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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캥거루 Oct 22. 2021

퇴사하기 전 확인할 필수 질문 리스트

후회를 남기지 않는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고민들

 "아직도 다녀요?"


 앞서 퇴사했던 동료들을 오랜만에 만나 근황을 나누다 보면 어김없이 반문이 돌아왔다.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1년이 채 되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회사의 비전은 직원 스스로가 떠올려야 했고 업무 강도와 마이크로 매니징은 숨이 막힐 정도였으니까. '우리' 회사를 좋은 방향으로 바꿔보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이 있었다. 전부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변화를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위에서 호응해주지 않으니 역효과가 났다. 그 때문에 항상 좋은 사람들이 먼저 떠나고 조직은 변화가 없었다. 그럼에도 왜 장장 5년이라는 시간을 남아있었을까? 시기에 따라 대답은 달랐지만 언제나 이유는 확고했다. 이유가 확고했기 때문에 스스로 동기 부여하며 달려갈 동력을 만들 수 있었다.


 누구나 언젠가는 퇴사를 고민한다. 그러나 퇴사와 남아있겠다는 결정, 그 어느 쪽이라도 충분한 고민과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타당한 이유를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성과 논리가 감정을 잠재운다. 또한 충분한 고민은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

 아래 내용은 내게 찾아온 권태의 시기마다 점검했던 질문들이다. 후회를 남기지 않는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퇴사를 결심하기 전 아래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시라. 정답은 아니지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경험에 따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될 수 있습니다. (최종 업데이트 날짜: 2021.10.22)




<퇴사하기 전에 해야 할 질문>


1. 떠나는 이유에 대하여


1-1. 나는 왜 퇴사하려는 걸까?

; 벼랑 끝에 몰려 홧김에 때려치우고 싶을 수도 있다. 이 질문은 이성과 논리를 토대로 퇴사 과정을 준비할 수 있게 하는 출발점이다.


1-2.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이 회사에서 이를 실현할 수 있는가?

; 내 꿈은 무엇이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나? 이곳에서 일하면서 이상에 가까워졌는가? 남는 결정을 한다면 더 가까워질 수 있겠는가? 인간의 욕구 중 가장 최정점의 욕구는 '자아실현의 욕구'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머무는 장소인만큼 회사는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1-3. 이 회사에 있음으로써 잃어가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 반대로 내가 잃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건강, 가족과의 시간, 삶의 풍요로움, 자존감.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다. 모든 기획에 있어 출발점은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의 내리도록 하자.


1-4. 퇴사가 문제를 해결해주나? (퇴사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

; 문제를 정의했다면, 문제를 해결할 최선의 방법이 '퇴사'인지 판단해보자. 어쩌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다른 곳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내 경우에도 '퇴사'는 일시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어 보였지만 언제나 더 나은 해결책이 있었다. '퇴사'가 도피가 아니라 문제 해결이 되려면 이 질문에 대해 반드시 논리적으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퇴사 이유가 되는 대부분의 원인은 어떤 조직에 가도 동일하게 직면하게 된다는 점도 잊지 말자. 보너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최고의 해결책을 찾는 과정을 내재화하면 뼛속까지 기획자가 될 수 있다.


2. 떠나면서 남겨질 것들에 대하여


2-1. 정말 더 이상 성장할 것, 내가 얻어갈 것이 없는가?

; 나중에 퇴사하고 나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꼭 점검해야 한다. 미련 없이 떠날 만큼 이곳에서 충분히 성장했는가?


2-2. 있다면 꼭 이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인가?

; 성장할 요소가 남아있다 할지라도 이 회사에서만 성장할 수 있는 내용이거나 얻을 수 있는 경험이 아닐 수 있다. 다시 돌아올 것이 아니라면, 퇴사 혹은 다른 회사를 선택하는 대신 이 회사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는지 확인해보자. 업무 스킬, 사람, 조직문화, 명함이 주는 힘, 도메인과 시장에 대한 학습 등 분명 그곳에서 얻고 나와야 할 보물이 있을 것이다.


2-3. 나가서 얻을 수 있는 요소들이 이곳에 남아 성장할 요소가 보다 큰가?

; 기회비용을 점검하자. 이 회사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 할지라도 이직 후 얻게 될 성장과 보상이 더 크다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지금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진 않지만 환경을 바꾸어 새로운 도전을 했을 때 얻을 것들이 더 크다는 답을 내리고나서야 이직을 결심하였다.


2-4. 회사를 보는 외부의 시선과 평판은 어떤가?

; 외부에서 보지 못하는 것들도 있지만 반대로 내부 사람이 되고 나서 보지 못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외부에서는 내 회사의 사업/조직문화/복지 등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살펴보자. 의외로 퇴사 후 놓치게 될 것들을 발견할 수도 있고, '이런 점이 개선만 되면 정말 좋아지겠구나' 하는 인사이트도 얻을 수 있다. 그러니 "안에서 보면 안 그래."라거나 "겉으로만 보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야."라는 회의적인 반응은 넣어두고 귀를 열고 들어 보자.


3.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에 대하여


3-1. 상황을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 나를 화나게 혹은 비참하게 만드는 회사의 모습과 조직의 판단에 대해 나는 무엇을 했는가? 내가 속한 조직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내가 실행한 것들과 결과를 기록해보자. 아무런 노력 없이 불평만 하다가 퇴사를 한다면 운 좋게 좋은 조직을 만나지 않는 한 내 모습은 그대로일 것이다. 좋은 조직을 만나서 변화가 있다 할지라도 좋은 조직에 머무를 때뿐, 환경이 바뀌면 성장 없는 내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 무엇보다 이 질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리더십이다. 조직의 문제를 보고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야말로 리더의 자질이 아닐까? 직속상관의 판단이 왜 이런지, 시스템이 문제가 있어도 왜 개선되지 않는지 맥락을 살피다 보면 리더로서의 사고방식도 터득할 수 있다. 내 가까이에 있는 리더들의 판단과 행동을 관찰하자. 배울 점을 얻고 못한 것들은 반면교사를 삼아 좋은 리더가 될 준비를 할 수 있다.


3-2. 주도적으로 일을 제안하고 실행했는가?

; 사람에 따라 위에서 내려온 명령이나 누군가의 요청에 따라 일하는 것이 편할 수 있다. 수동적인 것이 편할 때가 있지만 더 큰 폭으로 성장하려면 능동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주도적으로 일을 제안하고 실행해보았는가?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을 하기 위해 직속상관을 설득해본 경험이 있는가?


3-3. 제안이 거절되었다면 거절된 이유를 곱씹어 재도전했는가?

; 제안을 해도 윗사람이 꽉 막힌 사람이라 타당한 이유 없이 반려당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반려된 이유가 내게 있는지 반추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기획이 부족했거나 사업적인 타당성이나 방향성이 부족했을 수 있다. 인력이나 예산 측면에서 기회비용이 있을 수도 있다. 반려된 이유를 살펴보고 보강하여 다시 제안해보는 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고 후회도 남기지 않을 수 있다.


3-4. 믿을만한 동료나 직장 선배와 고민을 나눠본 적 있나?

; 퇴사를 결심하기 전에 몇 번쯤은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좌절감이나 회의감을 직장 동료나 선배와 나눠보자. 물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믿을만한 사람이어야 한다. 나와 동일한 어려움을 겪은 이의 위로와 공감은 마음에 안정감을 준다. 운이 좋으면 대화 속에서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다.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함께할 동료가 되기도 한다.


4. 상황이 나아질 기미에 대하여(최선을 다했다는 가정 하에)


4-1. 발버둥을 쳐도 변화가 없는 이유가 인(人)적 요인에서 기인하는가?

; 사람이 요인이라면 상대적으로 해결이 어렵다. 조직이 발전할 수 있는 건설적인 제안을 해도 대표가 수용할 생각이 없고 본인만의 철학이 뚜렷한 사람이라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을 변화시켜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엄청난 인내와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한다. 영향력이 무시할만한 수준인지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4-2. 그 원인이 나아질 희망이 있는 요소인가? 고개를 젓게 만드는가?

; 노력했을 때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판단해보자. 효과가 있을지 판단해보고 리소스를 분배하는 것 또한 PM으로서 필요한 자질이다.


5. 다음 스텝에 대하여


5-1. 퇴사 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 건강상의 문제로 일정기간 쉬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다음 스텝이 확정된 채로 퇴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부분도 그렇고, 휴식의 기간이 원치 않게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쉼 없이 달려 꽤나 지쳐있었기 때문에 쉼이 필요했다. 업무적으로도 지친 상태에서 이직 준비까지 병행한 탓에 더 심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이직하게 된 곳에서 '쉼이 필요하실 테니 1달간 푹 쉬고 오시라'고 해주셨다. 다시 일하기 전까지 쉬는 기간이 있다면 알차게 쉴 수 있도록 하자. 나와 달리 퇴사 후 쉬면서 이직 준비를 하겠다는 선택을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이 또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5-2. 계획대로 안 될 경우 플랜 b가 있나?

; '이상은 높되 다리는 땅에 두라' 했다. 낙관적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다소 현실적으로 준비하자. 최소 플랜 c까지는 대비해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질문을 던지고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고안하자. 이런 사고방식이 PM인 나로서는 업무의 연장선 같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각자 인생의 기획자가 아닌가? 부디, 이 질문들이 퇴사를 고민하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인생이 좋은 방향으로 기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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