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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ONY May 10. 2024

호구를직면하는문제

호구라는사실을아웃팅하는일의중요성

살면서 가끔 100%의 가능성으로 '너는 호구임'이 짐작되는 인물을 발견하는 경험을 한다.


호구와트의 초대회장으로서의 책임과 사명감, 그들의 내면에 대한 경험적 공감과 동시에 연대의식을 통감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분을 픽업해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올라온다. 하여 우리의 모임에 대해 간결하게 소개하고 나면  대체적으로 자신이 호구가 아니라며 부인하는 단계가 기다리고 있다. 적어도 새벽이 오기 전에 3번 정도. 나는 그닥 조급한 사람이 아니므로 스스로 자신의 호구성을 깨달을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주기는 한다.

하. 지. 만. 스스로 약점이라 생각하는 지점에 대해 자각하거나 직면하기 힘든 이들이 있다. 그럴 때는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고나 할까.




세상의 호구들에게 고함

- 호구라는 용어의 사용과 모임의 정체성에 관하여

호구라는 용어 자체가 일상적으로 통용될 때의 의미와 부정적인 어감으로 인하여 새로 유입되는 호구분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면을 고려하여 용어 변경에 관한 각고의 연구를 거듭하였다. 그러나 외래어나 여타 다른 단어보다는 우리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한국어로서 접근성이 용이하여야 하며, 한 인격체의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성격유형을 표현하면서도 간결하고 대표성을 띄어야 하는 바 호구만 한 단어를 찾아볼 수 없었기에 굳이 변경하지 않기로 하였다.
(혹시나 있다면 제보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만 언어가 인간의 사고 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람들은 자신의 언어에 얽매인 채 세계를 경험한다) 사피어-워프 가설에 근거를 두고 그 맥락에 부여하는 사회적 의미 또한 우리가 언어를 사용할 때의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하였을 때, 호구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표재적인 의미가 아니라 이면에 내재된 긍정적인 의지를 우리 모임의 주체성으로 삼아 명확하게 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만약 당신이 현재의 호구로서의 삶에 대한 의문이나 깨림칙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면, 인간관계에서의 반복되는 동일한 패턴의 문제를 자각하고 있거나, 당신 주변의 누군가에게서 멀어지고 싶거나 손절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홀로 설 자신이 없다면, 아니면 유독 어떠한 특정 관계에서 나만 손해 보고 희생한다는 생각이 들거나, " 또또 나만 항상 진심이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이 옳다.

호구는 '잘못한 사람'이 아니라 '잘못하고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을 상대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일 뿐이다. 우리에게는 인격적 하자가 있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삶의 경험에서 얻어지는 내가 손해 보는 상황에서 나를 지켜내는 방법을 어떠한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배우지 못했던 사람일 뿐이다. 게다가 현재 호구와트 구성원들 대부분은 그 방법을 알면서도 정신적 여유나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러 손해 보고 사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없어진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우리가 호구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거나 죄스러워하거나 회피하지 말자. 불편한 문제라면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인간에게는 성장을 향한 본능적인 욕망이 내재하므로 우리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해결하고 넘아가야만 할 문제에 대한 직면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게다가 함께할 동지가 있는데도 시작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호구와트의 회원으로서 우리는 뇌리에 호구로서의 정체성을 각인시키면서 자아비판이나 자기 연민에서 벗어나 건설적이고 이성적인 자아성찰을 지향하며 타인에게 관대하면서 자신에 대한 너그러움을 잃지 않으며, 인류애뿐만 아니라 자기애 역시 잃어버리지 않을 책무가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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