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OG vol.9
브랜딩이란 단순히 로고나 슬로건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소비자의 마음속에 브랜드의 존재 이유를 완전히 각인시키는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고객과의 소통만이 브랜딩의 전부일까요? 브랜드가 진정성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먼저 내부 구성원들이 그 가치를 이해하고 공감해야 합니다. 구성원들이 브랜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외부 고객에게 전달되는 메시지의 힘도 달라집니다.
DLOG 9번째 주제는 '내부 브랜딩'입니다.
내부 브랜딩이 얼마나 중요한지, 브랜드 성장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그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브랜딩은 브랜드 요소(로고, 심볼, 슬로건, 키 컬러 등)가 의미하는 단순한 상징성을 초월하는 개념입니다. 캠페인이나 광고 콘텐츠도 브랜딩의 과정에서 사용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일 뿐입니다. 브랜딩이란 아주 단순하게는 소비자의 인식을 형성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브랜딩은 브랜드가 의도한 인식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과정을 의미합니다.
브랜드는 고객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일관된 인식 기회를 제공하고, 만들어진 인식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가치를 상징하는 단계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브랜딩의 목표는 '인식 만들기'에 있습니다. 이는 단기적인 마케팅 활동만으로는 만들어지기 어려운 매우 복합적인 활동의 결과입니다. 마치 새의 둥지처럼 멀리서는 아주 단순한 형태의 둥지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관찰해보면 나뭇가지, 낙엽, 깃털, 흙 등 온갖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결과는 단순해보이지만, 과정과 구성은 매우 복합적입니다.
브랜딩의 결과는 경쟁이 매우 치열한 현대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브랜드가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할 존재 이유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차별화된 가치를 견고하게 세우는 것만큼 실제로 그 가치를 소비자가 인식하는 것은 브랜드 생존에 매우 중요합니다.
Perceive(인지하다)라는 동사의 라틴어 어원을 살펴보면 '완전'하다는 의미의 <per>와 '잡다', '가지다'의 의미를 가진 <ceive>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두 어원을 결합해보면 <Perceive>는 '완전히 잡히다', '완전히 가지다'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인식의 주체가 특정한 관념이나 개념에 대해 완전히 장악한다는 의미입니다. 브랜딩의 궁극적 목적은 결국 인식 형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인식은 <Perceive>의 어원에서 느낄 수 있듯이 메시지 수신자의 주체성을 전제로 하는 개념 체계 형성입니다.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총체적인 인식을 형성하는 모든 과정이 브랜딩이라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만 집중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하는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내부(Internal) 브랜딩은 광고나 캠페인보다 비교적 낯선 개념이고, HR이나 조직문화와도 일부 겹치는 영역이 있다 보니 비즈니스가 아닌 경영지원 측면에서 다뤄야 하는 영역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식을 형성하는 브랜딩 과정에서 내부 브랜딩은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브랜드와 고객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살펴보면 브랜드가 송출하는 메시지나 리더와의 소통보다 직원과의 접점이 훨씬 높은 빈도를 가지고, 고객에게 감정과 기억으로 남는 경험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구성원들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존재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업무의 모든 영역에서 고객에게 전달되어야 할 브랜드 가치와 자원들이 온전하게 도달할 수 없습니다.
내부 브랜딩 측면에서 직원을 바라보자면, 단순히 업무를 분담하는 일꾼이 아니라 브랜드 내부 고객이자, 브랜드를 대표하는 브랜드 대사(Ambassador)로 여겨야 합니다. 모든 구성원이 브랜드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실천할 수 있을 때, 브랜드는 외부로 일관된 모습을 유지하며 고객 인식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우리 브랜드의 궁극적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요?"
모든 조직원이 이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있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면 리더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직원 스스로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의 직원이 깊이 이해하고, 진정성을 느끼는 브랜드 존재 가치는 반드시 매개체가 되어 고객에게도 전달됩니다. 고객의 인식이 형성되기까지는 수많은 브랜드 경험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그 모든 복잡하고 세세한 과정에 일관된 브랜드 가치를 담아낼 방법이 바로 내부 브랜딩입니다. 내부 브랜딩이 잘 자리 잡은 브랜드는 브랜드의 미션과 비전이 조직원들을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큰 방향성과 DNA로 작동합니다.
Gallup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내부 브랜딩이 잘 이루어진 기업은 직원 몰입도가 17% 더 높고, 생산성도 21% 높다고 합니다. 내부 브랜딩은 조직 문화나 HR 측면에서도 도움이 됩니다. 내부 브랜딩이 강력한 기업의 직원들은 이직률이 낮고, 업무의 만족도와 몰입도가 높습니다. 이는 구성원들이 회사의 비전과 가치를 깊이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이를 실천할 때 기업 전체의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내부 브랜딩은 브랜드 가치를 브랜드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담아내고, 그것을 다시 직원들의 가치관과 사내 문화에 연결하는 작업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사적으로 브랜딩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브랜드 요소에 대한 철학과 이유 그리고 궁극적으로 브랜드가 추구하고 만들어가고자 하는 미션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내부 고객의 이해와 설득을 위해서 먼저 정체성이 명확하게 정립되고, 더 쉽고 명확한 언어로 다듬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장기적인 브랜딩이 왜 회사에 필요한지, 그 가치가 어떤 방식으로 구축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내부 브랜딩이 잘 자리 잡기 위해서는 먼저 브랜딩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브랜드 핵심 가치를 이해하고, 브랜드 요소에 대한 해석이 가능해야 합니다.
그 과정이 지속성을 갖게 될 때 조직문화의 형태로 자연스럽게 브랜드 가치가 자리 잡게 됩니다. 조직문화는 구성원들이 약속된 범위 안에서 스스로 브랜드 가치를 실현하는 결정을 할 수 있게 만들고, 브랜드에 대한 헌신과 직원 개개인이 갖는 전문성을 통해 고객 개개인에 브랜드 경험을 누적시킵니다. 조직문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상황과 기회에서 브랜드의 일관성과 반복성을 쌓아가는 기반이 됩니다.
결국 내부 브랜딩은 구성원들에 의한 외부 브랜딩으로도 연결됩니다. 전사적으로 브랜딩 전 과정에 효율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이고 모든 업무에 속도와 집중을 증대시켜 줍니다. 비즈니스의 목적에 부합하는 브랜드 성장에 큰 힘이 되는 아주 중요한 내부 자원이 됩니다. 비즈니스 본질에 해당하는 브랜드 활동 전반에서 모든 구성원이 이러한 기반을 갖추게 된다면 의사결정의 과정도 간소화해지고 명확해집니다. 단순히 취향이나 기호에 따라 혹은 직급에 따라 왜 하는지도 모르는 의사결정이 일어날 확률이 줄어듭니다. 미리 계획하고 동의하는 가치를 이루기 위해서만 자원을 쓰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감정, 비용 낭비가 줄어듭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만 그 방향과 추구하는 바가 고객에게도 전달됩니다.
진정성 있는 브랜드는 내부 고객이 느끼는 가치와 외부 고객이 느끼는 가치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내보내는 메시지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체 그리고 메시지를 수용하는 고객이 모두 같은 인식을 향해 갑니다. 이러한 과정이 충분히 지속될 때 우리는 브랜드에 진정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내부 브랜딩의 목적은 단순한 교육도, 회사 정보 공유도 아닙니다.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모든 과정과 이유에 대해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갖도록 조율하는 작업이며, 모두가 브랜딩에 기여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노력입니다. 동시에 브랜드가 진정성을 가질 수 있도록 조직안에서부터 자기다움을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브랜딩은 밖이 아니라 안에서부터 시작될 때 일관된 브랜드 가치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