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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휴직 여행 19화

제주도 넷째 날, 바다와 꽃의 향연

[4악장]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

by 라벤더핑크

며칠 제주도 하늘이 심술을 부리는 것 같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쨍한 하늘이 까꿍 하고 얼굴을 내밀었다. 오늘 우도를 갈까 살짝 고민도 하다가 동선이나 날씨가 내일이 더 좋을 것 같아, 오늘은 간만에 맑은 날씨에 어울릴 바다와 꽃을 향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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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휴일로

휴일로 카페로 향했으나, 너무 이른 시간 탓에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혹시나 하늘이 변덕을 부려 예쁜 하늘빛을 다시 걷어 들일까 염려되었던 나는 미련 없이 서둘러 다음 목적지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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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보름왓에서 내린 비로 핑크 뮬리와 쨍한 하늘을 함께 찍지 못한 아쉬움이 컸는데, 야외 정원은 여기가 더 예뻐 어제 못 찍은 사진의 한을 여기서 모두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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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이름 마저도 사랑스러운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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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곳을 보니 그간의 피로도 말끔히 사라지는 것 같고, 엄마도 200% 만족 중이시다. 엄마의 사진 찍기 실력도 한층 늘었고, 어디를 찍어도 예쁜 경치 덕에 이리저리 찍어대다 보니 배가 고파와 점심을 먹으러 간다.


점심은 보말칼국수. 맛집인 터라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줄을 한참 서다 맛본 진한 미역국에 담긴 칼국수 맛. 푸짐한 양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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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배로 송악산 둘레길로 향했다. 오후가 되니 약간 구름이 덮이며 다행히 날씨가 많이 덥지 않고 길이 평탄해 예쁜 바다 풍경을 벗 삼아 걷기 좋았다. 코스가 제법 길지만 송악산 위로 오르는 가파른 코스는 힘들 것 같아 사뿐히 피하고 평지 쪽으로만 걷다 다리가 아파올 즈음 발길을 되돌려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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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트립에 나온 핫플 카페 원 앤 온리로 향했다. 이국적인 풍경과 유명세로 앉을자리도 찾기 힘들어 금방 떠나왔지만 산방산과 잘 어우러지는 카페는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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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근처 용머리 해안을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에서 경치를 감상하다 보니 반대편으로 황금 불상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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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날씨에 이대로 오늘 코스를 끝내기에는 아쉬워 독실한 불자이신 엄마께 눈앞에 보이는 절에 갈 의향을 여쭤보니, 무릎이 안 좋으신 엄마 왈 계단을 많이 올라야 돼서 싫으시단다. 검색해보니 계단을 조금만 올라가도 된다기에 뷰를 보여드리니 바로 가보자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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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위로 산방굴에 모셔진 불상까지 올라가려면 입장료를 따로 내야 되는데, 그전에 위치한 보문사와 황금 불상만 봐도 경치가 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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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종이 있어 빌었는데 과연 효과가 있을지는 실제 효력을 지켜보고 업데이트 해야겠다.

따로 들고 온 현금이 천 원뿐이라 불전함에 털어 넣고, 입장료로 시주하는 셈 치고 올라가 보니, 이런 기원의 장소를 지나 꼭대기에 산방굴에 모셔진 불상이 있어 절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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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길마다 기원의 장소가 있다. 명예기원의 장소에서는 브런치의 성공을 빌어 보았는데, 과연 이뤄질지?

기념품점을 지나가며 본 글귀, "당신이 따뜻해서 행복이 왔습니다."를 스쳐가면서, 한차례 따스함도 느끼며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간다.

엄마는 내려가는 길, 덥다며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먹고 가자고 하신다. 별 기대 없이 가게에 들어섰는데, 용머리 해안이 내려다 보이는 경관에 아이스크림은 정말 꿀맛이었다! 상큼 시원한 오렌지 빛깔이 흐르는 먹음직스러운 자태에, 한 스푼 고이 떠먹으면 이마에 송글 맺힌 땀을 식혀주고 입안에서 녹으며 오렌지 빛깔에 가득 숨겨진 비타민C가 피로를 같이 사르르 녹여낸다. 엄마의 맛집 가이드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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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별 어록이 담긴 귀여운 수첩을 마구 넘겨 보았다.

저녁 먹으러 가는 길 해안의 노을이 예뻐 바로 차를 댄 곳은 잘 차려입은 젊은이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인스타 핫플 중 하나인 듯했다. 바위 위로 올라서고 양팔을 힘껏 펼치거나, 높이 뛰기를 한차례 시연하거나, 자연스러운 도촬 컷 뒷모습을 보이거나, 패션 화보라도 찍듯 호주머니에 손을 깊숙이 찔러 넣고, 선글라스와 머리에 힘을 주어 고정시킨 건 기본이고, 더운 한 여름 같은 날씨에도 멋쟁이는 본디 여름에 쪄 죽고, 겨울에 얼어 죽는다는 모토를 몸소 보여주기라도 하듯 부츠, 털옷과 가죽 재킷 등 범상치 않은 패션 포스로 잔뜩 멋에 힘을 준 젊은이들이 다른 사람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사진 찍기에 한창이다. 예쁜 노을에 엄마와 나도 연신 핸드폰 셔터를 눌러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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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에 정신이 팔려, 해가 거의 넘어가서야 저녁 식당을 찾았다. 특이하게 맑은 칼칫국으로 속을 채우고 숙소로 향한다.


오늘은 모처럼 맑은 날씨와 더불어 꽃과 바다까지 향연을 펼치며, 두 모녀가 마침내 화음을 이루며 합창을 연주한 날이었다.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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