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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레터 Sep 08. 2020

실리콘밸리에서 뜨는 CEO 유형

잘 버틴다, 기술을 잘 건다, 팬들을 자극한다 


2020.9.8 | 231호 | 구독하기 | 지난호보기




안녕하세요. 실리콘밸리 현장에서 미라클레터 쓰는 신현규 특파원이라고 합니다. 저는 최근 버닝맨 이벤트를 비롯해 기업용 소프트웨어 관련 이벤트, 미국 현지 언론사 이벤트 등을 참가하며 자택격리 상태에서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혁신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분들을 생각하며, 도움되는 컨텐츠가 없을까 두리번 거리는 중이죠. 그 중에서도 오늘은 "실리콘밸리에서 한창 잘 나가는 경영자들의 특징"이라는 주제에 대해 건드려 볼까 해요. 한마디로,,,



                  

지금 실리콘밸리에서는 어떤 경영자들이 잘 나가는 거여? 

라고 물으신다면, 저는 



 씨름 선수 같은 스타일이 잘 나가요! 

라고 답변 드리겠어요.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테슬라는 의심할 여지 없이 파산 직전에 있습니다." 





2018년 3월, 포브스라는 미국의 경영잡지가 '테슬라는 파산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어요. 내용은 어떤 헤지펀드 대표 한 사람이 "제 정신이라면 테슬라 주식 사지 마라. 나는 테슬라 주식이 떨어질 거라는데 완전히 배팅했다"라는 주장을 펼친건데요. 



그 이후 테슬라 망하기 일보직전이라는 이야기들이 떠돌기 시작해요.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일런 머스크.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아요. (어디서 개가 짖나...두리번) 왜냐하면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테슬라의 역사는 수없는 비관론자들과의 샅바 싸움이었어요.




하지만 누가 뭐라건 일런 머스크는 '마이웨이'를 갔죠. 돈 떨어지면 펀딩 받고, 상장하고, 개인돈 쏟아붓고, 페이팔과 이베이 팔아서 번 개인돈도 거의 다 거덜날 정도로 쏟아붓고.... 2016년에 제가 일런 머스크를 인터뷰했는데, 그 때 이렇게 물었어요. (인터뷰 기사)


당신이 하는 사업을 보면, 버는 돈은 불확실한데 들어가는 돈은 고정돼 있잖아요. 다 그래요 다. 테슬라 스페이스X 솔라시티 하이퍼루프 등등. 그거 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저) 



똑똑한 사람들이 미친듯 일하면 됩니다. 그래야만 기술은 조금씩 진보하기 때문이지요. 사실 역사상 모든 기술들은 똑똑한 사람들이 미친듯 일해야만 아주 조금~씩 진보했어요. (일런 머스크) 



2003년 창업한 이후 테슬라는 수많은 위기들을 겪어왔지만, 똑똑한 실리콘밸리 인재들을 이끌고 '버텨' 왔어요. 모래판에 두툼한 다리를 박고, 아무리 세상의 야유가 들려와도 정신을 차리고 버티면서 기회를 노렸다가 기술을 건다는 존버(Jolla Burrow) 정신. 실리콘밸리에서 지금 잘 나가는 CEO 들이 갖는 공통점이 아닌가해요. 오늘은 실리콘밸리에서 사업 잘하는 '장사(壯士)'들이 이끄는 '장사(Business)'의 희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릴까 해요. 







1. 리사 수와 브라이언의 대결

#반도체 #INTEL #AMD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떠오르는 CEO 들에게는 '3잘'이 있는 것 같아요.                 




잘 버틴다 (장기적으로 본다) 


잘 다룬다 (기술을 잘 안다) 


잘 말한다 (말단직원과도 소통한다) 





대표적인 예로 AMD의 리사 수 CEO가 있죠. 





절체절명의 상황.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2014년 리사 수가 CEO로 취임했을 때, 회사는 망하기 일보직전이었어요. 인텔이 워낙 뛰어난 CPU를 만들어서 시장을 장악해 버렸고, 반면 AMD 제품은 형편없었죠. AMD 파산설도 돌았고, 많은 투자자들이 "AMD는 투자하면 안되는 회사" (Uninvestable) 라고 욕설을 퍼부었어요. (패스트컴퍼니 기사) 2014년 CEO로 취임하고 나니 많은 사람들이 리사 수에게 달려왔다고 해요. "우리 이제 어떻게 할까요?" 




리사 수의 대처법은:  리사 수 CEO는 첫번째 임원회의에서 "우리의 목표는 3가지 입니다"라면서 이렇게 얘기했다고 해요. 



1. 위대한 제품을 만듭시다 


2. 고객과의 관계를 깊게 합시다 


3. 모든 업무를 단순화시킵시다.  



그리고 리사 수 CEO는 인텔을 상대로 기나긴 싸움을 걸게 돼요. '위대한 제품'을 만든다. 여기에 사활을 걸면서 모래밭에서 다리를 푹 담그고, 이를 악물게 된거죠. "어디 두고보자. 기필코 이긴다" 라면서 말이죠. 인텔과 리사 수의 씨름판이 시작된 거에요. 






리사 수와 브라이언 크르자니크의 대결 : 반도체라는 씨름판에서 맞붙게 된 리사 수와 당시 인텔의 CEO였던 브라이언 크르자니크(2013~2019). 리사 수는 정말 위의 메모 대로 3가지 활동을 시작해요. 



'좋은 제품 하나 잘 만들자'며 비전을 행동으로 옮기고, 의사소통을 단순화시켜서 말단 기술자들의 의사결정까지 개입하여 드라이브를 걸었고, 판매와 영업을 위해 직접 고객사들과 만나며 뛰어다니고 각종 이벤트와 전시회에도 꾸준히 참가해 AMD의 기술을 알리죠. 그러는 한편 결정적 한방을 준비해요. 2014년 CEO로 취임하는 순간부터, 고성능 CPU 시장에서 인텔을 깨 부셔 버리겠다는 구상을 공유하며, 직접 최첨단 공정 CPU 설계를 지휘한 거에요. 그 결과 2017년 7나노 CPU인 '젠' 이라는 반도체 설계방식을 내놓으며 뒤집기를 시도하죠. 



반면 브라이언 크르자니크는 다양한 사업에 손을 대요. 4G/5G,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드론 등의 영역으로 확장을 하죠. 여기서 잘 했으면 모르겠는데, 각 사업영역에서 기존에 있던 경쟁자들에게 밀리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되어 버렸어요. (분석) 게다가 7나노 공정 CPU를 만드는데 인력해고와 잇따른 공정 설계 미스가 발생하게 되면서 맛이 가게 되죠. (분석


인텔 CPU와 AMD CPU의 시장점유율 현황






대결의 결과는: 인텔이 아무리 빨리 7나노 공정 CPU를 만들어도, AMD의 5나노 공정 CPU보다 더 빨리 나올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공정 앞에 붙는 숫자가 낮을수록 신기술이라는!) CPU로 먹고 살았고, 먹고 살고 있는 인텔은 AMD에게 당분간 밀리는 상황이 된거죠. 게다가 애플도 맥북 등에서 인텔 제품을 더 이상 쓰지 않는다고 선언했고요. 버티다가 7나노라는 기술을 걸어버린 AMD의 뒤집기 한판 승! 이라고 보여요. 





(생각: 인텔은 최근 CPU 공정 담당 팀을 5개로 쪼개고 모두 CEO에게 보고하도록 조직체계를 바꾸었어요. 어쩌면 지금 바닥에 와 있는 인텔이 버티기를 잘 하여서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거죠. 그 성공의 여부는 인텔이 얼마나 7나노 공정을 차질없이 잘 만들 수 있을지에 달려 있을 거 같아요. 신임 CEO인 밥 스완이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고요) 






2. (독점) 달걀이 살린 침팬지 

#6년간존버 #메일침프 #벤체스트넷 



리사 수 AMD CEO가 2014년 취임한 이후 이빨을 꽉 물고 3년간 버텼다면, 무려 6년 이상 버티다가 한 번에 기회를 잡은 회사가 있어요. 미국 IT 기업들 사이에서 '존버의 히어로' (Hero of Bootstrapping) 이라고 불리우는 기업 '메일침프' 에요. 




메일침프는 이메일 뉴스레터를 보내거나 접해보신 분들이라면 많이 아시는 솔루션일 것 같은데요. 소상공인들이 마케팅을 하기 위해 이메일을 쉽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회사에요. 약 5조원 정도의 기업가치에, 그 흔한 벤처투자는 한번도 받지 않았죠. (영문기사)




저는 최근 메일침프의 창업자인 벤 체스트넷 Ben Chestnet 이라는 인물과의 화상회의에 참가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가 했던 인상깊었던 말들을 한번 정리해 볼게요. 






6년간 존버 "저희는 2001년에 창업했어요. 닷컴 버블이라는게 불고 난 뒤였죠. 6년간 기업들을 위한 서비스들을 해 줬어요. 맨날 라면과 맥도날드만 먹었죠. 사업은 너무 어려웠어요. 지금 누가 찾아와서 제게 '어떻게 돈이 없는 상태에서 버틸 수 있나요?' 라고 물어본다면 저는 제가 갖고 있는 모든 노하우를 이야기해 줄 것 같아요." 




5000만원을 버리고 50만원을 택하다 "2007년이었어요. 저희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이메일 마케팅에 기회가 있다고 봤어요. 그래서 이전에 하던 기업 상대 서비스 사업을 완전히 접었죠. 한번 팔면 5000만원이 떨어지는 사업을 하다가, 한번 팔아서 5만원만 얻는 사업으로 전환한 거에요. 정말 힘든 결정이었지요."




Freemium "그런데 금융위기가 왔어요. 죽겠구나 싶었죠. 그런데 2009년에 무료 플랜 (Freemium) 을 공개하면서 가입자 숫자가 급증하기 시작했어요. 점점 어려워 진 소상공인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저희 솔루션을 쓰기 시작한거죠. 그들에게 무료로 저희 솔루션을 풀었는데, 그게 큰 인기를 끌었어요."




부활절달걀이 살린 침팬지 "어느날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직원들이 뭔가를 막 숨기는 거에요. 그래서 뭐냐고 했더니 저희 웹 사이트에 부활절 달걀(Easter Egg - 사진 등에 숨겨두는 사진같은 재미있는 요소들)을 여기저기 숨기는 작업들을 저 몰래 하고 있는 거에요. 그래서 그거 몰래 하지 말고 그냥 넣어봐라고 했죠. 그런데 그게 히트를 친 거에요. 어려운 소상공인들에게는 한줄기 작은 유머와 웃음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부활절달걀이 삭막한 그들의 마음을 열어 준거죠. 




멈추지 마라 "힘들어 하는 사업가, 스타트업 모든 분들에게 저는 이렇게 이야기해요. '멈추지 마라. 끝까지 해라. 그리고 안된다면 전환해라.' Don't Stop. Keep Persistent. And Pivot. 저를 보세요. 6년 동안 안되는 우물을 파다가, 결국 전환해서 여기까지 왔잖아요.


가운데가 벤 체스트넷 CEO (어머니가 태국 출신이에요)






3. 어떻게 버티는가 

#YC #좋은창업자 #좋은임원 #좋은투자





주주들이나 전문가, 또는 내부 사람들이 아무리 외부에서 욕을 하고 총질을 해 대도, 모래판에 다리를 콱 박고 꿈쩍도 않는 강력한 하체를 갖고 있으면서, 한번의 뒤집기를 노릴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고, 코치 및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스타성 있는 씨름선수. 그런 씨름선수형 CEO가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각광받고 있어요. 




테슬라의 일런 머스크, AMD의 리사 수, 그리고 위에서 말씀드린 벤 체스트넷 뿐만 아니라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 등이 그런 유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더 잘 버틸 수 있을까요? 


어떻게 좋은 창업자를 알아볼 수 있을까요? 


어떻게 좋은 신규사업 담당자를 찾을까요? 






Y컴비네이터의 CEO인 마이클 사이벨 (Michael Seibel) 은 이렇게 말해요.                 




"좋은 창업자들은 먼저 행동합니다. 말을 하거나 계획을 세우거나 우물쭈물 하지 않죠. 그들은 일단 먼저 본인이 해 본 다음,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2주만에 뭔가 배워 옵니다. 그리고 그런 작업들을 반복하면서 성공을 쌓아나가죠.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누구나 두려워 하는 Formidable 존재가 됩니다. 이걸 위해서는 끊임없이 스스로에 대해 동기를 부여해야 해요."





일단 한번 해 보고 배우면서 성공을 쌓아나가고 사람들로 하여금 '저 사람은 하면 돼' '저 사람은 할 수 있을 것 같애'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에요. 그리고, 그러려면 작은 성공에 배불러 하면서 딩가딩가 놀지 말라는 거죠. 


자장면을 다 먹은 배달통 캐릭터 처럼요 (PPL 아닙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 님이 생각나요. 서산만 방조제를 쌓을 때 많은 사람들이 안된다고 말렸지만, 정 회장님은 유조선을 가져와 넣는 공법을 도입했다고 하죠. (기사) "이론도 중요하지만 학교에서 배운대로 따라하면 세상 공사를 어떻게 하겠나. 일단 한번 해 보자고." 이런 시도와 성공이 정주영 신화를 낳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죠. (정주영 회장님도 씨름선수 출신!)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떠오르는 경영자의 스타일과 한국의 정주영 회장님의 모습이 겹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리더가 떠오를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드네요. 창업과 사업을 생각하시는 전국의 모든 사장님들. 회사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야 하는 혁신가 여러분들. 대기업의 임원과 CEO 분들. 모두 모래판에 발을 깊게 담그고, 강력한 명성을 쌓아나가자고요. 




4. 30초 안에 테크뉴스 총정리 



여러분이 잠든 사이...나왔던 테크 뉴스 중 꼭 알아야 할 것들 총정리 해 봅니다 


 테슬라 자율주행? 기대 못미친다 '컨슈머리포트'라는 미국 유명 잡지가 8000달러 짜리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 옵션'에 대한 실제 사용평가를 남겼는데, 혹평 일색. 한마디로 말해 '이름값 못한다'는 이야기. 주차도 자동으로 잘 안되고, 자동호출 기능을 써도 건너편 차선으로 도착하고, 신호등도 잘 못알아보는 경우들이 있어서 신경을 안쓸 수가 없다는 것. 



 이탈리아에서 조사받는 애플 구글 이탈리아 경쟁당국 (반독점 감시하는 정부기관)에서 애플 구글 드롭박스가 하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는 소식. 현재 클라우드 서비스들은 저장공간만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라 컴퓨팅 서비스를 대행해 주고 있기 때문에 사생활 보호 문제 등의 위험이 많이 불거지는 중 



펜타곤, "우리는 MS 사랑해" 미국 국방부가 발주하는 클라우드 사업 JEDI. 금액이 어마어마하여서 국방부가 MS에게 사업권을 주자 아마존이 '말도 안된다'고 싸움을 계속 해 왔었는데....국방부는 MS에 대한 사업권을 계속 인정해 주겠다는 소식. 아마존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프 베조스 싫어한다는 이유로 실력이 더 뛰어난 우리가 제껴진다는게 말이 되냐'며 계속 싸우겠다고 선언




Directly Yours,

신현규 드림



PS. 오늘의 뉴스레터는 Demian, 동동, Scott 님들과 함께 합니다. 늘 영감을 주시는 미라클레터 구독자 여러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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