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사심슨 Dec 27. 2019

한남과 82년생 김지영

시집살이 개집살이 5


나는 신랑과 나이차이가 나는 편이다. 몇 살인지 밝히진  않겠지만 솔찬히 나는 편이다. 나와 신랑의 나이차이 만큼 서로 친구들의 반응도 세대차이가 느껴졌다.

일단 내 친구들은 당연히 결혼하면 신혼집을 구해서 사는거라 생각하는 세대였다. 내가 시어머니랑 산다고 했을때. 아, 그렇구나라고만 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나를 불쌍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반면 신랑의 친구들은 신랑을 부러워했다. 내가 신랑을 진짜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청첩장을 돌리기 위해 신랑 친구 커플들이 모인 사이에서 그들은 나를 잔다르크처럼 여기며 신성시해주었다. 나는 그게 너무 싫었다. 말로만 듣던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시집살이 하는게 싫어서 그랬던게 아니다. 그걸 대단하다고 떠받들어주는 남자들의 태도가 싫었던 것이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게 왜 진짜 사랑의 증거가 되는걸까?

한술 더 떠 우리 커플을 보고 자극 받은 한 친구는 이제 막 사귄지 80일이 됐고, 현재 결혼 준비중인 자기 여친에게 자기 엄마랑 같이 살자고 했다고 한다. 여자의 대답은 “오빠..나 솔직히 자신 없어..”라는 말이었다. 그 얘기를 하며 신랑친구는 몹시 시무룩해했다.  (내가 봤을땐 여자가 참 정중히 거절한건데 말이다.)  아니, 세상에 자기 믿고 사귄지 80일만에 결혼 결심해준것만도 감지덕지할 일인데. 거기서 시집살이를 거절했다고 울상 짓는 시츄에이션은 뭐란 말인가.


그런데 더 웃긴 시츄에이션은 여자쪽 반응이었다. 자기 남친이 우리 커플을 부러워하자 질투를 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시어머니가 며느리 살이 하시는거 아니냐, 혼수는 대충 때우겠네하는 식으로 비아냥 거렸다. 나는 도리어 질투를 하는 그 여자친구가 참 웃기고도 가여웠다.

자기 남친이 이상하다고는 생각 못하는 것 같았다. 아마 남자라면 그걸 부러워 할수 있는 입장이라 생각한 걸까? 그럼 여자라면 시집살이를 못해서 미안해 할수 있는 입장인거고?

나는 이해가 안됐다. 더욱더 웃긴건 그날 만난 여섯 커플중 세 커플이 남자는 부러워하고 여자는 남자의 눈치를 봤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통계일까?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나는 예비 신랑에게 말했다.


“철언이 오빠랑 석훈이 오빠는 왜 시집 살이 하는 걸 부러워 하는거야? 아까 와이프들 표정 봤어? 완전 똥씹은 표정이었어.”


“철언이네도 우리 집처럼 엄마가 혼자 계시니까...우리가 같이 산다고 하니까 부러웠나봐. 그리고 석훈이는 너도 알잖아. 자기는 애기 젖병 한번도 안닦아 봤다고 자랑하는 놈이고...”


“완전 미친놈들 아냐? 아니, 그리고 언니들 반응이 더 웃겨. 자기가 시집살이 못한거에 대해서 왜 눈치를 보고 앉아 있지?”


“하하하. 그러게.”


“오빠 친구들은 다 한남충 같에. 언니들은 82년생 김지영 같고.”


“어? 맞아. 걔네 와이프 둘다 82년 생이야!”


예비 신랑은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이었다. 아...아니..딱히 알고 한 말은 아닌데...

물론 전국의 82년생 여성들이 다 저렇지는 않겠지. 이 글을 보고 불쾌할 82년생 여성분들이 계시다면 미리 사과를 드리는 바 입니다.(급존대.)





이전 04화 친정에서는 뭐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