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그림책을 습관처럼 꺼내보다.

그림책 육아 3년 차 이야기.

by 말선생님



한 2주 전부터 '네이버 밴드 페이지'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밴드는 대학원 때부터 동호회의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터라 페이지라는 공간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밴드 페이지를 운영하게 되면 블로그, 브런치, 밴드까지. 아! 그리고 인스타그램까지. 꾸려가야 하는 곳이 늘어나게 되는데 꾸준하게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일단 시작해보기로 했다. 어떻게 브랜딩을 해갈 수 있을까? 브랜딩 이전에 어떤 주제로 글을 올려야 많은 분들이 찾아주실까?


우선 설문을 받기로 했는데, 참여해주신 분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감사하게도 의견을 주셨다. 언어치료 정보와 그림책 정보가 가장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그림책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았다. 조회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브런치 공간 안에서는 그림책 이야기보다는 워킹맘으로서, 그리고 유부녀, 아이 엄마로서의 삶을 적은 글이 조회수가 다소 높은 편인데(적어도 내 기준에서), 밴드는 조금 다른 니즈가 있다는 게 신기했다. 어찌 되었든 시작해보기로 했다.



그림책에 대한 정보를 올리려면 우선 나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었다. 다이어트에 대한 글도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이 글의 전달력이 좋듯이 그림책 육아 또한 그럴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온이는 30개월에 접어들기도 전에 알아서 그림책을 가지고 오고, 하나의 장난감처럼 그림책을 혼자서 넘겨보다가 다른 장난감으로 관심사가 넘어간다. 내가 처음 그림책 육아를 시작하던 때의 목표를 그대로 이룬 셈이다.


그렇다면 그림책을 생활화할 수 있었던 데에는 어떠한 과정이 있었을까? 30개월을 맞이하면서 한 번쯤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1. 그림책을 항상 곁에 둔다.

아이들은 사물의 영속성이 돌 전후로 발달하지만 그래도 눈 앞에 보이지 않는 사물을 기억하는 것보다는 눈 앞에 보이는 것을 차지하려는 욕구가 더 강하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군것질거리가 포함될 것이다. 항상 그림책을 곁에 두었다. 색칠을 하다가도 블록놀이를 하다가도 손쉽게 잡을 수 있는 곳에 그림책을 두고, 책꽂이도 늘 아이 키에 맞추어서 아이가 꺼내볼 수 있는 높이로 준비했다.

우리 집엔 전집이 없지만 전집을 구입해본 분들은 알 것이다. 책이 책장 안에 가득 꽂혀 있으면 아이가 스스로 책을 꺼내 보기가 어려울 수 있다. 책 한 칸의 공간들을 조금 넉넉하게 채워주었다. 아이가 언제든 책을 꺼내볼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주었고 책을 만나는 과정을 쉽게 만들어주었다.


2. 그림책은 아이의 수준에 맞추어 준다.

글밥이 많은 그림책은 아이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아이에게 몇 권의 그림책을 보여주다 보면 엄마의 직감으로 아이가 그림책을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나는 온이가 24개월 무렵부터 보았던 최숙희 선생님의 <나도 나도>, <행복한 ㄱㄷㄴ>, <나랑 친구 할래>, <괜찮아> 책들의 수준에 맞추어서 그림책을 읽어 주었다.

아이가 매일 그림책에 빠져들어서 드라마틱하게 읽었던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표지를 보자마자 '안 읽을래!' 말하며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온 적도 있었고, 때로는 눈을 뜨자마자 그림책 앞으로 가서 혼자 책을 펼쳐본 적도 있었다. 그때 그때 아이의 관심에 따라서 맞추어 주었다. 절대 강요는 금물! 그림책이 '재미있는' 무언가로 남기 위해서 아이에게 루틴은 만들어주되, 의무감을 주지는 않았다.


* 추천하는 3세 그림책 : 나도 나도/나랑 친구 할래?/괜찮아/행복한ㄱㄴㄷ(최숙희), 아기 오리는 어디로 갔을까요?(낸시 테퍼 리), 개구쟁이 아치 시리즈(이 책은 미니 전집인데, 크기가 작아서 큰 부담은 없었다), 안아줘(제즈 앨버로우), 소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몰리 뱅), 우리 엄마/우리 아빠가 최고야, 기분을 말해봐(앤서니 브라운), 스팟이 어디에 숨었나요?(에릭 힐)


3. 아이의 일상과 연관된 그림책을 선택한다.

24개월이 지나가면 아이들 또한 단순한 사물 인지 그림책보다는 조금씩 책의 스토리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아이들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양치질 하기, 밥 먹기, 배변 훈련과 관련된 그림책을 조금씩 읽어주기 시작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림책을 소개하는 책들, 그리고 책 육아에서 이야기하는 책들, 해당 개월 수는 공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의 생각에서 지나고 보니 이 시기에는 이런 주제의 그림책이 적합했고, 우리 아이와 주변 아이들의 반응이 좋고, 흡수가 잘 되었다는 느낌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다. 그림책 전문가가 만 3세 때는 생활동화 그림책을 추천했으니 우리 아이도 반드시 읽어주어야 한다. 혹은 우리 아이는 왜 이해하지 못하까? 이런 염려는 내려놓으셔도 될 것 같다.


<아기 오리는 어디로 갔을까요?> 책은 아이가 탄천 산책을 하면서 오리들을 본 이야기를 자주 하기 때문에 중고서점에서 구입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추상적이고 상상할 수 있는, 가상의 주인공을 다룬 것들도 좋지만 아이의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소재를 주제로 한 그림책들을 보여준다면 아이 또한 부담감을 덜고 책과 마주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4. 예쁜 대화가 나오는 책들을 선택한다.

초등학생 부모님들의 큰 고민은 아이들이 만화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청소년기가 되면 웹툰을 접하기도 하고, 단답형의 대화가 오고 갈 확률이 높아진다. 크리에이터들에 따라 다르겠지만 유튜브가 워낙 생활화되고 있고 아이들의 언어는 간단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교과서적인 문장으로 대화를 했다면 아이들 사이에서 '오글거린다', '간단히'라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의 아이들에게는 그림책의 언어는 조금은 더 다르게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아이에게 최숙희 선생님의 <괜찮아>, <나도 나도> 책을 보여주었던 것은 일상에서 어떠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괜찮아!" 말할 수 있는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아이들마다 속도나 흡수력이 다를 수 있겠지만 온이는 책에 나오는 대사들을 언제부터인가 그대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그럴 때 아름다운 언어를 이야기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선택하고 있다.


5. 엄마가 그림책 모임에 참여한다, 아니, 그림책을 자주 접한다.

이 방법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의 삶에 찾아오기 전까지는 어려운 방법이 아니었지만, 한동안은 그림책방 안에서 책모임을 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 요즘은 줌을 이용한 그림책 나눔이나 교육 또한 진행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홈쇼핑을 보더라도 진정 쇼호스트가 해당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지, 능숙하게 다루는지, 우리는 굳이 매의 눈으로 전환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아이들에게 엄마의 그림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엄마가 그 그림책을 정말 좋아하고 빠져들어 있다면 아이에게도 그 마음이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현장에서 그림책에 대한 질문을 어머님들께 드리다 보면, "우리 아이는 보던 책만 봐요." 혹은 "우리 아이는 책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실 때도 있다. 그림책 육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다소 무리한 제안일 수도 있지만 가정의 분위기가 그림책을 볼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들어지는 것도 책 육아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엄마와 아빠는 신나게 tv나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있는데 아이가 그림책을 좋아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욕심 아닌 욕심일 수도 있다.




그래서, 네이버 밴드 페이지는 하루에 1권~3권 정도 그림책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기로 했다. 나에게도 그림책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고, 나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어치료사'가 소개해주는 그림책은 어떠한 느낌일지 부모님들 혹은 조카를 두신 분들, 그리고 자녀는 없지만 그림책을 좋아하시는 분들과 댓글을 통해 즉각적으로 소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름을 <하루 n그림책>으로 정해보았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하루 한 권 그림책~하루 세 권 그림책>은 너무 식상하기도 하고 권수를 매일 맞추기 어려울 것 같아서. n을 생각했다. 'n수생'에 n과 같은 의미이지만. 이중적인 의미도 담겨있다.


하루엔 그림책(매일 그림책을 읽는 것)
하루 n 그림책(몇 권의 그림책을 읽을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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