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권과 전집 그림책의 경계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하게 될 고민 중 하나.

by 말선생님

돌아오는 주는 온이의 어린이집 여름방학 기간이다. 일을 온전히 뺄 수는 없었지만 방학기간만큼은 온이와 지난 코로나 19로 인한 강제휴가 때처럼 온종일 같이 있는 날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조금 더 학습적인 활동들을 가정 안에서도 그 흔한 이름 '엄마표'라는 이름으로 해주고 싶었다.


토요일 저녁, 가족들과 함께 대형마트에 간 김에 같은 건물에 있는 어린이 그림책 서점에 들렀다. 아쉽게도 그 서점은 전집만 판매하고 낱권 그림책은 판매하고 있지 않았다. 사장님께서는 우리 부부에게 영어 전집과 함께 원어민 발음과 노래가 나오는 세이펜을 보여주셨다. 온이가 24개월이 되었을 때 엄청난 고민 끝에 사준 세이펜이 있었던 터라 처음만큼 신기하지는 않았지만 영어 그림책 세이펜은 느낌이 또 달랐다.



그런데 무슨 자신감인지 전집을 사야겠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전집의 장점은 이렇다.


책을 선택하는 고민을 줄일 수 있다. 연령별 추천 목록이 있다.

다양한 주제의 그림책을 한 번에 접할 수 있다.

세이펜, 블록과 같은 다양한 교구들을 함께 만날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외적인 만족감도 줄 수 있을 것이다. 책장을 가득 채운 그림책은 보는 사람에게도 만족감을 준다. 요즘은 워낙 그림도 예쁘게 나와서 책장에 나란히 꽂아 놓으면 퍼즐을 맞춘 듯이 그 안에 또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기도 한다.


이 글을 어쩌다가 혹시 전집을 판매하시는 누군가가 보실 수도 있기에(글이라는 건 어쩌면 말보다 더 무서운 존재일 수도 있다), 이 글은 나의 견해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적어야 할 것 같다. '내가' 낱권 그림책을 선택한 과정과 이유를 기록해보고 싶다.




1. 낱권 그림책은 고르는 순간부터가 이야기의 시작점이 된다.


엄마는 아이의 취향을 잘 알고 있다. 물론, 여러 주제의 그림책을 접하게 해주는 것이 좋을 수 있지만 첫 단추는 아이의 '선호도'에서 시작된다. 언어발달 전반적인 영역이 그러한 것 같다. '아이의 취향'을 존중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출발선에서 부모나 치료사가 주는 자극을 잘 흡수하려고 하지 않는다.


서점에 가서 혹은 인터넷 서점(요즘은 온라인 주문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에서 책을 고를 때 '우리 아이가 어떤 책을 좋아할지, 이 책을 어떻게 읽어주어야 할지, 이 책과 연관된 다른 주제의 책은 어디에 있는지' 고민 끝에 책을 고른다. 책을 고르는 순간부터 어떻게 읽어주어야 할지 고민을 하면서 아이에게 그림책을 전해준다. 그리고 엄마(혹은 아빠)만의 설명을 아이에게 해줄 수 있다.


"이 책은 OO에 대한 책이야.
우리 ( )(이) OO 좋아하지?
지난번에 엄마(아빠)랑도 공원에 가서 봤지?

"



2. 아이의 선호도의 변화를 따라갈 수 있다.


아무래도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내가 준비한 것 5개 중 3~4개는 꼭 아이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것이 모든 부모 혹은 선생님의 마음인 것 같다. 책장을 가득 채운 전집은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적은 금액은 아니다. 책값이 '적은 금액'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불만이 없다. 하지만 그러하다 보니 아이에게 '여기에 꽂힌 책을 적어도 한 번쯤은 봐야 나중에 누구에게 물려줄 때도 덜 아까운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아이는 반복해서 책이 닳을 때까지 그림책을 볼 수도 있고 이 책 저 책 다양한 책을 볼 수도 있다. 언어발달 촉진을 목표로 회기를 진행할 때에는 치료사의 취향대로 목표를 진행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치료사의 목표가 있지만 그 중심(CORE)은 '아이의 선호도'다. 아이가 현재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중심에 두지 않으면 10개의 목표활동을 비싼 교구들과 함께 준비해두었더라도 큰 효과를 가져오지 못할 수도 있다.

낱권 그림책은 아이의 선호도에 따라 조율해서 구입할 수 있지만 전집은 낱권 그림책보다는 이러한 측면에서는 유연성이 적을 수도 있다. 나의 글이 전집의 '단점'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니 이 문장이 조금 조심스럽기는 하다.



3. 그림책 속 문장이 아이의 것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은 그림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보면 마치 기계처럼 그림책 속 문장들을 술술 외워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는 '반복'했기 때문일 것이다. 반복적으로 그 문장을 듣고 싶기에 엄마 아빠에게 같은 그림책을 숱하게 가지고 오기도 하고 스스로 같은 그림책을 꺼내 보기도 한다.


온이는 차를 타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갈 때면 '밤이 되었네, 봐요. 하늘이 깜깜해졌어요'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바로 <잘 자요 달님> 책 속의 문장을 이야기하고 다시 <달님 안녕> 책으로 돌아와서 '구름 아저씨 안돼요!' 다시 구름 아저씨를 부른다.


온이가 담을 수 있는 용량이 적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몇십 권의 책을 한 번에 들여놓았더라면 이러한 경험은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여러 번 보고 여러 번 노출되었기 때문에 책 속이 문장들이 '내 것'이 된 것이 아닐까.



<짖어와 조지야> 그림책. 프로 그리에이트 연습 과정 중.



온이와 나는 이제 <영어 그림책>이라는 하나의 고개를 넘어가려고 한다. 내가 준비한 것은 CD 플레이어(요즘은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와 낱권의 그림책이다. 신랑은 스마트폰 MP3 음성파일을 추천해주었지만 스마트폰을 한 번 손에 들면 놓지 못하는 나를 잘 알기에 90년대 감성의 CD 플레이어를 선택했다.

내 발음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영어 그림책 또한 한국어 그림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반복보다도 아이의 즐거움을 따라가는 엄마와 아빠의 시선만큼 그림책 읽기에서 중요한 것은 없다.





이 글은 제가 블로그에 온이가 읽어온 그림책들을 처음 올리던 8개월 무렵부터 계속 해왔던 고민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어쩌면 '전집'과 '낱권' 그림책의 경계가 애매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낱권 그림책도 전집 시리즈 중 한 권일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조금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한 번에 여러 권을 구입하는 것 보다 나의 아이는 조금씩 여러 번 보는 것을 더 좋아하는 아이였기 때문에 저는 낱권을 선택해왔습니다.


아이가 더 자라면서 역사책이나 시리즈별 주제가 필요할 때는 또 전집을 구입한 이유에 대해 글을 적을지도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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