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춤추듯 흘러간다. 1월 중순을 지나 하순이다. 비가 내린다. 봄을 부르기엔 아직 먼 겨울비인데, 나의 몸은 봄을 부른다. 봄의 전령이 한 발 앞서 나를 찾아왔나 보다.
올 겨울은 눈이 많이 내린다. 깃털처럼 가볍게 내려앉는 눈송이들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동그랗게 말린 단풍잎 위에 소복이 쌓인 눈꽃이 목화솜 같다. 한 밤을 넘긴 겨울눈은 발 밑에서 뽀드득! 뽀드득! 요란한 소리를 내고. 또 한 밤을 넘기면 미끄럽다. 며칠 밤이 또 지나가면, 누그러진 햇볕에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다. 그 뒷모습은 질퍽! 질퍽! 발밑에서 박자를 맞춘다. 눈이 내리고 녹고 사라지는 모습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고 느꼈던 것이 언제였던고.
온몸의 감각이 살아나는 것 같다. 봄바람에 수다스럽게 돋아나는 새순처럼.
밥 냄새가 이렇게 좋은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주말마다 부엌에서 솔솔 풍겨오는 된장국 냄새에 점잖던 내장이 아우성친다. 천천히 먹으라는 이성의 소리도 무시한 채 게눈 감추듯 밥그릇을 비운다. 이렇게 식욕을 느끼며 밥을 먹었던 것이 언제였던고.
사람은 오감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낀다. 오감을 통해 즐거움을 누린다. 파란 하늘을 보고, 재잘거리는 새소리를 듣고, 꽃향기를 맡고, 맛난 음식을 먹고, 손가락 사이로 바람을 느끼며...
잃어버린 나의 몸을 찾아 낯선 나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