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온도는 몇 도일까

자기 사랑은 타인을 향해 흐른다

by 야생

차갑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은, 딱 좋은 마음의 온도는 몇 도일까. 사람의 체온처럼 36.5도일까. 그렇다면 영화 <카모메 식당> 사치에의 마음은 36.5도일 것이다.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그녀의 말과 행동, 따뜻한 눈빛과 미소는 우리를 편안하게 한다. 사치에가 어떤 사람이길래?


사치에는 일일이 계산하지 않는다


사치에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카모메 식당>을 오픈한다. 길거리에 면한 큰 유리창을 통해 안팎에서 서로 눈 깜빡이는 것까지 환하게 보이는 가게다. 사치에는 날마다 손님을 기다린다. 그러나 사람들이 선뜻 들어오지 않는다. 사치에의 작은 몸집을 트집 잡고 지나가는 할머니들뿐이다.


어느 날 사치에가 기다림에 지쳐 꾸벅꾸벅 졸고 있다. 그때 한 핀란드 청년이 첫 손님으로 찾아온다. 그는 일본말을 조금 할 줄 안다. 꽤나 일본에 관심이 있는 듯하다. 사치에에게 갓챠맨 가사를 묻는다. 사치에는 "누구냐 누구냐 누구냐"만 떠오를 뿐 도무지 그다음 가사가 생각나지 않는다.


생각날 듯 말 듯,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그러던 차에 서점에서 일본 사람 미도리를 발견하고 주저함 없이 다가가, 갓챠맨 가사를 아느냐고 묻는다. 다행히 미도리는 완벽하게 그 가사를 알고 있다. 사치에의 답답했던 가슴이 뻥뚤린다.


미도리는 정처 없이 목적 없이 헬싱키를 찾은 여행객이다. 사치에는 선뜻 미도리에게 자기 집에 묵을 것을 제안한다. 그때부터 그녀들의 동거가 시작된다. 갓챠맨 가사를 물어본 핀란드 청년은 그날 이후 카모메 식당의 단골손님이자 그녀들의 친구가 된다. 그리고 첫 손님이라는 이유로 계속해서 공짜 커피를 마신다.


사치에는 삶의 허기와 시름을 안다


미도리는 사치에에게 손님을 끌기 위한 방법을 제안한다. 일본인 관광객이 찾아오도록 여행 가이드북에 광고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사치에는 카모메가 '레스토랑이 아니라 동네 식당'이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근처를 지나가다가 가볍게 들어와 허기를 채우는 곳 말이다. 그리고 미도리에게 묻는다.

"만약 내일 세상이 끝난다면 마지막으로 뭘 할 거예요?"

"엄청 맛있는 걸 먹고 죽을 거예요."

사치에도 맞장구를 친다.

"저도 세상이 끝나는 날엔 꼭 맛있는 걸 먹을 거예요. 좋은 재료를 써서 잔뜩 만들고 좋은 사람만 초대해서 술도 한 잔 하면서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는 거죠."


사치에는 알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밥 먹는 것임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따위, 관념의 세계에서 부유하지 않는다. 땅에 발붙이고 사는 사람들은 밥이 보약이요, 생명임을 안다. 밥을 먹고 배부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온갖 시름이 달아나지 않는가. 사치에는 카모메 식당에서 사람들이 허기를 채우고 시름을 잊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누구나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오니기리를 카모메 식당의 주메뉴로 고집한다.


사치에는 적절함을 안다


어느 날부터인가 유리창 너머에서, 한 중년 여성이 식당 안을 노려보고 있다. 실성한 듯 원한에 사무친 듯. 미도리는 경계의 눈빛을 보낸다. 반면 사치에는 살짝 눈으로 인사만 할 뿐이다. 궁금해서라도 뛰어나가 무슨 일이냐고, 도울 일은 없냐고 물어볼 만 한데. 그녀는 적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볼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여인이 돌진하듯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미도리는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선다. 반면 사치에는 평소와 같이 미소로 그녀를 맞이한다.



사치에의 인사는 딱 좋은 느낌이다


나중에 합류한 마사코까지 세 여인의 대화다. 마사코의 손님맞이 '어서오세요'는 너무 정중하고, 미도리의 것은 너무 터프하다는. 그럼 사치에는?

"사치에상의 인사는 굉장히 느낌이 좋아요."


미도리의 말이다. 마사코도 이에 동조한다. 그리고 한번 해보라는 그녀들의 요청에 사치에는 쑥스러운 듯 머뭇거리는데, 그때 마침 손님이 찾아온다.


"이랏샤이!"


어떻게 하면 사치에처럼 딱 좋은 온도로 사람을 대할 수 있을까. 사치에는 자기만의 고유한 세계를 구축하고 그 세계를 사랑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만이 다른 사람에게 딱 좋은 온도로 마음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찾은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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