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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사심슨 Dec 05. 2023

시모닝

시집살이 개집살이

한국에서 아침이란 뭘까.

하루를 든든하게 시작하게 해주는 에너지원 같은 것이겠지.


한국에서 결혼한 부부에게 아침이란 뭘까.

잘 안챙겨먹다가도 결혼하면 왠지 챙겨먹어야 할것 같은 절차 중 하나일까?

매일 아침 반문하게 되는 질문중 하나이다.


신혼초, 신혼버프에 힘입어 신랑의 아침을 열심히, 그리고 다양하게 챙겨줬더랜다.

크램 차우더 스프에 빵, 전복죽에 동치미, 팬케이크에 커피 등등...지금으로서는 엄두도 안날 아침 메뉴들을 그때는 젊은 객기로 열심히 차렸다.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신혼. 아이가 없을때 가능한 일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고나서부터는 아이를 밤중 수유하느라 비몽사몽하다못해 일어나지를 못했다.

밤중수유를 안하는 날이더라도 아이가 어릴때는 매일매일이 피곤했다. 신랑도 자기는 결혼전부터 원래 아침 잘 안먹어왔었다며 신경쓰지말라고 했다. 그 시간에 더 자라면서 아침에 애기가 깨있으면 자기가 출근할때까지 최대한 아기를 돌보다 갔다.


문제는 시어머니였다. 원래 아침 잘 안먹어왔다는 아들의 증언과는 다르게 시어머니는 어느날부터인가 아들의 아침을 몹시 신경쓰셨다.


"뭐라도 먹고가야지."

"아침에 맨날 빈 속으로 가서 어째."


아침마다 이 얘길 더러 하셨는데, 정작 자기가 아들 먹인답시고 아침에 뭔가를 해준적은 없으셨다. 빈 속으로 가는 아들이 그렇게 안쓰러우면 본인이 좀 챙겨줄법도 한데 말이다. 처음에는 이런 말을 하셔도 애써 무시하다가 나 역시 아이를 돌보느라 지치고 힘들고, 끼니도 제대로 못 챙겨 먹을때 옆에서 한마디씩 아침타령을 하시면 화딱지가 났다.


그러다 아이가 조금 크고 어린이집에 가게되자 등원전에 아이의 아침을 챙기게 됐다. 아이가 빈 속으로 어린이집에 가면 놀 기운도 없겠다싶어 아이의 공복이 신경쓰였다. 그래서 열심히 밥 한숟갈이라도 먹이기 위해 노력했다. 시어머니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오늘 아침도 아이가 좋아하는 팬케이크를 구워먹이며 문득 아침에 집착하던 시어머니의 기분에 빙의했다.


"얘, 이거 아범도 한장 구워줘라."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아이를 위해 '행동'하고 있었고 시어머니는 내게 '지시'만 하고 있었다.

왜 시어머니들은 결혼하는 순간 제 아들의 아침케어를 신경쓰고 며느리들에게 눈치 주는지 모르겠다.

복잡한 내 심경을 대변해준건 신랑의 대답이었다.


"왜 자꾸 내 아침을 리사한테 챙기라고 해....나도 어른인데 내가 먹고 싶으면 찾아 먹는거지."


신랑의 말에 내 마음속의 어떤 강박이 녹아내렸다. 신랑의 말에 시어머니는 꿀먹은 벙어리인냥 별 대꾸를 안하셨다. 마누라 편든답시고 무정하게 말하는 아들내미에게 속상하셨는지 입술을 샐룩 되셨다. 그런 시어머니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랑은 한마디 어택을 더 날렸다.


"엄마 은정이한테도 영수 아침 챙기라고 해요?"


이 말에 시어머니는 더더욱 침묵하셨다. 아마 속으로는 '내 딸이 남의 아들 아침 챙겨주려고 결혼했냐!'라고 생각하시겠지...

나도 누가 아침밥을 차려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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