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겠지 | 시간이 흐른다는 건 덩달아 바뀌는 거지

2025. 9, 1 作 (인생)

by back배경ground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들고 내려갔는데
오르막길 저 앞에서 내달려오는 바람이
길 위를 뒤덮은 나뭇가지를 밟으면서 와
그 순간이 어찌나 시원하고 상쾌하던지

서둘러 올라가 숙제하고 있는 해나에게
"숙제 다 끝내면 내려가서 같이 바람 쐬자"
해나는 연필을 움켜쥐고 화이팅 하는데
엄마 하는 말이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다네

내일이 월요일인데 못다 한 게 많았는지
아쉽게 됐지만 어찌할 수 없는 것 같아서
씻고 나와서 벽에 기대 그냥 앉아 있는데
엄마 하는 말이 딱 십 분만 바람 쐬고 오래

어디까지 생각한 건지 바람막이를 입고
양말도 신고 줄넘기 줄까지 챙겨가지고
일층에 내려서 길 한가운데 둘이 섰는데
아까처럼 그렇게는 바람이 안 부는 거야

줄넘기 여든세 번 넘고도 달리고 싶어서
뛰는 사람들을 강아지처럼 쳐다보길래
"해나야 지금은 우리 가만히 바람 쐬보자"
그 순간 한 뭉치 바람이 저기서 몰려왔어

"몇 분 됐어?" "팔분" "그럼 이분 더 있을 수 있네"
십 분은 벌써 지났지만 잠시만 숨어 있자
손을 잡고 삐뚤삐뚤한 모양으로 팔을 벌려
비집고 오는 바람과 소리를 같이 맞았어

아침 출근하려니 비가 흠뻑 쏟아지더라
어제 바람이 비구름을 끌면서 왔었나 봐
바람이 불고 구름이 와서 비를 쏟아내면
가을이 오고 시간이 가고 나도 변하겠지


(4+16+16x4x7=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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