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만 | 빈대떡을 뱉어놓은 그 사람이 나쁜 사람

2025. 7. 23 作 (공존)

by back배경ground

날아다니는 쥐라며 비둘기를 피하시던
어떤 분의 한마디가 잊혀지지 않는 거야
비둘기 떼를 가로질러 뛰 다니던 추억이
그때부터 뒤집어져 싫어지기 시작하대

새벽길에 뱉어놓은 누군가의 빈대떡을
붙어 앉아 쪼아대는 비둘기를 보고서는
그러니까 너희들이 그런 얘길 듣는 거야
온 얼굴을 찌푸리며 피해 가기 시작했어

날이 더워 그런 건지 언제부터 그랬는지
간만에 하늘이 맑아 하늘을 쳐다보는데
드넓은 창공에 새 한 마리가 안보이더라
어린 시절 그 많던 새들은 다 어디 간 걸까

툭하면 참새 떼가 앞마당에 날라들었고
철만 되면 처마밑에 제비가 찾아왔는데
다들 어디 가고 비둘기만 보이는 것 같아
가끔은 비둘기 말고 까마귀도 보이더만

어라 가만있어봐 생각해 보니 그거 아냐
곤충이나 열매를 먹는 새들은 사라진 거
아파트에 아스팔트에 밀려 떠나버린 거
먹다 남긴 찌꺼기를 먹는 새들만 남은 거

우리를 다 떠났는데 비둘기만 안 떠났네
우리를 다 피했는데 비둘기만 남은 거네
다른 새들처럼 과일 벌레 찾아가지 않고
아파트 사이사이를 채워주고 있던 거네

누군가가 우리 곁에 머무르고 있다는 건
피하지 않고 떠나지 않고 그대로 있는 건
내가 남긴 찌꺼기를 먹다 버린 쓰레기를
먹어주기 때문이고 받아주기 때문일지


(4+16+16x4x7=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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