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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벤더핑크 Oct 23. 2021

제주도 셋째 날, 자연과 함께

[3악장] 베토벤 제6번 교향곡 '전원'

    휴양림의 뜨끈한 아랫목에서 몸을 지지고 한 잠을 자고 나니 우린 피로회복제가 따로 필요 없었다. 아침 내리는 비에 한없이 여유를 부리며 오늘은 휴양림에서 오전 시간을 가득 채운 뒤, 오후에 나서기로 했다. 오늘은 늦잠도 충분히 자고 일어나 어제와 다른 산책로를 걸어본 뒤, 나갈 채비를 하기로 한다.


자연의 약육강식, 숲 > 비 > 바다


    비가 오면 바다는 그 예쁜 에메랄드 빛을 그만 비에게 빼앗겨 버리지만, 숲은 오히려 검은색초록빛의 생기를 되찾는다. 고로 자연 생태계의 빛의 서열에서 숲은 적어도 셋 중 최강자다. 


   비는 사람들의 발길을 멀리멀리 떠나보낸 후, 고요해진 틈을 타 잠들어 있던 숲을 흔들어 깨운다. 툭툭 우산 위로 떨어지는 경쾌한 빗소리를 이어폰 삼아, 저벅저벅, 한걸음 한걸음 숲과 대화하듯 숲길을 걷는다. 한참을 걷다 보니, 내 발이 나 몰래 산책길 숲과 커피 한 잔 향기 진한 깊은 대화라도 나눈 듯 깊은 커피 빛으로 물들었다.

   올해 산 하얀 샌들이 벌써 유명을 달리하셨지만, 차차차의 홍반장의 한 마디, "그냥 그런대로 널 좀 놔둬. 소나기 없는 인생이 어딨겠어? 이럴 때는 어차피 우산을 써도 젖어. 이럴 땐 에라 모르겠다 하고 확 젖어 버리는 거야."가 머릿속에 떠오르며 비에 좀 젖고 진흙에 좀 물들어도 그저 이 숲길을 걷고 있음이 좋았다.

바위 틈에 핀 소나무가 신기해서 담아봄


     점심은 유명한 닭고기 샤부샤부 집의 푸짐한 식사. 샤부샤부만 해도 배부른데, 백숙까지 나오며, 죽이 하나 더 남았다고 하셔서 죽은 그냥 포장해와서 다음날 아침으로 삼기로 한다. 국물이 깔끔하니 일품이었고, 죽도 푸짐히 담아주셨다.


다음은 인스타 샷이 가능한 보름왓 카페다. 

   비가 와서 야외는 다소 아쉬웠지만, 실내도 꽤 크고 예쁘게 꾸며놓아서 비올 때 코스로 나쁘지 않았다. 야외로 나갈 때 알록달록 감성 있는 색깔 우산도 빌려 쓸 수 있으므로 하나씩 쓰고 가서 사진을 찍어도 좋다.


  인스타에서 유명한 하트 나무를 보기 위해 소노캄으로 향한다. 의자도 꽃밭과 바다 풍경도 멋졌던 소노캄. 말로만 듣던 하트 모양 나무에서 줄 서서 사진을 찍었다.


  숙소로 이동하는 길 큰엉 해안 경승지 한반도 나무도 한번 보고, 점심을 너무 배부르게 먹은 탓에 쉽게 배가 꺼지지 않아 올레 야시장에서 핫하던 흑돼지 김치말이를 저녁으로 간단히 먹고, 백년초와 감귤 젤리와 타르트, 숙소에서 먹을 디저트 최애 감귤 모찌 그리고 오메기떡과 얼음처럼 아이스팩 가방에 넣어 다니며 마실 얼린 한라봉, 천혜향 주스도 샀다.


   오늘 코스를 돌이켜 보니 바쁜 도시를 떠나 전원생활을 하러 온 것처럼 온통 숲과 나무, 꽃과 정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도시를 떠나온 여행임을 강조라도 하듯, 점심은 비와 나무를 맘껏 즐기도록 창문을 활짝 열어놓은 가든에서, 그리고 저녁은 전통미와 먹거리 넘치는 시장에서 즐겼다.


자연과 가까운 여행이 가장 힐링이다.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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