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월 이전, 그림책을 고르는 방법.

Key를 들고 있는 것은 광고주가 아닌 내 아이다.

by 말선생님

글의 제목을 <24개월 이전, 좋은 그림책을 고르는 방법>으로 적었다가 '좋은'을 뺐다. '좋은'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좋은'의 기준은 어쩌면 엄마가 아닌 각각의 집에 있는 '아이'가 결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이가 재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 책은 엄마의 만족감을 채우기 위한 도구일 수도 있다.

흔히들 '그림책'과 '동화책'의 차이점이 있냐는 질문을 한다. 그림책을 공부하신 선생님들께서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고 하신다. 그림책은 말 그대로 '그림'이 동화책에 비해 훨씬 더 비중을 많이 차지한다. 그림책을 알아가기 전에는 나도 전혀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디즈니 만화동산에 나오는 그림이나 그림책 속에 있는 그림이나 모두 아이들을 위한 매체인데 굳이 차이점을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요즘은 서점에 가보면 시중에 나오는 만화나 영화가 책으로 나온 경우도 정말 많다.





아이가 6~8개월 무렵이면 서서히 초점책은 책꽂이 안으로 들어가거나 사촌 동생 혹은 조카에게 물려주기 위해 예쁘게 모셔두고 이제 조금 더 색감이 있는 책을 찾기 시작한다. 온이의 경험을 생각해보자면 돌이 지나도 여전히 종이를 물고 빠는 재미를 느꼈기에 이 시기에는 보드북이 더 좋은 것 같다. 간혹 아이들에 따라서 종이의 그 느낌을 좋아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지만 보드북은 쉽게 찢어지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손으로 만지작거리기 좋다. 그리고 모서리가 둥글기 때문에 손이 다칠 염려도 적다.


그리고 제목이나 내용도 최대한 아이와 친근한 주제 또는 반복적인 의성어나 의태어가 포함된 책을 추천하고 싶다. '달님 안녕' 책 뒤표지에는 달님이 메롱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을 싫어하는 아이는 아직까지는 보지 못한 것 같다. "미안 미안~달님과 잠깐 이야기했지" 이 문장을 읽을 때 "미안 미안~" 부분에서 톤을 갑자기 낮추어 주면 아이의 시선이 책 속에 달님과 엄마를 번갈아보느라 바빠지기도 한다.


아이들에게는 반복이 질리는 소재가 아니라 반복은 오히려 하나의 놀이가 될 수 있다. 동물소리가 나오는 책은 노래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고, '싹싹싹'과 같이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목소리 크기나 톤을 조절해서 같은 소리를 반복적으로 낼 수 있는 책 또한 책을 읽어주는 사람에 따라 아이들에게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해줄 수 있다.



흔히 전집을 구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노출'에 대한 부분인데 나 또한 이 부분이 고민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많이 노출시킬수록 아이도 많은 책을 볼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노출'이라는 말은 참 부담스럽다.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많은 것들에 노출되어야 하는 걸까? 그림책, 영어, 중국어, 요즘은 코딩까지. 모두 '노출'되어 있다.


온이의 경우는 나름 책을 많이 노출시켜보았지만 보는 책은 한정적이었다. 30개월이 되어가는 지금은 책 편식이 조금 없어진 편이지만 보던 책을 주로 보았고 문장이 익숙해질 때 즈음 천천히 다른 책을 보여주었다. 다른 책을 보여줄 때 가급적 같은 작가의 책을 보여주었다. <우리 아빠가 최고야> 책을 보여주면서 시간이 지난 후 <우리 엄마> 책을 보여주고 <기분을 말해봐> 책도 함께 보여주었다.


<기분을 말해봐> 그림책은 아이들과 감정 표현에 대해 활동하려고 구입한 책이었는데 온이도 좋아할 것 같아서 우선 온이에게 보여준 그림책이다.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한 두 달 정도는 방치되어 있다가 어느 순간 온이가 대사를 외워버리는 그림책이 되었다. 앤서니 브라운 작가의 책은 책 중간중간에 동일 작가의 다른 그림책에서 보았던 그림들이 등장한다. 아이들이 그 그림들을 찾는 재미로 더 책에 몰입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돌 이전의 엄마들은 외출의 기회가 제한적이다. 사실 서점에 가서 여유 있게 책을 고를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아기를 아기띠에 안고 서점에 가더라도 칭얼거리거나 혹시 모를 기저귀 가는 상황을 대비해서 무거운 짐을 들고 가야 한다. 나와 같은 뚜벅이 엄마의 경우에는 책을 고르러 서점에 간다는 게 어쩌면 사치로 느껴질 수도 있다.


나는 주말에 신랑 찬스를 많이 이용했다. 사고 싶은 그림책들을 캡처해두고 중고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고 중고 서점에 없는 경우에는 시중에 있는 서점에서 구입했다. 코로나 19가 터지기 전에는 그림책방도 아이와 종종 갔었다. 막 걷기 시작할 무렵에 그림책방을 데리고 갔었는데 다행히 책방 주인 분들께서 친절하게 그림책도 설명해주시고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다.

구입할 그림책들을 고르는 기준은 초반에는 너무 막막했기 때문에 그림책을 소개하는 책들을 최대한 많이 읽어 보았다. 그 책에서 공통적으로 소개하는 그림책은 나의 아이도 좋아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3년 전보다 더 그림책 육아에 대한 책이 시중에 많이 출간되는 것 같다. 특히, 심선민 선생님의 책이 나와 온이에게는 잘 맞았다. <0~7세 그림책 육아의 모든 것> 그리고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마음공부> 책은 각각의 책의 색깔에 맞게 나의 마음도 위로해주었다.



카페에 갈 때도, 기차를 타고 어딘가에 가야 할 때도 늘 하야시 아키코 작가의 그림책을 가지고 다녔다. 우리 집은 tv는 거의 보지 않는 편인데(아주 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온이가 잘 때 본다), 돌 전부터 영상보다는 아이 눈높이에 딱 맞는 그림책 속에 그림을 보여주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온이는 신기하게도 tv를 틀면 끄라고 이야기하는 아기였다.




나는 조심스러운 주장이기도 하지만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는 한 권의 책을 반복해서 보는 것을 더 추천하고 싶다. 그림책 속 그림과 문장은 읽으면 읽을수록 새롭고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영어 그림책을 보여줄 때도 여러 권 사두긴 했지만 아직 <Good night moon> 그림책에 머물러 있는 이유도 온이가 빠져있는 그 순간을 존중해주고 싶었다. 중학교 때 보았던 순정만화 그림책을 여러 번 보았듯이 아이들에게도 그림책은 반복해서 볼수록 엔도르핀이 더 솟아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한 때는 너무 <달님 안녕> 시리즈 4권의 그림책만 보아서 걱정이 된 적도 있었지만 아이들의 관심사는 변한다. 반복해서 보았던 책은 여전히 반복해서 보는 그 취향을 존중해주면서 한 두 권씩 새로운 책을 노출시켜주면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 그 책을 아이가 보고 있다.





그림책은 때로는 엄마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때로는 아이의 마음을 위로해준다. 때로는 죄책감을 줄 때도 있지만 책을 덮고 난 이후 아이와 눈을 맞추거나 포옹을 하고 나면 그 죄책감도 씻겨 내려간다. 참 신기한 존재다.


24개월 이전 그림책에 대해 블로그에도 포스팅을 했었고 브런치 안에도 기록을 한 적이 있었지만 한번 더 남기고 싶었다. 엄마들의 책에 대한 욕구가 가장 많은 시기가 이 무렵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글에 대한 데이터를 보면 24개월 이전 그림책에 대한 조회수가 높은 편이다.(그렇다고 아주 높은 것은 아니다.) 그만큼 아이에게 그림책을 어떻게 보여주고 어떤 그림책을 보여주어야 할지 고민이 많고 돈을 헛되게 사용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라고 생각된다.






* 그림책을 처음 시작하신다면.


아주 고전적이지만 누구나 좋아한(다고들 하는) 그림책 몇 권을 구입해서 아이에게 보여주면 아이의 선호도가 파악될 것입니다. 저는 하야시 아키코의 <달님안녕> 시리즈, <두드려보아요> 시리즈,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이 정도 책으로 시작했었어요.


그림은 가급적 크기가 크고 뚜렷한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한창 사물의 이름을 알아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한눈에 쏙 들어오는 책들이 이름을 알려주시기에도 좋을 거예요. 아! 딕 부르너 책 시리즈도 그림이 크고 선이 굵어서 온이는 재미있어했어요. 다소 예스러운 사물도 나오긴 했지만요.


* 아이가 반복적으로 자동차/공룡 책만 좋아한다면


이 질문은 치료실에서도 많이 받았던 질문인데요. 자동차나 공룡이 내는 '으아~'와 같은 소리를 재미있어한다면 자동차나 공룡이 주인공이 되면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책도 한 두 권씩 보여주시는 건 어떨까요? 글을 쓰다 보니 이 부분은 조금 더 깊게 답을 찾아서 글을 다시 써야겠네요.


* 책을 보여주려고 하면 도망가요.


이 때는 사운드북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온이가 돌 이전만 해도 사운드북에 나오는 그림체들은 대부분 조금 작거나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 다시 서점에서 보니 아이들이 이목을 끌 정도로 크고 사실적인 그림체의 사운드북도 많이 나왔더라고요.


책은 이렇게 넘겨서 보는거야, 책은 이렇게 읽는거야, 책은 엄마와 아빠가 읽어주면 이렇게나 재미있는거야! 아이에게 조금씩 그 재미를 알려주세요. 사실, 사운드북은 조금 조심스럽게도 합니다. 너무 사운드북만 본다고 하시는 경우도 있어서요. 책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하면 서서히 책에서 나오는 소리의 빈도를 줄여가도 엄마의 목소리로 대체할 수 있을거에요.



* 이 세 가지 질문은, 완벽한 정답은 아니지만 제가 그림책을 아이에게 자주 보여준다고 SNS 안에 사진을 많이 올렸더니, 온이가 두 돌이 지나면서 후배 엄마들이 주었던 질문들입니다. 후배라고 할 것 까지는 없고 친한 동생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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