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시인 라이너마리아 릴케
라이너마리아 릴케. 그는 20세기의 인상적 시인이자 독일의 뛰어난 서정 시인이다. 본래 필자는 문장의 어구에 여러 갈래의 뜻을 함의하는 '시'라는 문학 장르에 관심이 없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나, 시적 힘과 섬세한 심리를 담은 라이너마리아 릴케의 시를 읽어갔던 그 때가 '아름다운 문장'을 사색하게 하는 화근이 되었을 것이다. 인간 존재가 던질 수 있는 위대한 두 물음, 삶과 죽음에 대답하고 '나'와 '존재'를 탐구하도록 하는 어린아이가 되어 삶을 찬미한 릴케의 시. 철학적 반성과 내적 세계의 감정을 아름다운 언어에 잡아둔 그의 시는 훗날 사람들의 기억에 잊히지 않는 존재가 되어 뇌리의 비에 새겼다.
그의 시를 읽다보면 알 수 있다. 그가 수도사로서 갈구했던 신의 존재와 신앙의 고찰, 인생을 거닐며 기록한 사색과 사유의 여정까지도. 그의 머리에서 나온 진액을 통해 새겨진 활자 속을 천천히 유영하다보면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릴케에게 닿을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이 아닌, 여러 번을 사유해보고 싶은 그런 애장품으로 영원히 소장하고 싶다.
아름다운 한 송이의 커다란 꽃처럼
세계는 향기롭고 찬란하다.
그 꽃잎에 파란 날개의 나비 한 마리 -
그것은 오월의 밤이다.
움직이는 것 하나 없고, 은빛 촉각만 반짝이고 있다.
그러다가 벌써 빛이 바랜 날개로 아침을 향해 날아간다.
그곳에 이른 나비는 불꽃처럼 빨간 과꽃에서
죽음을 마신다.
인생을 이해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인생은 축제일 같은 것이다.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길을 걷는 어린아이가
바람이 불 때마다 실려 오는
많은 꽃잎을 개의치 않듯이.
어린아이는 꽃잎을 주워서
모아 둘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것이 머무르고 싶어 하는데도
머리카락에 앉은 꽃잎을 가볍게 털어버린다.
그러고는 앳된 나이의 새로운 꽃잎에 손을 내민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를 미워하고 가두는 감옥에서처럼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려고 애씁니다 -
그러나 이 세상에는 하나의 커다란 기적이 있습니다.
저는 느낍니다, '모든 삶은 살아진다'고.
그렇다면 대체 누가 삶을 살고 있습니까
연주되지 않은 선율이 하프 안에 그대로 머무르고 있듯이
저녁 어스름에 싸여 있는 사물들입니까
냇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입니까
신호를 주고받는 나뭇가지들입니까
향기를 겯는 꽃송이겠습니까
노쇠한 긴 가로수 길입니까
걷고 있는 따뜻한 짐승들입니까
이상한 모습으로 날아오르는 새들입니까
대체 누가 살고 있습니까. 신이여, 당신입니까 - 그 삶을 사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