 않아서 이게 얼마나 흥미로운 책인지 모르고 있는 거라는 생각에 30개월이 될 때까지 책을 비치해두었지만 아이는 그 전집에는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낡아가는, 하도 많이 봐서 앞표지가 떨어져 나간 그림책에 관심이 더 많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그림책에 대한 거부감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익숙한 책을 계속 반복해서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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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조기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읽어온 육아서들, 유튜브를 통해서 보았던 강의들을 나름 짜깁기해서 결론을 내보자면.(출처가 있어야 하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출산 이후 망각을 얻었다.)


1. 조기교육은 아이의 흥미가 관건이다. 아무리 좋은 교구, 대화에 꼭 필요한 영어문장, 시선을 사로잡는 팝업북, 어플이 있다고 한들 아이의 흥미가 없다면 의무적으로 해야 할 숙제가 될 수 있다.


2. 여전히 영어보다는 한글, 그림책! 이건 나의 주관적인 견해인데, 우리말은 너무나 예쁜 말, 아름다운 어휘가 많다. 그림책은 그러한 어휘들을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리고 그림책의 고전작가들의 책이 스테디셀러가 된 이유가 있다. 하야시 아키코, 앤서니 브라운, 존 버닝햄, 최숙희 작가님의 책이 그렇지 않을까. 우리에게 전래동화가 내려오는 것처럼.


3. 상호작용이 가장 중요하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말. "아이의 36개월까지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 상호작용을 가정 안에서 재미있는 놀이로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상호작용 안에 어떠한 지식을 확인하려고 하거나 아이에게 낯선 인지적인 자극이 아이가 가지고 있는 그릇의 1.5배 이상 크다면 아이는 더 이상 상호작용이 놀이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이는 언어치료의 기본 틀과 일맥상통한다.






30개월은 어쩌면 교육에 대한 고민의 첫 관문을 지나는 시기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의 고민은 교육적인 것보다 최근엔 아이의 정서적인 부분, 나의 감정에 대한 부분이 더 컸다. 아이는 이제 엄마가 만들어놓은 틀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궁금한 것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고 자신의 의사와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도 이전과는 더 세부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의 무언가를 낯설게 받아들인다. 어떻게 표현하고 반응해야 할지 아이 스스로에게도 어려운 과제다.


아이의 정서, 인지, 언어, 이 부분들을 모두 다루어야 하는데 집안일에 엄마의 감정은 하루에도 열 번 이상 롤러코스터를 탄다. 때로는 신랑이 이 감정을 격양시키는데 큰 일조를 하게 된다. 땅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싶은 때가 찾아온다. 특히나 요즘 같은 코로나 확진자의 증가로 인해 외출이 제한된 시기는 더 이를 견디는 역치가 바닥나게 된다.


'여러분, 그림책이 정답입니다!'라고 한 번에 답을 외치지는 못하지만, 그림책이 아이의 교육에 있어서 길잡이가 되어준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사실 '조기교육'이라는 말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 언어치료사 직업을 갖고 상담을 하고 아이들을 마주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보고 들어왔던 것들을 통해 만들어진 나의 가치관일지도 모르겠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가정보육. 우리 모두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