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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홉 Apr 26. 2022

어항

단편소설 5



오늘도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띠리링 띠리링!


  월요일 아침 5 30, 오늘도 어김없이 혜연의 핸드폰에서 알람이 시끄럽게 울렸다. 혜연은 5 전부터 깨어 있었지만, 몸을 최대한 웅크리며 고개를 저었다. 혜영은 10분이나 밀린 잠에서 겨우 벗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거실로 걸어 나오자 해가 뜨지 못한 하늘이 그를 맞이했다. 혜연은 흐릿한 김칫국물이 무늬처럼 새겨진 앞치마를 두르고 서둘러 아침밥을 만들었다. 영이가 좋아하는 자반고등어를 프라이팬에 튀기듯 구웠다. 뒤집개에서 타고 올라온 기름 쩐내가 혜연의 눈동자에 가득 담겼다.


앞치마에 손을 닦고, 다시 방으로 건너가 영이를 흔들었다. 영이는 잠투정을 했다. 혜연은 얕은 한숨을 내쉬며 애원하듯 달랬다. 영이는 그런 엄마를 힐끗 쳐다보며 다시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혜연은 능숙하게 영이를 번쩍 들어서 욕실로 보냈다. 이번엔 영훈이 누워있는 방으로 향했다. 일어나 영이 아빠.  시야?. 6 얼른. 빨리  깨우지. 영훈은 원망 섞인 눈초리를 혜연에게 내뱉고 욕실로 향했다. 그러게, 일찍  자지. 혜연은 들릴    혼잣말을 하며 그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혜연과 영이는 식탁에 앉았다. 혜연은 두툼한 고등어 살을 발라서 영이 입에 넣어줬다. 영이는 눈을 반짝거리며 아기 새처럼 받아먹었다. 혜연이 국에 버무려진 밥을 입에   넣으려는데, 영이가 고새 밥을  먹고  달라며 팔을 휘젓었다. 혜연은 밥을 쑤셔 넣고 다시 젓가락을 들어 가시를 발랐다. 영훈이 젖은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식탁에 앉았다. 혜영은 영이가 먹다 남긴 고등어 가시를 손으로 집었다. 틈새에 껴있는 남은 살을 이빨 사이사이로 발라 먹고, 휑한 뼈를 잘근잘근 씹었다. -하고 작은 사레가 들려 혜영은  손등으로 그릇을 잡고 김칫국을 후룩 마셨다. 영훈은 혜영을 보며 뭔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반찬으로 시선을 돌렸다.


영훈이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혜영은 식탁의 잔여물을 행주로 닦고, 그릇을 씻었다. 그러는 동안 영훈은 출근 준비를 마쳤다.  다녀와 여보, 영이  데려다주고, 영이야 아빠  잡아. 짧은 당부를 마치고 혜영은 영이의 볼에 - 애정을 남기며 웃어 보였다. 영이도 덩달아 웃었고, 영훈은 영이의 손을 잡고 빠르게 사라졌다.


  소란한 아침이 끝나면 집은  고요해졌다. 혜영은 바닥에 발바닥이 붙은  한참을  있었다. 건조대에 걸린 영이와 영훈의 속옷을 모조리 걷어서 거실로 가져왔다. 겨자색 시트가 덧대진 소파 아래에 앉아 빨랫감을 갰다.  밖에서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안까지 실려 왔다. 혜영은 홀린 듯이 베란다로 나갔다. 어려 보이는 학생들이 뭐가 그리 좋은지 환히 웃고 있다. 혜영의 입이 점점 벌어졌다. 이상한 이물감이 목에서 잔잔히 느껴졌다. 혜영은 연신 기침을 토해내며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


혜영은 규모는 작았지만, 업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던 여행사에 다녔다. 워낙 영혼이 자유로워서 대학생 때도 틈만 나면 홀로 배낭여행을 다녔다. 심지어 자전거로 국토대장정을 했을 만큼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쳤다. 자신이 원하는 여행사에 취직했고, 초기 멤버로 시작해서 팀장급까지 올라갈 만큼 혜영은 열심히 살았다. 대학교 경영과 CC였던 영훈과는 6 동안 연애를 했고 헤어질 이유가 없었기에 결혼을 했다. 영이가 태어난  혜영이 팀장이 되고 1 후였다. 혜영은 당연하게 육아휴직을 썼다. 아이를 낳고 나면 다시 일터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영이를 위해 이곳에 남았다. 영훈과 아이를 여전히 사랑하지만, 어떤 마음  조각이 흩어져버린  같았다. 그게 무엇인지 혜영은 도통   없었다. 혜영은 잠깐의 회상 동안에도 이물감에 시달렸다. 목젖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영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자 혜영은 저녁을 차렸다. 영이는 밥상에 담긴 야채 볶음밥을 보며 배시시 웃었다. 아이의 입가에 묻은 케첩을 손바닥으로 쓰윽 닦으며 혜영도 살짝 웃었다. - 그때 목에 무언가가 걸려 웃음소리가 덜컹거렸다. 늦은 자정, 영훈이 휘청거리며 집으로 들어왔다. 일이 끝나고도 3시간이나 넘은 시간이었다. 혜영은 조금 서러운 감정을 애써 숨기며 물었다. 여보 늦었네. ,  앞에 새로 생긴 술집에서  사원이랑 이야기  하느라, 미안. 평범한 사과에 혜영은 입을 닫았다. 남편이 오기 전에 미리 데운 된장국이 차갑게 식어있었다.


  영훈은 침대에 기어들어 가듯이 이불을 감쌌다. 침대 끄트머리에서 그를 바라보던 혜영은, 목을 감싸 쥐며 영 거슬린다는 듯이 말을 건넸다. 있지- 목이 불편해. 오늘 먹은 가시가 걸린 것 같아. 영훈은 혜영의 말을 듣자마자 오늘 아침 고등어를 손에 쳐들고 야금야금 혀로 쪼개 먹던 혜영을 떠올렸다. 그건 그냥 두면 나아, 심하면 병원 가봐. 혜영은 머쓱한 듯 침을 꿀꺽 삼키며 이불로 들어갔다.


  모두가 잠든 새벽 혜영은 여전히 깨어있었다. 아침엔 실처럼 얇았던 가시가 점점 부풀어 올라 굵어진  같았다. 가시가 아니라 다른 거면 어떡하지. 혜영은 두려워졌다. 이물감이 목에서 심장으로, 팔에서 다리로 이동하는  같아 소름이 돋았다. 조용한 새벽 헛기침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천장을 쳤다. 이제는 가시가 피부를 뚫고 나와 온갖 곳을 콕콕 찌르는 듯이 아려왔다. 혜영은 도저히 참을  없어 화장실로 뛰어갔다. 당장이라도 두꺼운 가시를 뱉어낼 기세로 변기에 머리를 비집고 악을 썼다. 반복적인 리듬에 맞춰 허연 침을 토해냈다. 질긴 이물감은 나올 기세가 없었다. 혜영은 이제는  대로 되라는 듯이  크게 소리를 뱉었다. 그때 아주 얇고 뾰족한 가시  줄이 목에서  하고 튀어나왔다. 변기  가운데에 둥둥 떠다녔다. 혜연의 얼굴이 화끈거리고, 눈에는 이슬 샘이 맺혔다.


 이후로도  번의 소리를 토해냈다. 혜영이 처음 만들어  음의 파동이었다. 이상하리만큼 촉촉한 희열감이 피부를 감쌌다. 변기 물이 찰랑거렸다. 손을 부르르 떨며 물을 내렸다. 휘몰아치는 소용돌이를 바라보니 변기가  어항 같았다. 작은 어항에 갇혀 죽어가는 물고기가 수면 위로 둥둥 떠올랐다. 혜영은 자신의 지느러미를 손톱으로 긁었다. 피부에서 뜯겨 나온 비늘들이 어항 속으로 미끄러졌다. 혜영은 숨을 크게 내쉬며 빠르게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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