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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김재민 Oct 09. 2024

연결, 브랜드 성공의 진짜 이유

DLOG vol.12

훌륭한 철학과 제품을 가진 브랜드가 충분한 고객을 만들지 못해 사라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반면, 평범한 제품과 서비스를 가진 브랜드라고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크게 성장하는 경우도 많죠.


2010년 중반 페이스북이 한참 성장기일 때,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광범위한 도달 기회를 활용해 큰돈을 번 회사들이 유독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B사의 배게, 샤워기 등이 엄청나게 팔리면서 회사가 급성장 했습니다.


좋은 브랜드는 입소문과 재구매로 장기적 성장을 이끌어 갈 수 있지만, 그 전에 브랜드가 만나는 어려움은 노출입니다. 반대로 여러 가지 이유로 노출 기회를 얻은 브랜드는 운 좋게 큰 성장 흐름을 만들기도 합니다. 방송에 우연히 소개되거나, 유명인이 애용하는 모습이 바이럴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브랜드의 성공에는 많은 요소가 있지만 사실 제품이나 서비스의 본질적인 측면만큼 중요한 것이 노출입니다.


DLOG 오늘의 주제는 '브랜드 연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되기 이전에, 혹은 그런 브랜드가 되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 기회를 만들지 못하면 브랜드의 성공은 생각 이상으로 어렵습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면 다 잘 될 줄 알았다가 막상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분위기 한 번 만들어 보지 못하고 문을 닫는 곳이 정말 많습니다. 마음이 다급해지면 어뷰징을 시도하기도 하고, 가격을 내리면서 일시적인 노출에 집착도 해보지만 결국 브랜드의 건강 체질을 망가트리는 결과로 이어지는 걸 자주 보게 됩니다.



브랜드의 노출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는 넓은 광장에서 목소리의 크기와 비슷합니다. 그 넓은 광장에는 브랜드의 메시지나 제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늘 있습니다. 하지만 목소리가 작아 아주 가까이 있는 일부 사람들 외에는 아무도 그 브랜드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메시지나 제품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주목받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많은 분이 간과하는 것은 좋은 제품과 서비스가 브랜드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브랜드 노출은 명확하게 브랜드 성공의 필요조건이 됩니다. 즉, 브랜드의 성공에는 반드시 브랜드 노출이 전제되어야만 합니다. 굳이 논리 명제의 종류를 다 이해할 필요 없이,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무언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려면 그 무언가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합니다. 자주 가는 식당은 그 식당이 어디에 있으며, 어떤 메뉴를 팔며, 어떤 맛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자주 갈 수 있는 것이죠. 즉 인지가 호감이나 선호보다 우선되는 조건입니다.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도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2001년 연말에 BC카드의 광고가 크게 유행했습니다. 배우 김정은이 눈 내리는 집 앞에서 "여러분~ 여러분~ 부자되세요! 꼭이요!"를 외치는 광고를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그리고 한동안 최고의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BC카드의 인지도와 당시 신인이었던 배우 김정은의 인지도도 폭발적으로 올라갔습니다.



과거에 TV CF가 브랜드 성공에 큰 영향력을 가졌던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TV에 매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TV보다 상업적 메시지를 넓게 대상에게 그리고 몰입도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매체는 없었습니다. 브랜드와 잠재고객 그룹의 네트워크 연결이 TV를 통해 대부분 해결되었습니다. 복잡계 구조 이론으로 당시 TV의 역할을 보면 거대한 네트워크 허브 역할을 했습니다. 비유하자면 그 당시 TV는 넓은 광장에서 모든 사람의 주목을 끌 수 있을 정도의 큰 소리를 내는 메시지 송신기였습니다.



여기에는 우리가 보편적으로 갖는 인지 특성이 있습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탁월한 것을 구분하지 못할뿐더러, 탁월함에 대한 구분에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는 것이죠. 제품을 구매할 때 왜 리뷰를 살펴볼까요? 직접 비교하고 고민하는 능력이 실은 부족하며, 그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을 기피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다른 사람의 누적되고 일관된 평가라면 직접 판단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혹은 그 이상의 합리적 선택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그런 마음으로 구매 전 리뷰를 철저히 살펴봅니다.



과거의 TV CF가 제공하는 대규모 네트워크 허브의 역할이 지금은 다양한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좋은 리뷰가 쌓여 어느 순간 티핑포인트를 넘어서면 특정 제품이 불티나게 팔립니다. 우리는 그 이유가 리뷰가 많아서 혹은 리뷰 평이 좋아서라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압도적 리뷰양과 좋은 리뷰 평이 제공하는 '노출 우선순위'에 있습니다. 리뷰가 좋으면 상품 리스트 상단을 점유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 기회를 얻게 됩니다. 좋은 평가를 받는 리뷰는 늘어나고, 대규모 네트워크 연결은 더욱 강화됩니다. 리뷰로 인해 가장 주목도 높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죠.



좋은 리뷰 평점은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의 만족도를 의미합니다. 이것은 브랜드가 노력하고 만들어온 성과가 분명하지만, 브랜드 성공에 직접 요인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높은 평점의 리뷰가 제공하는 '노출 우선순위'는 브랜드 성공에 있어 더욱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지닙니다.



이는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의 창시자이자 세계적인 과학자 알버트 라슬로 바라바시(Albert-Laszlo Barabasi)의 연구에서 자세한 원리를 설명합니다. 그가 수년에 걸친 연구 끝에 완성한 네트워크 이론의 핵심은 성과와 성공의 관계식입니다.



여기서 성과란 아이템(제품,서비스,개인 역량 등) 자체가 갖는 종합적 가치를 의미합니다. 성과(아이템)의 가치를 구체적이고 정량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면, 성과 그 자체가 성공에 가장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하지만 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성격이라면, 성공에 가장 핵심 요소는 연결망입니다. 여기서 연결망이란, 곧 노출의 의미합니다. 더 크고 높은 수준의 집단에 더 많은 노출 기회를 만들 때 성과가 성공으로 이어집니다.



이를 브랜드 성공에 적용해 본다면 브랜드 성과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퀄리티, 브랜드를 좋아하는 팬, 호감도, 인지도, 소비 트랜드 적합성 등이 됩니다. 브랜드가 만들어 내야 하거나 측정해야 하는 성과는 대부분 정량적 측정이 불가능한 영역인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브랜드 성공에 가장 확실하고 영향도가 높은 요소는 연결망(hub)의 크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결국 성공이란 '더 많은 타인에게 성과를 인식시키는지'에 달려있습니다. 성과가 매우 구체적으로 증명되는 경우, 성과 그 자체로 연결망이 형성됩니다. 부정할 수 없는 높은 성과에 미디어와 업계 관계자, 그리고 시장을 소비하는 대중은 열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과에 대한 구체화가 어려운 경우, 성과에 대한 착시를 일으켜서 본질을 뛰어넘는 인식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의 저서 <포뮬러: 성공의 법칙>에서는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성공이 우연한 연결망 접근 기회에서 시작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초창기 아인슈타인의 연구는 몇몇 학자들의 인정을 받았을 뿐 결코 유명하지 않았지만, 미국에 도착하는 날 우연히 2만 명이 넘게 모인 시온주의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게 됩니다. 이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로 이어졌고 순식간에 천재 물리학자의 아이콘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즉 아인슈타인의 성공(유명세)은 훌륭한 업적이 아니라, 네트워크 연결이라는 사건에서 시작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우리는 성공한 브랜드를 이야기할 때, 진정성 혹은 훌륭한 제품력을 주로 강조합니다. 본질적인 요소라고 생각하고, 또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도 누군가의 인식 속에 자리 잡지 못한다면 성과가 확산될 수 없습니다.



브랜드가 만들어야 하는 성과는 브랜드 성공의 충분조건이 됩니다. 브랜드 성공에는 브랜드 성과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브랜드 성과가 반드시 브랜드 성공을 보장하진 않습니다. 이는 브랜드 성공에 연결망이라는 요소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브랜드의 성공에는 좋은 철학과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알려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복잡계의 특성을 이해하고 나면 이제야 보이는 것들이 생깁니다. 이제 배달의민족이 당장 매출에 도움이 될 거 같지도 않고, 큰 비용을 쓰면서도 참신한 행사를 여는 이유나, 네이버 메인에 노출되거나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되는 것이 성공에 큰 도움이 되는 이유가 이해되실 겁니다. 


브랜드가 인플루언서나 영향력 있는 브랜드와 콜라보하려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작은 네트워크가 큰 네트워크에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는 시도입니다.


복잡계 과학은 브랜드 성공의 핵심 요소에 거대한 네트워크 노드 연결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브랜드의 재미있는 활동이 제품이나 서비스 판매에 직접 기여하지 않더라도 브랜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이유도 바이럴이 네트워크 그 만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다면 방법이 무엇이든 도움이 됩니다. 브랜드의 성과인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 좋다면 네트워크 노트는 강력한 부스터가 되어 줄 것입니다.


큰 네트워크 노드에 연결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TV CF나 인플루언서의 추천처럼 많은 트래픽에 노출될 수 있는 영역을 점유하거나, 배달의민족의 유쾌한 이벤트처럼 누군가에게 흥미롭게 전할만한 이야기 소재를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 됩니다. 비용이 문제라면 노력과 양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잠재고객이 쉽게 자주 발견할 수 있을때까지 아주 많은 양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다양한 곳에 끊임없이 배포하는 것입니다. 


정규 분포와 멱법칙 분포의 차이


같은 시장 카테고리 내에서도 소수의 브랜드만이 성공을 독식합니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소리 없이 사라집니다. 브랜드의 성공이 결정되는 필드는 복잡계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복잡계는 지수함수의 분포를 보입니다. 멱법칙으로도 불리는 이 패턴은 한 수가 다른 수의 거듭제곱으로 표현되는 두 수의 함수적 관계를 의미합니다. 롱테일 법칙이나 파레토 법칙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소수의 브랜드가 80% 이상의 성공을 독식할 수 있다는 것은 브랜드 성공과 네트워크 노드의 상관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크고 다양한 노드에 연결되어 있는 브랜드는 점점 더 쉽게 성공하고, 노드를 확보하지 못한 브랜드는 긴 꼬리 어딘가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합니다. 격차는 매 순간 더 심해집니다. 


브랜드를 성공시키고 싶다면 좋은 제품과 서비스만큼 네크워크 규모를 확장하는 일에 당장 어떤 노력을 더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뉴스레터 <DLOG>는 사람과 브랜드, 그리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을 다룹니다.


"인간 중심의 가치를 추구하는 브랜드가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브랜드의 진정성 있는 고객 가치와 소통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DLOG는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하는 브랜드의 여정을 탐구합니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변화를 포착하고, 그들의 삶이 더 나아지도록 헌신하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행동.


그것이 브랜드의 시대정신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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